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신 윤태중 대표변호사입니다.
의료사고 상담과정에서 종종 받은 질문중 하나가 청구대상에 대한 것입니다. 수술한 의사에게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지 그 의사가 소속된 병원에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지, 혹은 수술해 준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했다면 누구한테 청구해야 하는지에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민법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진정연대채무라는 법리가 존재합니다. 의사는 떠나도 소송에서는 지장이 없는 그 매커니즘을 살펴보겠습니다.
1. 근로관계의 특수성
어려운 법리를 설명하는 것보다 예시를 드는 것이 이해하기 더 편하실 겁니다. 전자회사 A/S센터의 수리기사 A씨가 고객의 제품을 수리하던 중 실수로 제품을 망가뜨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고객이 입은 손해를 오로지 수리기사 개인에게만 변상하라고 한다면 과연 수리기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을까요? 우리 법은 우선은 전자회사가 고객에게 변상을 해준 뒤 과실의 경중을 따져 회사와 근로자 간에 내부적으로 해결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근로관계에서 인정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법리입니다. 의료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의 규모를 떠나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행위자인 의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법은 그를 고용한 병원에게도 공동의 책임을 묻습니다.
2. 그럼 이직한 의사는?
간단하게 의료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의 고용자와 행위자가 공동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사용자 책임 및 공동불법행위). 그래서 의사의 이직은 어떠한 상관도 없습니다. 또한 의사는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관개설이나 재직여부를 모두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구태여 찾아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소송을 제기할 때에도 ’주소불명‘으로 우선 기재해서 제출한 뒤에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사실조회신청을 하면 현재 직장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3. 구상권, 병원과 의사의 2차전
원고(환자) 승소 판결이 내려지면 불어나는 판결금에 대한 지연이자 부담으로 인해서 통상적으로 자력이 큰 병원에서 선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소송에서는 원고인 환자에게 배상을 해야하는지, 한다면 얼마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만 심리하므로 판결문에는 피고들 간의 분담비율이 기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선지급한 이후에 내부적으로 행위자인 의사에게 구상금 청구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다만 이때 법원은 의사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용자의 책임비율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피고들끼리 분담비율을 정하고자 한다면 별도의 2차전이 치러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맺음말
의료소송은 승소 판결을 받고도 실제로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안전한 소송의 유형입니다. 앞서 살펴본 부진정연대채무라는 법리는 환자가 판결금을 지급받는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소송을 결심했다면 구태여 의사를 찾느라 시간 허비할 필요 없이 오로지 승소를 위한 내용구성에만 전념하는 것이 훨씬 영리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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