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과 성희롱, 어디서 갈리나요?
강제추행과 성희롱, 어디서 갈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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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강제추행과 성희롱, 어디서 갈리나요? 

이정민 변호사

강제추행과 성희롱, 어디서 갈리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그 정도로 강제추행까지 되나요?”
“이건 성희롱 아닌가요?”
두 단어를 비슷하게 쓰는 경우가 많지만, 법에서 보는 기준은 분명히 다릅니다. 어디서 선이 갈리는지에 따라 사건의 무게도 전혀 달라집니다.

가장 큰 차이는 형사처벌 대상인지 여부입니다.
강제추행은 형법상 범죄이고,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이 아니라 행정·민사 영역에서 문제 되는 개념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바로 추행성강제성입니다.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해서 반드시 때리거나 위협적인 말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졌고, 그 접촉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라면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물리력이 크지 않아도 강제추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면 성희롱은 주로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문제 됩니다. 성적인 말, 농담, 시선, 메시지처럼 신체 접촉이 없는 행위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는 성적 언동이 반복되거나, 지위·관계를 이용해 이루어졌다면 성희롱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성희롱 자체는 형법상의 범죄로 처벌되기보다는, 징계·손해배상·행정적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접촉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강제추행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접촉이 없다고 해서 항상 성희롱에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신체 접촉이 아주 짧았더라도 그 상황과 맥락상 성적 의미가 분명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다면 강제추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쾌한 발언이나 메시지가 있었더라도, 형사처벌 요건까지는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상황과 관계입니다. 업무상 위력, 지위, 관계의 우위가 개입된 경우에는 강제성 판단이 훨씬 엄격해집니다. 상대방이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의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왜 바로 거절하지 않았느냐”보다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였는지”가 더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정리하면, 강제추행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로서 신체 접촉과 강제성이 핵심이고, 성희롱은 접촉 여부와 관계없이 성적 언동으로 인한 침해를 문제 삼는 개념입니다. 둘의 경계는 생각보다 미묘하고,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는 성희롱 아닌가” 혹은 “설마 강제추행이겠냐”는 개인적 판단만으로 넘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건의 결론은 행위의 내용보다, 그 행위가 이루어진 맥락과 상대방의 처지까지 함께 놓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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