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대기업 다니는 부부면 안정적이니까 이혼할 일이 없겠죠?” “둘 다 전문직이면 돈도 잘 벌고 별 문제 없지 않나요?” 그런데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부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훨씬 더 복잡하고 이혼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훨씬 더 처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문제없어 보이는데 안에서는 너무나 깊은 균열이 자리하고 있었던 거죠.
돈을 같이 버는데 육아는 왜 나만? 맞벌이 부부의 현실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보통 신혼 초에는 모든 게 완벽하게 흘러갑니다. 서로 좋은 직장에 다니니 원하는 신혼집, 고급 가전, 예물, 신혼여행까지 다 누릴 수 있죠. 서로 “역시 대기업 커플이 최고야”라고 자부하면서 소득도 두 배, 상여금도 두 배, 자산도 빠르게 불어납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해요. 육아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죠. 처음엔 둘 다 분담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더 많이 하게 돼요. 그리고 그 차이가 누적되면 불만이 생깁니다. 특히 여성 쪽에서 “왜 돈은 같이 버는데 육아는 나만 하냐”는 불만이 커지죠. 아이는 엄마를 더 찾게 되고 육아휴직도 보통 엄마가 먼저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됩니다. 그러면 아빠는 “나도 도와주고 있는데 왜 그래?”라고 하는데, 엄마 입장에선 그게 더 화나는 거예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거잖아.” 이 지점에서 맞벌이 부부의 반반 결혼이라는 판타지가 깨지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한 부부들인데 누군가 손해를 본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게 감정의 시작점이 되는 겁니다. 감정이 틀어지면 말투도 거칠어지고 거친 말은 싸움으로 이어지죠. 싸우다 보면 처음엔 육아 문제였던 게 점점 집안일, 생활습관, 예전 대화까지 다 꺼내며 전방위로 퍼지게 됩니다.
전업주부인 경우, 이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
반면에 한쪽만 경제활동을 하고 다른 한쪽이 전업주부일 경우 갈등이 똑같이 있어도 이혼까지 가는 경우는 훨씬 적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에요.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당장 이혼하면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지금까지 아이들 학원비, 생활비, 주거비를 다 남편 수입으로 감당해 왔는데 이혼하면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아이들은 지금의 환경에서 계속 자라길 원하고 엄마랑 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잖아요.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봐도 아이 둘 기준으로 200만 원에서 300만 원 남짓밖에 안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작은 집으로 옮기고, 생활 수준도 낮춰야 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변화도 클 수밖에 없죠. 그래서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 해도, 폭언을 한다 해도, 심지어 경제적 통제를 하더라도 아이들 클 때까지만 참자고 마음먹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이렇게 참다 참다 정말 한계가 왔을 때 비로소 이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불륜은 반복되지만 그만 참겠다는 결정은 단 한 번
상담하다 보면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첫 번째 불륜은 참았어요. 두 번째도 그냥 넘겼죠. 세 번째는 애들 생각해서 또 참았는데… 네 번째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어떤 경우엔 상간녀가 직접 연락을 해오기도 해요. 자존심도 상하고, 모욕도 받고, 이제는 이 사람과는 함께 못 살겠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특히 고소득 외벌이 남편의 경우 사업을 하거나 외부 활동이 많은 분들이 많다 보니 불륜의 유혹도 많고 기회도 많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만큼 그만큼의 외도 가능성도 커지는 거죠. 아내는 처음엔 참고 넘깁니다. 이혼한다고 더 나은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의 구조를 깨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결국은 기회와 빈도가 쌓이다 보면 그 마지막 하나가 임계점을 넘깁니다. 한 번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변해요.
그래도 이혼 이후의 삶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예전에는 이혼하면 여성의 삶이 무조건 어려워질 거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재산분할에서도 전업주부의 기여도가 꽤 높게 인정되고 혼인기간이 길수록 분할 비율도 높아집니다. 국민연금도 일정 기간 이상 혼인 관계에 있었다면 분할 청구가 가능하고, 아예 이혼 이후의 삶을 위한 법적 제도들이 마련돼 있어요. 물론 지금 생활보다 경제적으로 조금 줄어들 수는 있지만 무조건 나빠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정도면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판단이 서면 이혼을 결심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갈등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그래, 나도 이런 상황이야”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혹은 “나는 이혼하고 싶진 않은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는 이혼을 도와드리는 일도 하지만, 동시에 이혼을 막아드리는 상담도 합니다. 중요한 건 본인의 관계가 정말 회복 불가능한지, 아니면 조정 가능한 갈등인지 그 판단을 먼저 해야 해요. 그리고 그 판단은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혼자 하지 마시고 차분하게 전문가와 상의해보시는 걸 권유드립니다. 갈등은 누구에게나 생깁니다. 문제는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있어요. 이혼도 방법이고 회복도 방법입니다. 다만 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스스로의 삶, 아이들의 삶 그리고 이혼 이후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셔야 합니다.
오늘 글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고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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