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옥상 시멘트 속에 — 과학수사로 밝혀낸 살인 사건
사건 개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 10월, 한 남성이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비닐로 감싸 여행용 캐리어에 담았습니다. 이후 당시 거주하던 다세대주택 옥상 바닥에 시신을 놓고 시멘트를 부어 건물의 일부인 것처럼 위장해 매장했습니다.
피해자는 무려 16년간 그 자리에 묻혀 있었고, 2024년 8월 방수공사 도중 옥상 바닥을 파쇄하던 배관공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시신 발견 직후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게 협력수사에 착수했고,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피의자의 구체적인 자백을 확보해 살인죄로 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검찰의 첨단 과학수사, 어떻게 진행됐을까?
① 신속하고 정밀한 DNA 분석
경찰은 피해자 시신이 담겨 있던 비닐과 캐리어 표면에서 피의자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분석에만 3주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었고, 채취된 면봉의 수가 부족해 DNA 검출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검찰은 해당 증거물을 직접 인계받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긴급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통영에서 서울까지 직접 운반해 원형 시료를 전달했고, 감정관 5명이 집중 투입되어 단 5일 만에 감정을 완료했습니다.
② 범행 동기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통합심리분석
피의자는 체포 당시 전날 밤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고, 마약 투약 전력도 있었습니다.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지만,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나온 자백이었기에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검찰은 필로폰이 체외로 배출되기까지 약 열흘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피의자가 약물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점에 맞춰 집중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범행 일시, 장소, 사용된 도구, 타격 부위 등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피의자의 인지적·성격적 특성, 피해자에 대한 감정 상태, 범행 동기, 자백 진술의 신빙성, 약물 중독 여부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피의자는 "이제라도 밝혀져서 후련하다.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마치며 — 과학수사가 바꾼 결말
현재 이 사건은 제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피의자는 법정에서도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검찰의 첨단 과학수사 역량이 없었다면, 16년간 묻혀 있던 이 사건의 실체를 이토록 명확하게 밝혀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시간이 지나도 증거는 남는다는 사실과 함께, 과학수사가 미제사건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 글은 대검찰청 발행 월간지 '법과 과학'에 게재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유재승 검사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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