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신 윤태중 대표변호사입니다.
의료소송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들이 유형을 막론하고 많이 언급하는 부분이 의무기록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진료기록지에서 자신이 이야기한 부분이 누락되었거나 다르게 적혀있으니, 이는 의사의 명백한 잘못이며 당연히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법정의 문턱은 그리 낮지 않습니다. 손해와 무관한 의사의 법률상 흠결을 밝혀낸다고 해서 의료소송에서 승소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의료법은 단속법규
의료법의 입법취지는 국가가 의료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하여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보편적인 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즉 의료법은 행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단속법규의 성격을 가집니다. 입법취지를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의료법상의 모든 위반 행위가 곧장 특정 환자 당사자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범죄행위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대립당사자가 존재하는 구조라기보다, 국가가 정한 원칙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이 강합니다.
2. 기록의 흠결과 손해사이의 연결고리
의료소송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용어가 상당인과관계입니다. 단순히 의무기록지 부실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부실한 의무기록 자체가 환자가 입게되는 최종적인 결과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음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물론 부실한 기록으로 인해서 향후 의학적 판단이 어긋나거나 비효율적인 검사로 이어지는 혼선을 야기할 순 있지만, 그러한 것들이 환자의 좋지 않은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지 못한다면 과실로 인정되기가 어렵습니다. 쉽게말해 원인설명이 복잡해지고 길어질수록 법원에서 인과관계를 인정받을 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3. 손해와 직관된 과실이 메인, 결국은 사이드
의료소송을 하나의 요리라고 가정한다면, 메인요리는 손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정적 과실이고, 의무기록지의 흠결은 그저 사이드메뉴일 뿐입니다. 사이드메뉴는 메인요리가 존재할 때 메인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보조적 요소일 뿐, 그 자체가 메인요리를 대신할 순 없습니다. 구체적인 손해와 직관된 과실점이 없다면 의무기록지의 부실이나 위작이라는 사이드메뉴만으로 소송이라는 음식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맺음말
상당과정에서 그럼 의사가 잘한거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잘했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소송이라는 요리에 적합한 재료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요리사로서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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