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불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동성 불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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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불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엄세연 변호사

배우자가 외도를 들킨 것도 충격인데 외도 상대방이 동성이라면 어떨까요? 특히 그 상대가 자주 어울리던 친구, 아는 형이나 언니, 친한 동생이었다면 그 분노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동성 관계에 대한 법적 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탓에, 피해를 입은 배우자조차 스스로의 고통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성 간의 불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역시 가능합니다.

 

문제는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인정받는다는 것 사이의 간극입니다. 이성 간의 불륜과 달리, 동성 간의 부정행위는 그 특성상 입증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배우자는 그냥 오랜 친구라거나, 아는 형이랑 같이 잔 게 뭐가 문제냐거나, 아는 언니 집에 놀러 간 것뿐이라는 식으로 관계를 희석시키는 경우가 많고, 법원도 동성 간 육체적 관계를 인정하는 데 있어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법적 전략과 증거 수집 방법 모두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동성 불륜, 법적으로 이혼 사유가 되는가

우리 민법 제840조는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 부정한 행위를 반드시 이성 간의 성관계로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정조의무에 위반하는 일체의 행위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으며, 배우자로서의 성실의무에 반하는 친밀한 신체적·정서적 관계가 인정된다면 동성 간의 관계도 충분히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이 동성이라는 사실이 법적 보호의 벽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설령 부정한 행위로 직접 인정받기 어렵더라도,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배우자가 동성 관계에 깊이 빠져 있어 혼인 공동체의 본질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이 조항을 통해서도 이혼이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두 조항을 함께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것이 법원의 판단 가능성을 더 높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이혼과 함께 위자료 청구도 가능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원인, 불륜의 기간과 정도, 피해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결정합니다. 동성 불륜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자료가 줄어들지는 않으며, 오히려 장기간 비밀리에 유지된 관계라는 점이 정신적 고통의 크기를 더 인정받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입증의 어려움

동성 불륜 사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상황은, 배우자가 관계를 완전히 부인하거나 지인 관계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형이랑 술 마시다 같이 잔 것뿐이라거나, 아는 언니가 힘들다고 해서 같이 있어준 것뿐인데 왜 이러냐는 식의 해명은 실무에서 매우 자주 접하는 변명의 유형입니다. 이성 간이었다면 모텔 동숙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정황 증거로 기능하지만, 동성 간이라면 법원이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어 같은 사실관계로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우정과 부정한 관계를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층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둘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의 내용과 빈도, 금전 거래의 흔적, 심야 시간대의 잦은 만남, 모텔이나 숙박업소 이용 내역, 여행을 함께 다닌 기록, 배우자가 해당 인물에 대해 가족에게 거짓말을 한 정황 등이 복합적으로 쌓여야 법원이 관계의 성격을 달리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증거가 아니라 여러 증거의 집합이 입증의 열쇠가 됩니다.

 

더불어 동성 불륜의 경우 배우자 본인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끝까지 부인하는 경우도 많아 입증의 어려움이 이중으로 쌓이기도 합니다. 법원에서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관계 자체를 부인하면, 반박하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초기부터 경험 있는 변호사와 함께 증거 수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소송의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불법 증거도 민사소송에서는 쓸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몰래 찍은 사진이나 녹음은 법정에서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형사소송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부정됩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다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는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일부 위법이 있더라도 그 증거의 증명력 자체는 법원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으며, 불법 녹음이나 몰래 촬영한 영상도 증거로 제출되어 사실 인정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형사 처벌 위험이 있으며, 이는 별도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형사적으로는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민사 손해배상만큼은 받아내겠다는 결단이 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민사소송에서의 불법 증거 채택 가능성이 하나의 현실적 선택지가 됩니다. 다만 이런 결정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권장되는 증거 수집 방법은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입니다. 배우자 본인과의 대화를 당사자 일방이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허용됩니다. 카드 내역, 위치 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된 게시물, 이미 입수한 메신저 대화 내용 등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탐정 업체를 통한 합법적 범위 내의 미행과 사진 촬영도 하나의 방법이며, 최근에는 디지털 분석을 통해 삭제된 메시지를 복구하는 방식도 법원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증거를 어떤 방식으로 모을 것인지는 사건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략적 접근이 필수입니다.

 

동성 불륜 상대방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를 청구하는 대상은 배우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불륜 상대방, 즉 제3자에 대해서도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판례는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도 혼인 공동체를 침해한 불법행위의 공동 책임자로 보아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는 상대방이 동성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관계의 성별이 법적 책임의 유무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동성 불륜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상대방이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즉 기혼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불륜 상대방이 그 사람이 결혼한 줄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오랜 기간의 관계, 공동 지인의 존재, 상대방이 가족 행사에 참석한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동성 불륜 사건에서 배우자와 상대방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며, 실제 소송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사건 초기의 법률 상담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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