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불륜, 가정폭력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상황에서 오히려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무책배우자는 어떠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우리나라 이혼법의 핵심인 유책주의 원칙과 직결되는 중요한 법적 쟁점입니다. 최근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은 이에 대한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유책주의 원칙과 예외적 허용
우리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채택하여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혼인관계를 깨뜨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채택하면서도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당초의 유책성이 상당 기간 경과 후에도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나.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다. 세월의 경과에 따라 최초 혼인파탄 상태 초래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2.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의 의미
위 대법원 사건에서는 남편이 2009년경 중국 체류 중 현지법인 소속 직원과 내연관계를 유지하며 혼외자를 둔 사실이 2011년경 발각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10월 임시조치결정에 따른 별거가 시작되어 판결 당시까지 5년 이상 지속되었고, 2016년경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에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수의 민사소송 및 형사고발 등이 계속되었습니다. 쌍방 모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특별한 시도나 노력 없이 형식적 혼인관계만 유지되었고, 회사 경영권 및 재산권을 둘러싼 각종 분쟁 과정에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최초 혼인파탄의 계기가 된 2011년경 밝혀진 원고의 내연관계 등에만 주목한 채, 그 후 쌍방 간에 온전한 형태의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없이 계속된 불화와 별거·파탄의 경과를 고려하지 아니한 결과”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원, 피고 사이에 있었던 혼인기간 중의 사정을 전 기간에 걸쳐 구체적․실질적으로 살펴 혼인파탄의 실질적 원인이 원고의 내연관계 및 혼외자 존재 때문인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 등 원, 피고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해야 할 다른 사정 때문인지 혹은 그 각 사정이 상호 불가분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인지 등을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단순히 최초의 유책행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전체적인 경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특히 “2016. 4.경부터 약 6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원․피고 사이 의 주식회사 △△ 및 별도 회사의 경영권 등 재산권을 둘러싼 지속적인 분쟁이야 말로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혼인관계 최종 파탄의 직접적ㆍ근본적인 원인이 되 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3. 무책배우자의 대응 방향
대법원은 또한 “부부가 협조하여 혼인관계의 장애를 극복하는 일은 부부간의 협조의무에서 우러나는 보편적인 과제”라고 하면서, 한쪽 배우자가 “원만한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도외시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적대시하는 등 부부 공동체로서의 혼인생활을 사실상 포기 또는 방기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 상대방 역시 혼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유책배우자 측에서 쌍방 책임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무책배우자로서는 본인이 대화를 거부하거나 혼인생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으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한 이혼 거부 의사가 아닌 온전한 형태로의 혼인관계 회복·유지에 대한 진지한 의사를 보여주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유책배우자가 제시하는 재산분할이나 위자료가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상쇄할 정도에 이르지 못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혼이 인정될 경우 본인과 자녀들이 겪게 될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객관적 자료로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혼인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일방적 행위에서 비롯되었으며, 본인은 부부간 협조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왔음을 명확히 하여 쌍방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4. 결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여러 고려사항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책배우자가 진심으로 혼인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고, 유책배우자가 제시하는 보상이 그동안의 피해를 충분히 메우지 못한다면 승소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안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논리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구체적인 사실들을 법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해서 대응 방법을 세우는 것이 승리의 열쇠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가정을 보호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법적 대응을 통해 충분히 소중한 가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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