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추락하거나 기계에 손가락이 끼이는 등의 사고성 재해는 사고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해 산재 승인 자체는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반면, 일을 하다 병을 얻게 된 경우, 즉 업무상 질병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야근을 반복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장기간 들다가 허리 디스크가 악화된 경우에도 공단으로부터 “기왕증 때문”이라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업무상 질병 산재에서는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이 신청인에게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단은 어떤 기준으로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까요?
업무상 질병, '판정 구조' 를 이해해야 합니다
업무상 질병은 단순히 의사의 진단서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실제 판단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는
업무 내용과 강도
질병 발생 전후의 경과
기왕증의 존재와 영향
업무 외 요인의 개입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업무상 질병 사건을 다루다 보면, 요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데도 왜 불승인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어떤 요소가 실제 심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신청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1.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기준

허리·목·어깨·손목 통증으로 대표되는 근골격계 질환은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자세, 과도한 힘의 사용이 주된 원인입니다.
공단은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단순히 “힘든 일을 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하루에 몇 번, 어느 정도 무게의 물건을, 어떤 자세로,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했는지 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디스크와 같은 퇴행성 질환이 기존에 있었더라도, 업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를 넘어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진료 기록과 현재 상태 비교, 작업현장 사진·영상, 동료 진술서 등을 통해 신체적 부담의 정도를 객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뇌·심혈관 질환 등 과로성 질병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은 대표적인 과로성 질병입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급성 과로 • 발병 전 24시간 이내
• 업무 관련 돌발상황 발생 또는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 여부
단기 과로 •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이 이전 2~12주간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
만성 과로 •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60시간 초과
• 52시간 초과 역시 가중 요인으로 판단
이 기준을 충족할수록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다만 영업직, 관리직 등 근로시간 산정이 명확하지 않은 직종의 경우에는,
휴대전화 사용 기록
업무 이메일 발송 시간
일정표·메신저 기록
교통카드·네비게이션 내역
등을 통해 실질적인 업무시간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또한 단순한 근로시간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갑작스러운 책임 가중 등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3. 기왕증을 이유로 한 불승인,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업무상 질병 불승인 사유 중 가장 흔한 것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기왕증의 존재입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는 “지병이 있었는가” 자체보다,
[업무가 질병의 악화를 촉진했는지, 자연 경과를 넘어섰는지] 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역시 기왕증이 있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질병이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기왕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산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4. 업무상 질병, 왜 전문가 조력이 필요한가
업무상 질병 산재는 의학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특히, 재해경위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어떤 증거를 어떤 방향으로 제출하는지, 불승인 사유를 어떻게 반박하는지
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공단에서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면 90일 이내에 심사청구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공단의 불승인 사유를 반박할 새로운 의학적 소견과 업무 연관성 자료 보강이 필요합니다.
법률사무소 이혜의 이나영 변호사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서 실제 산재 인정 여부를 심의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단이 어떤 부분을 문제 삼고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는지를 기준으로 업무상 질병 사건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산재 신청을 앞두고 계시거나, 업무상 질병으로 불승인 처분을 받으셨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전문적인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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