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분석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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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분석 

임호균 변호사

대구경북 행정통합,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방소멸을 막고, 서울에 쏠린 자원을 지역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니까요.

저도 법률 실무를 하면서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봐왔기 때문에, 이런 흐름 자체를 반대할 마음은 없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크랩 KLAB

그런데 지난주, KBS의 뉴미디어 유튜브 채널인 "크랩 KLAB"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변호사님, 이 법안 좀 봐주세요.

법률적 의견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안녕하세요,

예방변호사 임호균변호사 입니다.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로서 수많은 계약서와 노동 관련 서면을 검토해 왔습니다.

그런 제가, 총 227쪽짜리 법안의 맨 마지막 장을 읽고 한참을 멈췄습니다.

대구경북특별시로 통합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대구와 경북이 합쳐지면 예산도 커지고, 기업 투자도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전기 자급률 13%에 불과한 대구가, 216%인 경북과 합치면 전기요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죠.

숫자상으로는 분명 이득이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그 이득의 대가를 누가 치르느냐입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등 24인이 지난 1월 30일 발의한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이 법안의 글로벌미래특구 관련 규제배제특례 부분, 제115조 제3항 12호 '가' 항목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글로벌미래특구에서는 「최저임금법」 제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2026년 기준 최저임금 시간급 10,320원, 월 환산 215만 6,880원을 보장하라는 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바로 다음에는 "근로기준법 제50조에도 불구하고 1주 또는 1일의 근로시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주 40시간, 1일 8시간 상한도 풀겠다는 이야기예요.

특별법이면 이런 게 가능한 거에요?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법적 해석 + 핵심 쟁점

인터뷰에서도 이 질문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어쨌든 최저임금은 국가가 정한 법인데, 특정 지역에서만 예외를 두는 게 가능한 건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크랩(KLAB)" https://youtu.be/w-YKlVLMYGg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서 일반법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하지만 핵심을 놓치시면 안 됩니다.

입법이 가능한지와 합헌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헌법 제32조 제1항 후단을 보겠습니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할 수도 있다'가 아닙니다. '시행하여야 한다'입니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헌법상의 의무 규정이에요.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이 최저임금제 실시 의무를 무력화한다면, 위헌의 소지가 상당히 큽니다.

"그래도 특별법 우선 원칙이 있지 않나요?"

이렇게 다시 물으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원칙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전제가 있습니다. 특별법 자체가 헌법에 합치되어야 합니다.

특별법이라고 해서 헌법 위에 있는 게 아닙니다.

이번 법안은 이름은 특별법이지만, 입법 취지나 조항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기존의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지 않는, 위배되는 요소가 많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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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사자가 합의했다 해도 강행법규에 반하는 조항은 무효입니다.

근로자가 "저는 최저임금 이하로 일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동의서를 써도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국회 입법이라는 형식을 빌려 강행법규의 적용 자체를 없애겠다는 겁니다.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입니다.

통합의 반대말은 분리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입니다.

법안 공개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대구 청년들은 "노예특별시를 만들려는 것이냐"며 분노했고, 민주노총 대구·경북 지역본부는 법안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기본소득당에서는 "청년들이 더 빨리 수도권으로 떠나고 싶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요.

행정안전부도 이 법안의 핵심 조항 90건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최저임금, 예비타당성조사, 국제고 등 특례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지나치다고 판단한 셈이죠.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뒤늦게 "오해 소지가 있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유치가 목적이었지, 노동 권익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요.

하지만 법은 '의도'가 아니라 '문언(文言)'으로 작동합니다.

조문에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으면, 그건 적용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광주·전남은 초안에 있던 노동 특례 조항을 최종안에서 삭제했습니다.

대전·충남 법안에도 이런 조항은 없습니다.

대구·경북만 유독 넣은 거죠..

그리고 이 지역은 이미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율이 4년 연속 전국 1위입니다.

현행법도 안 지켜지는 곳에서 보호막까지 걷어내겠다는 겁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조건의 통합'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크랩(KLAB)" https://youtu.be/w-YKlVLMYGg

기업 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제거하는 건, 유치가 아니라 유인(誘引)입니다.

싼 노동력을 미끼로 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조는,

결국 그 지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잡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법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뭐든 가능한 게 아닙니다.

헌법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이상, 어떤 형식의 법률이든 이를 무력화하면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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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해당 법안 원문을 직접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227쪽 중 마지막 몇 쪽, 그 부분이 여러분의 내일과 직결되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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