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를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는 것이 허용되는 기본 원칙
상속 채무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보셨을 겁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장례비용, 부모님 통장에서 출금해서 써도 괜찮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장례비는 써도 된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죠. 실제로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장례비는 상속에 관한 비용으로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관행에 맞는 수준, 그러니까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3,000만 원 정도까지의 장례비 지출은 상속재산에서 부담할 수 있다고 보죠. 화장비, 납골당비, 묘지 비용, 상복비용 등 모든 장례 절차에 드는 통상적 비용은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는 게 맞다고 법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법원은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장례비는 가능하면 부의금으로 먼저 충당하고 부의금이 부족할 경우에만 상속재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부의금이 충분히 모였는데도 굳이 부모님 통장에서 돈을 빼서 장례비를 썼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장례비를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면 왜 위험할 수 있을까
"법원이 장례비를 상속재산으로 쓸 수 있다고 인정했는데 뭐가 문제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려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해서 상속채무까지 모두 승계하는 것으로 봅니다. 돌아가신 후 부모님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해서 장례비로 사용한 것도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겁니다. 특히나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인의 이런 예금 출금 기록을 발견하게 되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했다"라고 주장할 수 있겠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했더라도 무효로 되고 오히려 빚을 모두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안전하게 상속채무를 피하려고 했던 상속인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상속채무를 확실히 피하고 싶은 분들께는 돌아가신 이후 부모님 예금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부의금과 상속인의 자비로 장례비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장례를 치를 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부의금을 사용하거나 상속인 개인 돈으로 일단 장례비를 지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부의금은 '장례비를 보태라'는 취지로 주는 돈이기 때문에 부의금을 먼저 사용하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만약 부의금만으로 장례비를 모두 충당하지 못했다면 상속인들이 자비를 들여 장례를 치른 후에 나중에 한정승인이 확정되면 그 지출한 장례비를 청산절차에서 우선변제 받으면 됩니다. 물론 이때도 장례비 지출 내역을 꼼꼼히 증빙해야 합니다. 결제 영수증, 장례식장 계약서, 납골당 영수증 등을 잘 모아놓아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죠.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깔끔한 방법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통장에 돈이 있는데 그걸로 그냥 장례비 쓰면 되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지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상속재산을 건드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시비
만약 부모님 통장에서 돈을 출금해서 장례비로 사용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속채권자가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상속재산을 처분했다"고 주장하면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걸어올 수 있는 거죠. 상속인은 이런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또다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합니다. 처음부터 안전하게 부의금이나 개인 돈으로 처리했다면 애초에 생기지 않을 문제였는데 괜히 불필요한 시비를 만들게 되는 셈이죠. 특히 돌아가신 분의 예금을 장례비로 썼다고 해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장례비의 적정성'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왜 부의금이 있는데 상속재산을 썼느냐" "왜 이렇게 많은 장례비를 지출했느냐" 등의 주장을 하면서 공격할 수 있죠. 그러니 최대한 조심하고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입니다.
장례비 문제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단 하나
결국 결론은 명확합니다. 돌아가신 이후 상속재산, 특히 예금 통장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장례는 부의금과 상속인 개인 돈으로 치르세요. 장례비 지출 내역은 꼼꼼히 보관하세요. 이후 한정승인을 통해 장례비용을 정식으로 청산하고 보전받으세요. 이렇게 해야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확실하게 인정되고 나중에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게 됩니다. 물론 장례비 때문에 급한 마음이 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에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절차를 지키는 것"이 결국 나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괜히 인터넷 정보만 믿고 '장례비는 무조건 써도 된다'고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부의금이 있으면 부의금부터, 부의금이 부족하면 상속인 돈으로 그리고 이후 한정승인 심판을 통해 보전하는 것, 이게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 불안하더라도 안전하게 가야 합니다. 상속채무를 떠안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칼럼의 핵심, 다시 한번 정리합니다. 돌아가신 후 예금은 절대 건드리지 말고 부의금이나 상속인 자비로 장례를 치른 뒤 한정승인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 이 방법만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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