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동의했다고 했는데 왜 성범죄가 되나요?
성범죄 상담에서 가장 억울하다는 말로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서로 동의한 관계였어요.”
그런데도 수사가 진행되고, 혐의가 문제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혼란은 ‘동의’라는 말이 일상에서 쓰이는 의미와, 법이 요구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에서 말하는 동의는 단순한 호의나 묵인이 아닙니다. 그 순간의 상황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명확하게 형성된 의사표시였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형사사건에서 동의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물리적인 힘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동의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관계의 우위, 업무상 지위, 심리적 압박, 술이나 약물로 인한 판단 능력 저하 같은 요소가 있었다면, 법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였는지”를 다시 묻습니다. 상대가 명확히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또 자주 문제가 되는 게 사후 번복 주장입니다. 사건 당시에는 별다른 거부가 없었는데, 이후에 “사실은 원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는 건 감정의 변화 자체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동의가 성립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즉, 나중에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였다면, 사후 진술이 신빙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에서는 사후 번복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겉으로는 동의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관계상 압박이 있었는지, 술에 취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는지 같은 요소들이 뒤늦게 정리되면서 문제 되는 겁니다.
문자나 카톡 같은 사후 대화도 자주 쟁점이 됩니다. 사건 이후 평소처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동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은 이 역시 결정적인 근거로 보지 않습니다. 사건 이후의 태도는 여러 이유로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심리적 혼란이나 관계 유지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만으로 동의를 추단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동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한 장면만 떼어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전후의 관계, 사건 당시의 환경, 두 사람의 위치와 상태를 모두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래서 당사자는 “분명 동의였다”고 느끼는데, 법적 판단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정리하면, 성범죄에서 말하는 동의는 단순한 침묵이나 분위기가 아니라, 자유롭고 명확한 의사표시를 의미합니다. 사후에 동의가 없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모두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동의했다고 믿었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간극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억울함만 커지고 대응 시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니라, 당시 상황이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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