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울림을 가집니다. 특히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에서 이 단어가 등장할 경우, 사람들의 시선은 매우 날카롭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그만큼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억울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치명적인 낙인이 될 수 있음을 저는 수많은 사건을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동학대전문변호사 조기현입니다. 오늘은 최근 제가 조력한 억울한 아동학대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고의 배경과 불완전한 수사 시작
사건의 시작은 한 통의 신고 전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는 평소 내성적인 성향이던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하며, 특정 교사에 대해 불안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유치원 측에 항의하였고, 이후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졌습니다.
정서적 학대 혐의는 신체적 폭력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거의 확보가 어렵고, 해석의 여지가 넓은 분야입니다. 때문에 억울한 신고나 확대 해석으로 인한 무리한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뢰인은 경찰 조사 초기에 이미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대기발령이 내려졌고, 지인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수사도 시작되지 않았고, 혐의가 인정된 것도 아닌 상황이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는 유죄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이 사건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내고 교사로서의 명예와
일상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수사기록 분석과 핵심 쟁점 정리
수사기록을 열람한 후, 저는 수사의 흐름이 고소인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였습니다. 피해 아동은 당시 만 5세였으며, 진술의 일관성이나 구체성보다는 보호자의 유도에 가까운 진술과 일부 단편적인 장면이 핵심 증거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쟁점은 유치원 CCTV에 촬영된 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이가 정리정돈을 하지 않자, 의뢰인이 아이 앞에 무릎을 꿇리고 손을 잡은 채 몇 초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고소인은 이 장면이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위협적이었고, 부당한 권위적 처벌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장면을 단독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아이의 이전 행동, 교사의 평소 태도, 당시 수업의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물리적 상해나 지속적 언어폭력이 가해진 정황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시 보조교사의 진술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교사는 늘 차분하게 아이들을 지도했고,
폭언이나 강압적 통제는 없었다
방어 전략 수립과 증거 구축
저는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설정하였습니다.
💡 첫째, CCTV 영상을 전체적으로 분석하여 문제로 지적된 장면이 정황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자료로 재구성하였습니다. 해당 장면 이전과 이후의 교사와 아이의 상호작용, 주변 아이들의 반응 등을 상세히 분석하여 정서적 학대가 아닌 일시적 생활지도의 맥락으로 설명하였습니다.
💡 둘째,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다른 교사들의 진술서를 확보하였습니다. 특히 피해 아동과 의뢰인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교사들로부터 “해당 교사는 정기적으로 아이와 개별 상담을 진행하였고, 과도한 통제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일이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받았습니다.
💡 셋째, 의뢰인의 교육 이력과 지도 철학이 드러날 수 있는 인사기록, 학부모 상담일지, 교육일지, 자체교육 평가자료 등을 수집하여, 아이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정성적 자료들이 단순히 행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진정성과 오랜 기간 형성된 신뢰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찰 의견서 제출과 무혐의 처분
이러한 대응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진술의 한계와 CCTV 장면의 오해 가능성을 해명하였고,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주장을 펼쳤습니다.
✅ CCTV 영상만으로는 고의성과 반복성을 입증할 수 없으며, 전체 맥락상 통제와 지도의 범위를 넘지 않음
✅ 피해 아동의 진술이 보호자의 주관적 감정에 의존하여 형성되었고, 반복적 학대가 존재하지 않았음
✅ 정서적 학대 판단은 교육현장의 맥락을 무시한 채 단편적 장면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됨
검찰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약 한 달간의 추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의뢰인에 대한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사의 처분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정서적 학대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며,
반복적이거나 고의적인 학대행위로 보기 어려움

무혐의 결정의 의미
무혐의 통지를 받은 날, 의뢰인은 저를 마주하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긴 침묵 끝에 조용히
“감사합니다. 제 인생이 여기서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사건을 맡을 때마다 ‘법률적 결과’만이 아니라, 의뢰인의 삶과 명예, 감정의 회복까지도 조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 점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해준 사례였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단지 형사처벌 여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에게는 자격정지나 취업제한, 내부징계, 명예훼손, 주변의 시선 등 복합적인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더욱이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일단 입건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평생 기록처럼 남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고의도 반복성도 없었던 지도를 정서적 학대로 오해받은 사례는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유치원 교사, 어린이집 교사, 특수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소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법적 판단 이전에 사회적 처벌을 먼저 받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정당한 교육행위와 학대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적인 법률조력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교사의 지도권과 아동의 보호권이 균형 있게 존중받는 사회, 교사들이 위축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률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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