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가장 흔한 오해는 “노동청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현행 법 체계는 이와 전혀 다른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조사하고, 회사가 판단하며, 회사가 조치하는 사안이고, 노동청은 그 과정이 법에 부합하게 이루어지는지를 감독하는 기관에 그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조사 및 판단 권한은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제76조의3은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고가 접수되거나 괴롭힘 사실이 인지되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조사 결과 괴롭힘이 인정되면 피해자 보호조치와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즉, 조사 실시, 사실 인정 여부 판단, 후속 조치까지 전 과정이 사용자에게 일임되어 있으며,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사용자에 의한 자율적 해결을 기본 원칙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무 역시 동일한 구조를 전제로 운영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노동청에 접수되더라도, 노동청이 직접 사실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대해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결과를 제출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고용노동부 유권해석 또한 사내 조사 수행이 곤란한 경우 외부 전문가나 위원회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조사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노동청의 역할은 감독에 한정됩니다.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용자가 법에서 정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6조에 따르면, 조사 미실시, 피해자 보호조치 미이행, 가해자에 대한 조치 미이행, 비밀누설 금지 위반 등의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 행위를 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또한 노동청의 판단이나 개선지도는 법적 의미의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결과와 개선지도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법원 역시 노동청의 조치가 당사자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청 신고의 실질적 의미는 회사로 하여금 조사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박하고, 부실한 조사에 대해 외부 감독을 작동시키며, 의무 위반 시 제재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즉, 노동청 진정은 권리구제 절차라기보다 회사에 대한 감독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괴롭힘 인정 여부에 대한 불복은 어디에서 다투어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원 역시 조사 실시 요구나 보호조치 요구와 같은 사항을 권리관계를 직접 형성하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로 보아 소송 대상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구제수단은 민사소송입니다. 판례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한 경우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사용자 역시 조사 미실시, 부실 조사, 보호조치 미이행 등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부실 조사에 대해서는 노동청에 재진정을 통해 감독을 요청할 수 있고, 개별 행위가 폭행·협박 등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고소도 가능합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자체는 형사범죄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위반에 대한 제재는 원칙적으로 과태료에 그치며, 형사처벌은 별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은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사용자가 반드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도 해임 등 중징계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 된다는 점도 명확히 판시된 바 있습니다.
정리하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조사 및 판단 권한은 회사에 있고, 노동청은 이를 감독하는 기관에 불과합니다. 괴롭힘 인정 여부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실질적인 권리구제는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대응 전략 역시 회사 내부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 노동청 감독 절차 활용, 민사상 책임 추궁을 구분하여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현저히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므로, 사안별로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노동청이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b32feda5a91b4f1d6d28001-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