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소송 후 비용계산
의료소송, 소송 후 비용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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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 소송 후 비용계산 

윤태중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신 윤태중 대표변호사입니다.

의료사고의 당사자들은 흔히 “소송비용이 얼마가 들든, 승소만 하면 상대방에게 모두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곤 합니다. 제 상담 경험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 특히 대여금 청구 사건처럼 객관적 가액이 명확한 경우에는 그러한 논리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의료소송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는지는 고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소송이 끝난 뒤 소송비용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불확실성 속에서 계산되는 가액 산정

대여금 소송의 경우는 통상적으로 차용증에 기재된 금액을 특정하여 청구하면 되지만, 의료소송은 소를 제기하는 시점에서 명확한 손해액을 계산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소 제기 시점에 진단서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은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신체 손상에 따른 객관적 가액은 소송 중 진행되는 신체감정을 거쳐야 산정되고(사망사건은 예외), 의료진의 책임 범위 역시 진료기록감정의 회신 결과가 도착해야 비로소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송 초기에는 향후 특정될 배상액을 임의로 산정해서 소장을 접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감정 결과가 도착하면 이를 바탕으로‘청구취지 및 원인변경 신청’을 통해 최종적인 청구 가액을 확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처럼 소송 중간에 청구 금액이 요동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먼저 이해해야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일부승소는 필연적인 결과

위 복잡한 과정 속에서 원고는 필연적인 삭감 리스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최대치 청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책임제한과 위자료입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70%를 상회하는 높은 책임제한율을 주장해야 하고, 위자료 또한 허용치에서 최대치를 청구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두 항목이 재판장의 주관적 판단과 재량권이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원고가 아무리 강력하게 주장하더라도 판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원의 판단과의 편차는 피할 수 없습니다.

 

3. 패소자 부담의 실체

보통 소송을 스포츠처럼 승패가 갈리는 이원적 사고에 국한하여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의료소송은 축구에 비유하자면 승패뿐 아니라 스코어와 유효슈팅 수까지 전부 고려해서 성적표를 매기는 것과 같습니다. 즉, 원고의 최종 청구 가액과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의 비율에 따라 소송비용의 부담 주체와 그 비율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100원을 청구해서 50원이 인용되는 경우 ‘5:5 각자 부담’에 가까워지지만, 만약 100원을 청구해서 40원이 인용되는 경우는 승소를 했음에도 오히려 원고가 전체 소송비용의 약 20%가량을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생깁니다.

 

4. 지나친 과청구는 부메랑이 됩니다

 

무조건 고액을 청구해서 의사에게 강한 압박감을 주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송 종료 후, 소송비용 산정 시 당사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고비율의 책임제한과 최대치의 위자료를 주장해야 하는 손해배상 소송의 성격을 이해하더라도, 객관적 근거를 초과하는 금액 산정은 위험합니다. 실제 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손해액과 책임 비율에 대해 2중으로 삭감되면서 최종적으로 원고의 소송비용 부담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어차피 소송에서 이기기만 하면 내가 사용한 소송비용을 상대방에게서 받아낼 수 있다”라는 1차원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비용조차도 현실적인 이해관계 안에서 냉철히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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