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불리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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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불리해지지 않나요? 

백도현 변호사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불리해지지 않나요?

형사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분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 중 하나가 진술입니다.
“아무 말도 안 하면 더 의심받는 거 아닌가요?”
“진술 거부하면 불리하게 보지 않나요?”
이 질문에는 공통된 걱정이 담겨 있습니다. 침묵이 곧 불리한 선택이 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술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이를 행사했다는 사정 자체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진술거부권이 어떤 권리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진술거부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진술 외에도 여러 자료를 통해 사건을 판단합니다. 계좌 내역, 통신 기록, 포렌식 자료, 주변 진술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했지만, 다른 객관적 자료들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정리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진술거부는 불리함을 피하기 위한 선택일 수는 있지만, 사건 자체를 멈추게 하는 수단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진술거부권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초기 진술의 영향력이 특히 큽니다. 첫 조사에서의 말 한마디가 이후 진술의 기준점이 되고, 나중에 설명을 보충하거나 수정하려 할 때 신빙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설명하다가, 의도와 다르게 기록으로 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많이 오해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하면 반성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반성 여부는 진술거부권 행사와 동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진술거부는 권리 행사일 뿐, 반성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성은 사건 전반의 태도, 이후 행동,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진술거부권은 선택의 문제이지, 항상 최선의 답은 아닙니다. 사실관계가 단순하고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필요한 범위에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법적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사안에서는, 불필요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건, 진술거부권은 조사 전반에 걸쳐 행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일부 질문에 답하다가, 특정 질문부터 거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 번 말했으니 끝까지 말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불리해지지는 않습니다. 진술거부권은 방어권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다만 그 권리를 언제, 어떤 범위로 행사할지는 사건의 성격과 수사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말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단계에서 어떤 말이 기록으로 남는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진술은 되돌릴 수 없고, 기록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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