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신 윤태중 대표변호사입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의사와의 최초 면담자리에서 치료비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곤 합니다. 환자는 그 말을 믿고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치료를 받았지만 향후 소송이나 합의 과정에서 과잉치료라는 냉정한 판단을 받아 배상액에서 제외되거나 일부 삭감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법원은 사고내용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즉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의 비용만 손해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제3의 의사가 권유한 치료라 할지라도, 법원의 감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됩니다. 치료비 항목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삭감 논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입원기간
먼저 입원과 퇴원에 대한 의학적, 법리적 관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많은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병원에 머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준이 냉정합니다. 입원은 ‘하루 6시간 이상을 병실에 상주하며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퇴원은 ‘해당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직접적인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도 급한 증상만 완화되면 퇴원 권유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입원을 했다는 그 사실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입원기간에 무엇을 했는지까지 보고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입원치료를 시행했더라도 입원 기간 중 그에 합당한 직접적인 치료행위가 기록상 증명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요양 또는 과잉입원으로 인정되어 입원비 항목을 과감히 삭감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2. 보존적 치료에 냉소한 입장
보존적 치료란 외과적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아닌 도수치료, 물리치료 등의 증상 완화를 돕는 보완적 치료를 뜻하고, 사실 이 영역이 의료소송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특히 요추가 경추 손상에 따른 신경병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만약 수술 등 직접적인 치료와 병행하며 부수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나마 인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치료행위 없이 보존적 치료만 시행된 경우, 이는 과잉치료로 판단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다른 유형이라면 대표적으로 성형수술 관련 케이스에서 피부과 시술 또한 기능 개선이 아닌 순수 미용목적이라면 직접적인 치료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보존적 치료는 사이드메뉴입니다. 메인요리가 있어야 사이드메뉴가 의미를 가지듯, 직접적인 치료라는 메인요리 없는 사이드메뉴는 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3. 책임제한, 가장 비정한 삭감
과잉치료라는 높은 난관들을 모두 통과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책임제한이라는 가장 비정한 삭감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법상 과실상계의 법리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치료 받은 것인데 무슨 잘못이 있냐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의료행위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고, 고의가 아닌 과실의 영역이기에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의료진의 책임을 제한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소송과정에서는 과실의 유무(존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실의 내용이 얼마나 무거운지 경중까지도 따지게 되는데, 이것은 책임제한 비율을 정하기 위해서 시행되는 절차임을 잊어서 안 될 것입니다.
맺음말
이번 내용은 환자입장에서 냉정하게 보일 정도로 차가운 주제일겁니다. 이 글을 게시하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이고, 독단적인 판단 하에 불필요한 치료를 이어가며 개인의 경제적 손실을 늘리는 행위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억울할수록 영리해져야 합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소송은 계산기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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