전 연인에게 빌려준 돈, 대여금인가 증여인가
전 연인에게 빌려준 돈, 대여금인가 증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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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채권추심

전 연인에게 빌려준 돈, 대여금인가 증여인가 

김상윤 변호사

핵심은 전 연인에게 지급한 돈이 법적으로 ‘대여금’인지, 아니면 ‘증여·생활비 지원·교제 중 호의적 지출’인지입니다. 연인 사이의 금전거래는 차용증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관계의 특성상 선물·생활비·공동비용·대여가 혼재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계좌이체 내역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대여금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대여금 반환청구가 인정되려면 돈을 지급한 사실뿐 아니라, 상대방이 나중에 같은 금액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 즉 소비대차의 의사합치가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민법상 소비대차는 금전 등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이를 반환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성립하고,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기로 하는 의사합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돈을 보냈다”는 사실보다 “그 돈을 어떤 법적 원인으로 보냈는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도 계좌이체는 소비대차, 증여, 변제 등 여러 원인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송금 사실만으로 대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연인 관계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증여로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원은 금전 지급 경위, 액수, 지급 시기, 송금 목적, 반환 약속의 존재, 일부 상환 여부, 당사자의 경제 사정, 교제 기간과 동거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빌려달라”, “갚겠다”, “나중에 줄게”, “네가 빌려준 돈 맞다”는 취지의 카카오톡·문자·통화녹음이 있거나, 상대방이 일부라도 변제한 내역이 있으면 대여금 인정에 유리합니다. 반대로 생활비, 월세, 여행경비, 병원비, 선물, 기념일 비용처럼 교제 과정에서 호의적으로 지출한 성격이 강하고, 교제 중 반환 요구가 전혀 없었다면 증여 또는 생활비 지원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금액 규모도 중요합니다. 소액이 여러 차례 특별한 명목 없이 오간 경우에는 교제 중 통상적인 지출로 볼 여지가 크지만, 단기간에 수백만 원 또는 수천만 원이 집중적으로 지급되었거나, 송금자가 대출까지 받아 상대방에게 돈을 지급한 경우에는 단순 증여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송금자의 경제 사정상 무상으로 거액을 줄 만한 여력이 없었다면 대여금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전 지원을 했거나, 장기간 반복적으로 생활비와 선물을 제공한 정황이 있으면 증여 주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이 있으면 가장 유리합니다. 차용증, 변제각서, 채무확인서 등 처분문서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법원은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언에 따라 대여 사실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패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인 사이에서는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일이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계좌이체 내역, 대화내용, 일부 변제 내역, 대출자료, 독촉 메시지 등을 통해 상환약정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먼저 전체 송금내역을 날짜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각 송금액 옆에 송금 당시의 대화내용, 송금 명목, 상대방 요청 여부, 이후 변제 여부를 붙여 정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총 얼마를 보냈다”는 방식보다 “2025. 3. 1. 상대방이 보증금이 부족하다고 빌려달라고 요청 → 300만 원 송금 → 2025. 4. 10. 상대방이 ‘다음 달에 갚겠다’고 답변”처럼 개별 송금별로 대여 정황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아직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면, 무리하게 압박하기보다 “예전에 빌려준 돈 중 남은 금액을 언제까지 갚을 수 있는지 정리해 달라”는 방식으로 대화를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지금 돈이 없다”, “조금씩 갚겠다”,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답하면 채무 인정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명백히 증여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대화가 오히려 불리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그때는 내용증명 또는 지급명령·민사소송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적으로, 전 연인에게 준 돈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증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계좌이체를 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대여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승패는 결국 상환약정의 입증 가능성에 달려 있습니다. 차용 요청 메시지, 갚겠다는 대화, 일부 상환 내역, 대출을 받아 송금한 자료, 고액·일시 지급 정황이 있으면 대여금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교제 중 생활비·선물·여행비 명목으로 반복 지급되었고 반환 요구가 없었다면 증여 또는 호의적 지원으로 판단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실제 청구 전에는 송금내역과 대화자료를 함께 검토하여, 회수 가능성이 높은 금액과 입증이 약한 금액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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