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을 하다 보면 3급 지적장애인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치매 어르신들이 범죄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기범들은 "휴대폰 요금을 훨씬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신용등급 올려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달콤한 말로 접근해 피해자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뒤, 이를 담보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대출까지 받아내는 이른바 ‘작업대출’ 수법을 빈번히 사용합니다. 더 나아가 가족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금전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역시 이분들에게서 되풀이되는 대표적인 피해 유형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한 후입니다. 가족들이 뒤늦게 상황을 알고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도, 휴대폰 해지나 금융계약 취소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가족이 대신해서 처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계약자 본인이 직접 오셔야 합니다"라는 원칙 앞에서 가족들은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각종 금융사기와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가족이 대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바로 '성년후견인 제도'입니다.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오늘은 이 제도가 어떻게 우리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가족이 직면하는 현실의 벽
우리 아들이 장애가 있어서 잘 모르고 속은 건데, 왜 가족인 제가 대신 처리할 수 없나요?
문제가 발생한 후 가족들이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되어 해결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곧바로 법적인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기범들이 피해자를 꾀어내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대출을 실행할 때는 절차가 놀라울 정도로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신분증 제시와 형식적인 서명, 몇 마디 대답만으로도 본인 동의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가족이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되어 해지나 취소를 시도하면,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이미 체결된 계약을 취소하거나 취소하는 과정에서는 통신사나 금융기관이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고 실제로 거부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만일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나 판단력이 떨어진 고령 부모님을 가족이 가족이 직접 동행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통신사나 대출기관에서는 ‘본인의 명확한 이해와 동의’를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본인이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동의 의사표시를 일관되게 하지 못하면, 오히려 처리 절차가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더 나아가 지적장애나 치매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 불분명한 경우, 설령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법적 분쟁에서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결국 “본인을 데려가면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가족들이 예상치 못한 법적 난관 앞에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 수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결국 피해자와 가족들만 더 큰 고통을 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년후견인 제도, 가족을 지키는 법적 해결책
바로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이 성년후견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성인이지만 정신적 제약 등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민법상 마련된 장치입니다. 후견제도는 크게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중 성년후견이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성년후견인이 법원 심판을 통해 선임되면, 민법 제947조에 따라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전반에 관해 법적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족적 지위가 아닌, 가정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법정 대리권이므로 통신사, 금융기관, 보험회사, 행정기관 등 어떤 기관에서도 이 권한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후견인의 정당한 대리행위를 거부한다면 해당 기관이 오히려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성년후견인은 단순 대리권만 갖는 것이 아니라 피후견인이 이미 한 법률행위에 대해 취소권(민법 제9조)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지적장애인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노인이 사기범에게 속아 휴대폰 계약이나 고금리 대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성년후견인이 개입하면 그 계약을 법적으로 취소시켜 피해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족 단독으로 행사하기는 어려운 권한이므로, 사실상 피해회복과 피해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법적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성년후견인은 반드시 가족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피후견인의 이해관계인이라면 누구든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피후견인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후견인을 선임합니다. 통상적으로는 부모나 형제 등 가까운 가족이 맡는 경우가 많지만, 필요하다면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후견법인 등 제3자가 후견인으로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를 통한 성년후견인 신청의 장점
성년후견인 신청은 가족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면 훨씬 안전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문 변호사는 정확한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피후견인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중 어떤 유형이 적합한지를 면밀히 검토하며, 각 유형에 따른 권한 범위까지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또한, 신청 절차의 전문성도 큰 장점입니다.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다양한 서류 준비, 의사능력 감정을 위한 절차, 법원 심리 과정에 대한 대응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신청 기간을 단축하고 인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변호사를 통한 신청은 단순히 후견인 선임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사후 관리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후견인 선임은 출발점일 뿐, 이후에는 피후견인의 재산관리·계약 해지·손해배상 청구·형사고발과 같은 다양한 법적 대응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함께한다면 단순 행정적 처리에 그치지 않고, 법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변호사를 통한 신청은 ‘신청 성공 → 사후대응’까지 끊김 없는 보호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해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
성년후견인을 통한 대응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시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서둘러 대책을 찾지만, 그때는 이미 증거 확보가 어렵고 사기 가해자들이 잠적해 추적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작업대출이나 불법 금융 피해는 단 하루만 지나도 엄청난 이자와 연체료가 누적되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사후 대응만으로는 회복이 매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은 단순히 "사고 후 수습"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피해를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제도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불필요한 금융상품 가입이나 고위험 계약 체결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보이스피싱·작업대출과 같은 사기 범죄 시도 자체를 초기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성년후견은 “문제가 터진 뒤에 대응하는 제도”가 아니라,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족을 지켜주는 법적 안전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에 판단·의사결정 능력이 약화된 분이 계시다면, 피해가 발생한 후 발만 동동 구르기 전에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서 성년후견인 선임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피해가 발생한 순간부터는 시간과 비용이 눈깜짝할 새에 소모되지만, 성년후견 제도를 미리 활용한다면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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