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화재 원인 미상 감정, 책임 소재 가리는 법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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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화재 원인 미상 감정, 책임 소재 가리는 법리 대응 

기윤서 변호사


국과수 화재 원인 미상 감정, 책임 소재 가리는 법리 대응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송천입니다.

화재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도착하는 날은 모든 당사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입니다.

감정서는 수사기관의 판단 기준이자 재판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국과수의 보고서가 항상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의 사건에서 국과수는 ‘원인 미상’이라는 결론을 내놓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포자기하곤 하지만, 화재 소송은 과학의 공백을 법리로 채우는 과정입니다.

‘원인 미상’ 결과가 나왔을 때 배상 책임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쟁점을 분석해 드립니다.


국과수 감정서의 '결론'보다 '과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많은 이들이 감정서의 마지막 ‘감정 결과’ 한 줄에만 집중하지만, 법리적으로는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현장 사진과 증거 채택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과수는 과학적 확실성이 매우 높을 때만 발화 원인을 단정하며, 70~80%의 개연성이 있더라도 물증이 소실되었다면 결국 '미상'으로 남깁니다.

이 지점에서 보고서 내의 정황 증거들을 법률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발화 추정 지점의 배선 상태, 차단기 작동 여부, 용융흔(녹은 흔적)의 위치 등을 토대로 '누구의 관리 영역에서 위험이 발생했는가'를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즉, 과학적 원인 규명 실패가 곧 법적 책임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원인 미상' 판정이 임대차 및 구상금 소송에 미치는 파괴력

임대차 관계에서 화재가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날 경우,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돌아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임차인은 목적물을 온전히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인 불명의 화재라도 본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원상회복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보험사가 제3자에게 행사하는 구상금 소송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보험사가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피고의 과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국과수조차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면 보험사의 입증 책임이 매우 무거워집니다.

이처럼 사건의 성격에 따라 '원인 미상'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대응의 첫걸음입니다.


과학적 한계를 법률적 추정으로 극복하는 실무적 방안

화재 현장은 증거가 멸실되는 특성상 과학적 입증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재판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개연성'과 '정황 증거'를 통해 책임 소재를 추정합니다.

예를 들어,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기계나 배선이 내구연한을 초과했거나, 평소 해당 구역에서 누전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면 이는 강력한 간접 증거가 됩니다.

국과수가 놓친 현장의 디테일을 법률적 논거로 변환하여, 과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뢰인에게 유리한 책임 구조를 도출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감정 결과에 모순이 있을 때, 재감정과 사실조회를 활용하는 기술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현장 상황과 명백히 다르거나 중요한 증거를 간과했다면 이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조회 신청이나 보완 감정 요구를 통해 국과수 측에 구체적인 근거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또한 사설 감정 기관의 자체 감정이나 공학 전문가의 자문의견서를 제출하여 국과수 보고서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화재 소송은 단순히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주장하는 '과학적 확실성'의 허점을 찌르는 데이터와 논리의 싸움입니다.


핵심 정리

  1. 국과수 감정은 소송의 기준점일 뿐, 결론에 도달하는 정황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2. '원인 미상' 시 임대차 소송은 임차인에게, 구상금 소송은 보험사에게 입증 책임의 부담이 쏠립니다.

  3. 설비의 노후도나 과거 누전 이력 등 개연성 있는 간접 증거로 과학적 공백을 법리적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4. 감정 결과에 모순이 있다면 사실조회나 재감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허점을 찔러야 합니다.


국과수 감정서는 화재 소송이라는 큰 퍼즐 판에서 가장 큰 조각일 뿐, 그 자체가 완성된 그림은 아닙니다. 퍼즐의 빈자리를 어떤 논리로 채우느냐에 따라 승패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험사는 문구 하나를 유리하게 해석하여 압박하겠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기술적 한계와 법리적 쟁점을 정확히 짚어낸다면 불리해 보이던 판세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타버린 현장의 잔해 속에서 국과수도 놓친 법률적 기회를 찾아내어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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