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명의 재산 하나도 없다면? 소송, 강제집행 포기해야 할까
채무자 명의 재산 하나도 없다면? 소송, 강제집행 포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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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명의 재산 하나도 없다면? 소송, 강제집행 포기해야 할까 

이희범 변호사

집행할 재산이 없다면, 포기해야 할까?

실무상 위 사례처럼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과 집행까지 진행했음에도, 채무자 명의의 재산이 아예 없거나 이미 재산을 빼돌려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채무자 명의 재산이 없다”는 말은 지금 당장 집행할 대상이 없거나, 재산이 있더라도 채권자가 이를 특정하지 못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이는 채권 자체가 소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채권자들이 재산이 없으면 소송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집행이 막히면 곧바로 포기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면 이는 ‘시점의 문제’일 가능성도 큽니다. 강제집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의 현재 재산 상태를 전제로 이루어지지만, 채무자의 재산 상황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향후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재개하거나, 상속·증여를 받거나, 부동산·차량을 취득하는 등 재산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집행권원은 ‘미래의 강제집행’을 위해서라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행권원을 갖고 있으면 그 시점에 맞춰 즉시 압류·추심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따라서 강제집행이 당장 불가능하더라도 집행권원을 확보해 둘 필요성은 여전히 큽니다.

 

소송·집행을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

다만 예외는 존재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경제적 실익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자가 고령이거나 중증 질병으로 장래 소득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경우

장기간에 걸쳐 상속 가능성·소득 발생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은 경우

소액 사건으로 집행 비용이 회수 가능 금액을 명백히 초과하는 경우

사기 사건의 피고인으로 다수의 전과가 있거나 채무관계가 복잡하여, 장래 재산을 취득하더라도 차명 취득이나 소득 은닉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러한 경우라면 발생할 비용과 스트레스까지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집행권원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지급명령·민사소송·배상명령 등을 통해 집행권원은 확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행권원은 확보해 두어야 하는 이유

채무자 명의 재산이 지금은 없더라도, 집행권원을 확보해 두는 것 자체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1. 소멸시효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지급명령이나 판결 등으로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통상 해당 채권에는 10년의 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또한 압류 등 집행 절차를 진행하면 시효의 중단(갱신)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시효 연장을 위한 추가 절차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2. 채무자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

집행권원은 채무자 입장에서 “언제든 다시 집행당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금융거래·신용상의 제약, 장래 재산 취득 시 즉시 압류 가능성은 자발적 변제를 유도하는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해서 집행권원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채무자는 돈을 갚지 않았음에도 자유롭게 경제할동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3. ‘괘씸해서라도’ 집행권원을 유지하는 전략

실무적으로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채권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당장은 회수가 어렵더라도 집행권원을 유지하며 끝까지 추적하는 전략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집행권원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경우

집행권원은 “지금 쓰는 무기”가 아니라 “들고 있는 무기”입니다. 지금 당장 상대를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대가 방심하거나 재산을 취득하거나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순간 가장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다만 민사적 채무관계에서 채무자가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무조정 절차에서 채권자가 일부 변제를 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변제 없이 면책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민사채권은 채무자가 면책결정을 받으면 소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의 원인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인 경우에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소송 및 집행, 포기하지 마세요

채무자 명의 재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현재 상황, 장래 재산 취득 가능성, 집행 비용 대비 실익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당장은 막혀 보이더라도,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더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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