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에서 ‘유사수신행위’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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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에서 ‘유사수신행위’ 판단 기준 

유진명 변호사

투자금 모집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물건을 실제로 팔았는데도 유사수신이 될 수 있나요?”
“다단계판매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원금을 넘는 수당을 약정했을 뿐인데 왜 사기와 함께 문제되나요?”

실무에서는 외형상 물품판매, 다단계조직, 회원가입비, 투자금, 수당 같은 이름을 붙여 놓더라도, 실제 구조가 돈을 넣으면 원금 이상을 돌려주겠다고 약정하는 자금모집에 가깝다면 유사수신행위나 사기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472 판결은 바로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이 판결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입법 취지, 상품거래가 개입된 자금 모집이 언제 유사수신행위가 되는지,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한 금전거래가 어떤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구조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사기죄로도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1. 먼저 사실관계부터 간단히 보겠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먼저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피고인들은 다단계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판매원들에게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나중에 원금을 넘는 고율의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권유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60만 원을 넣으면 20만 원의 수당, 600만 원을 넣으면 800만 원, 6,000만 원을 넣으면 1억 700만 원을 받는다는 식의 구조였습니다.

외형상으로는 물품대금 명목이었지만, 실제 판매원들은 상품 자체보다 수당 지급과 원금 회수 가능성에 더 관심을 두고 돈을 넣었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물품대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음에도 실제 출고되지 않은 물품 비율이 50%를 넘었습니다.


즉 겉으로는 물품거래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은 상품거래보다 자금 모집과 수당 약정에 더 가까운 구조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보았고, 나아가 종국적으로는 약정한 고율 수당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계속 자금을 유치한 이상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유사수신행위 규제의 핵심 취지는 무엇인가

이 판결을 이해하려면 먼저 유사수신규제법의 취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는 입법 취지를 다음과 같이 봅니다.


관계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예금, 출자금, 투자금 등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상적인 금융회사나 인허가를 받은 기관이 아닌 자가
**“돈을 맡기면 나중에 더 큰 돈을 돌려주겠다”**는 방식으로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막기 위한 법입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명칭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입비, 투자금, 물품대금, 회원비, 사업참가금 등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실질이 원금 이상 지급 약정을 전제로 한 자금 모집이면 유사수신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3. 상품거래가 개입되면 무조건 유사수신이 아닌가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우리는 실제 물건을 팔았다”, “제품이 있으니 금융이 아니라 판매다”라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상품의 거래가 매개된 자금 수입이라면 곧바로 출자금 수입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상품거래가 실질이 아니라 겉모습만 갖춘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상품거래 없이 금원 수입만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유사수신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기준은 외형이 아니라 실질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 소비와 유통이 중심인 구조라면 유사수신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상품은 형식상 끼워 넣었을 뿐이고, 참여자들이 제품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돈을 넣고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법원은 이를 상품거래가 아니라 상품거래를 가장한 자금 모집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도 판매원들은 물품 구입보다 수당 지급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고, 회사가 받은 돈에 비해 실제 물품 출고 비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를 유사수신행위로 보았습니다.


4.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하면 유사수신이 면제될까

이 역시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구조를 따랐으니 괜찮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명히 말합니다.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한 금전거래라고 해서 유사수신규제법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조직을 이용하여 재화 거래 없이 사실상 금전거래만 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한편 유사수신규제법은 장래에 원금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대법원은 이 두 규정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봅니다.


단순히 다단계조직을 이용해 금전거래를 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유사수신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거기에 더하여 장래 원금 이상 지급 약정까지 있다면, 방판법 위반과는 별개로 유사수신규제법 제3조 위반죄도 성립합니다.

즉 다단계라는 외형은 형사책임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단계 구조를 이용하여 자금 유입을 확대하면서 원금 초과 지급을 약속하면, 더 강하게 문제될 수 있습니다.


5. 유사수신행위 판단에서 법원이 보는 핵심 요소

이 판결을 바탕으로 보면, 유사수신행위 판단에서 법원이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금 제공자의 관심이 상품에 있는지, 수익금에 있는지
참여자들이 제품을 쓰거나 소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투자수익이나 수당 회수에만 관심이 있다면 유사수신 가능성이 커집니다.

둘째, 실제 물품 출고와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물품대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지만 출고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거래 실적이 형식적이라면 상품거래를 가장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장래 원금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 지급 약정이 있는지
이 부분은 유사수신규제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건입니다. “원금 보장”, “원금 초과 수익 보장”, “고정 수당 지급” 같은 표현은 매우 위험합니다.

넷째,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반복적·계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
일회적 차입이 아니라 조직적, 영업적으로 자금을 모집했다면 유사수신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섯째, 구조 자체가 계속 유지 가능한지
실제로는 후속 참여자의 자금으로 기존 참여자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실질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구조일 가능성이 큽니다.


6. 왜 이 사건에서는 사기죄까지 인정되었나

이 사건은 단순한 유사수신규제법 위반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사기죄 판단도 함께 했습니다.


그 이유는 구조 자체가 단순히 법규 위반을 넘어서, 처음부터 정상적인 이행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고율의 수당 지급을 미끼로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종국적으로 고율의 수당 지급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계속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돈을 넣으면 약정된 수당과 원금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돈을 교부한 것이므로, 기망에 의한 처분행위가 인정됩니다.

즉 이 사건은
형식상 판매,
실질상 유사수신,
결과적으로는 사기 구조
라는 평가가 동시에 가능했던 사례입니다.

실무에서도 유사수신 사건은 자주 사기죄와 함께 기소됩니다.


특히 운영 주체가 구조의 지속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속 자금을 모집했다면, 단순 행정규제 위반이 아니라 편취 범의가 문제되는 형사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7.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표현들

이 판결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은 매우 위험합니다.

“원금 보장”
“원금보다 더 돌려준다”
“가입만 하면 고정수당 지급”
“물건은 형식일 뿐이고 사실상 투자”
“다음 회원이 들어오면 수익이 계속 난다”

이런 구조는 실제로는 판매나 사업 참여를 가장하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무인가 자금조달 구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품을 끼워 넣었더라도, 참여자들이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돈의 회수와 증식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법원은 실질을 봅니다.


8. 마무리

대법원 2007도472 판결은 사기죄와 유사수신행위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수신규제법은 허가나 인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장래 원금 이상 지급을 약정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상품거래가 개입되어 있어도 그것이 실질이 아니라 가장에 불과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하고 있더라도, 원금 초과 지급 약정이 있으면 유사수신규제법 위반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조상 고율 수당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계속 자금을 유치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유형 사건은 명칭이나 외형보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의 실질이 핵심입니다.


사업설명회, 다단계, 회원모집, 물품판매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실제로는 “돈을 넣으면 더 큰 돈을 준다”는 약속을 중심으로 한 자금모집이라면 형사책임의 위험이 매우 큽니다.


초기 단계에서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상품거래의 실질과 자금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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