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말하는 ‘별도 수임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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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말하는 ‘별도 수임료’의 진실 

엄세연 변호사

"이왕 이혼소송 맡겼는데, 상대방 재산조회 좀 같이 해주시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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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진행 중인데, 가압류도 같이 좀 해주세요.“

 

하나의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서로 얽혀 있거나,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 새로운 쟁점이나 절차가 추가로 필요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연관된 일인데 한 번에 같이 처리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느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실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요청에 “그 부분은 별도 사건으로 수임해야 합니다”라고 답변드리면, 적지 않은 의뢰인분들이 “벌써 수임료 다 드렸는데 왜 자꾸 돈 얘기만 하세요?”라며 섭섭해하시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변호사가 돈을 더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법률 서비스의 구조를 이해하시면, 왜 각각의 사건을 별도로 수임해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법률서비스의 원리를 병원 진료 과정에 빗대어 쉽게 설명드리려 합니다.

 

하나의 질병, 하나의 진료과

병원에 가면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으로 진료과가 나뉘어 있죠. 만일 감기로 내과를 찾았다가 "저 지금 무릎도 아픈데 같이 봐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내과 선생님은 정형외과 진료를 권유하실 겁니다. 이것은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각 진료과마다 진료 영역과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률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소송을 의뢰하셨다면 변호사는 혼인관계 해소,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 이혼과 직접 관련된 사항을 대리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는 별개의 법률관계입니다. 마치 감기 치료와 무릎 치료가 다른 것처럼, 이혼소송과 가압류는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도, 진행 절차도, 법적 쟁점도 완전히 다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같은 상대방을 상대로 한 사건이고, 내용도 연결되어 보이기 때문에 “어차피 같은 일 아닌가요? 왜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나요?”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 체계상 이들은 전혀 다른 절차로 분리되어 있으며, 변호사가 각각의 사건마다 새로운 서류를 작성하고 독립된 법적 판단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수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변호사가 수임료를 추가로 요청드리는 것은 동일한 일을 반복 청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독립된 새 절차를 정확하고 책임 있게 진행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위임장에 도장 찍는 이유

변호사와 상담하거나 사건을 맡기실 때, 그 위임장에는 반드시 ‘위임사항’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혼소송 대리”, “형사사건 변호”, “대여금청구소송 대리”처럼 어떤 사건을 맡기는지 명확히 기재되죠.

 

이 부분이 단순한 형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위임장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신해 행동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정해주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서류에 적힌 내용이 변호사가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됩니다.

 

그래서 이혼소송만 맡긴 상태에서 가압류나 채권추심 같은 별도 절차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추가 위임이 필요합니다. 이는 변호사가 권한 없이 함부로 사건을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이기도 하고, 반대로 의뢰인의 권리를 확실히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알고 상담하시면 훨씬 유리합니다. 상담이나 계약 단계에서 “이 위임장에는 어떤 업무까지 포함되나요?”, “가압류나 손해배상청구는 따로 진행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위임 범위를 명확히 해두면,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에 “그건 별도 수임입니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 없이 사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위임장은 의뢰인의 권리를 명확히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때문에 도장 찍기 전, 반드시 담당 변호사와 ‘이 문서에 포함된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짚고 넘어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작은 확인이 추후 사건의 방향과 비용 투명성에도 큰 차이를 만들어 줍니다.

 

변호사가 알려주는 추가 절차들

일선 실무에서 보면, 여러 사건에서 비슷하게 함께 검토해 두면 좋은 절차들이 있습니다.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이혼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상대방이 재산을 미리 처분하려 하거나 은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압류나 재산조회 같은 재산보전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만, 이 절차들은 이혼 본안과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통상 가압류 신청 수임료가 따로 책정됩니다. 따라서 상담 초기 단계에서 “재산보전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있나요?”를 미리 확인해두시면 훨씬 효율적입니다.

 

형사사건에서도 비슷한 연계 절차가 많습니다. 피해자 입장이라면 형사고소 외에도 이후에 손해배상 청구(민사소송)가 필요할 수 있고, 피고인 입장이라면 합의나 반의사불벌 절차 등 별도의 조정 과정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각 절차는 목적과 법원이 다르기 때문에, 변호사와 상담할 때 어떤 부분까지 맡길지 구체적으로 구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금전관계 사건(대여금, 투자사기, 채권추심 등)에서는 본안 소송뿐 아니라 가압류나 추심 절차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재산을 미리 빼돌렸다면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기 상담 단계에서 추심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확인해두면, 전체 사건의 구조를 분명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법률사건은 분야에 따라 달라도, 병행 가능한 절차의 흐름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처음 상담할 때부터 “이 사건에 어떤 추가 절차를 함께 고려하면 좋을까”를 변호사와 상의해두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한층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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