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 그 무서운 매커니즘(1)
감염성 질환, 그 무서운 매커니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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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질환, 그 무서운 매커니즘(1) 

윤태중 변호사

철지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살인의 추억‘에는 비극적인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조형사가 각목에 박힌 녹슨 못에 종아리를 찔린 뒤 파상풍으로 결국 다리를 절단하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흔히 녹슨 철, 즉 산화철의 독성이 신체를 괴사시켰다고 오인하지만, 의학적으로 외상 부위에 파상풍균이 침투하여 발현된 전형적인 감염성 질환입니다. 파상풍균은 녹슨 금속뿐 아니라 흙이나 먼지 등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가벼운 상처로 시작해서 결국은 생존을 위해 신체의 일부를 포기해야만 하는 무서운 감염성 질환에 대해 다루어보고, 다음 편에서 이와 관련된 의료소송의 특징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체 면역반응이란

영화 속 조형사는 외상으로 병원균이 침투한 사례이지만, 사실 일상에서는 호흡이나 음용, 음식 섭취를 통해서 끊임없이 다양한 균과 마주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감기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외부 병원균의 침입을 감지하는 즉시 공격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바로 염증이고, 염증반응에 의해서 체온이 올라가 발열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이 유독 열병이 잦은 이유가 항체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침입 병원균과 싸우기 때문입니다. 즉 염증은 면역체계가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 치르는 필연적인 대가인 것입니다.

 

2. 과민반응이 생기면 심각해집니다

하지만 이 면역시스템이 때로는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의학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우리 몸의 항체가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분비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조절기능을 잃고 폭주하여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폭풍이 시작되면 항체가 피아식별을 멈추어버립니다. 침입자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나 인체에 유익한 균(대표적으로 유산균)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게 됩니다. 이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력이 강한 젊은 개체에서 더 강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젊은 층도 결코 안심할 수 없기는 하지만 기저 질환이 있거나 쇠약한 개체들은 이 폭풍을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약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노년세대이나 유아세대가 더 위험합니다.

 

3. 급격히 무너지는 몸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과도하게 생성된 염증에 의해서 혈액이 오염되는 패혈증 단계로 진입하며 조직괴사가 시작되게 됩니다. 그리고 오염된 혈액이 전신을 돌며 주요 장기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영화 속 조형사의 케이스는 다행히 조직괴사가 시작 될 때 발견해서 다리 절단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기에, 독소가 온몸으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감염성 질환의 증상이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겉으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발현된 시점에는 이미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이 비교적 짧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맺음말

 

이번 기고는 사실 다음 편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입니다. 감염의 병리학적 관점을 먼저 이해해야만 관련된 의료소송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조선시대 왕들이 종기로 고생했거나 종기에 의해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의 종기가 이 기고문에서 다룬 폭주의 전 단계 혹은 그 자체였으나, 현대와 같은 치료법이 부재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기고에서 감염질환에 대한 소송적 난제를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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