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아니, 왜 이렇게 소송이 안 끝나요?” “아니, 왜 또 조정이래요?” “이제는 좀 결론 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말씀들, 진짜 많이 들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상속 소송이 왜 오래 걸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오해가 생기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드려 보려고 해요.
제가 상담할 때도 항상 절차를 자세히 설명드리거든요. 그런데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왜 진행 안 되냐, 왜 판사님은 결정을 안 하냐, 왜 아무것도 안 하냐,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래서 솔직히 좀 억울하기도 하고요. 저희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속 소송은 ‘찾는’ 소송이에요
우리가 상속 소송을 한다는 건 결국 우리 부모님의 재산을 ‘찾기 위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그 재산이 단순히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로 빠졌는지, 누가 얼마를 썼는지, 누가 증여받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해요. 예를 들어 오빠한테 넘어갔는지, 언니한테 증여된 건지,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건지, 이런 걸 확인하려면 수많은 증거 신청을 해야 하죠.
그런데 이 ‘증거 신청’이라는 것도 소송 절차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막 “소장 내자마자 증거 신청부터 하자!” 이런 건 안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되기 전까지는 법원에서도 ‘이 사건이 제대로 시작됐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증거 신청을 준비하고 있어도 송달이 먼저 완료돼야 법원에서 이 증거 신청을 받아줍니다. 소장 접수된 다음날 바로 막 일 벌어지는 그런 일이 절대 없어요. 현실은 아주 조심스럽고 절차 중심적으로 흘러갑니다.
조정 기일에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게 정상’입니다
또 많이들 혼동하시는 게 “아니, 조정 간다면서 왜 증거 신청 안 해줘요?” 이런 질문이에요. 사실 이건 법원 구조를 모르셔서 생기는 오해예요.
우리가 말하는 기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조정기일이고,
둘째는 변론기일 또는 신문기일이에요.
조정기일은 말 그대로 싸우지 말고 합의해 보라는 자리입니다. 자녀들끼리 다툼이 있으니까 “일단 얘기 좀 해 봐요”라는 의미로 재판부가 설정한 거죠. 이 자리에선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판사님, 감정평가 좀 해 주세요!" "이 증거 신청 받아 주세요!" 하면, 법원 입장에선 “지금 화해하라는데 싸울 준비부터 하네?” 이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조정기일 중에는 실질적인 재판 행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정이 안 될 경우에만 변론기일로 넘어가고 그때부터야말로 증거 신청도 가능해지고 감정평가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감정평가도 마음대로 못 합니다
"왜 감정평가 안 해줘요?"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감정평가라는 건 법원이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조정이 먼저 실패한 다음에야 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간혹 예외적으로 조정보다 먼저 변론기일을 여는 재판부도 있어요. 이럴 땐 증거 신청도 되고 감정평가도 진행되죠. 그런데 대부분의 재판부는 조정을 먼저 시도합니다. 특히 상속 사건은 가족 간의 문제잖아요. 그러니까 법원도 무조건 다툼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한 번 얘기해 봐라”는 태도를 갖는 거죠.
그러다 보니 송달되고, 조정 가고, 조정이 결렬되면 다시 변론기일 열고, 그제야 증거 신청하고 감정평가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되니 소송이 느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절차가 그렇다’는 걸 이해하셔야 해요
요즘 정말 법원마다 사건이 너무 많습니다. 판사님들 입장에서는 "왜 빨리 안 해줘요?"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다툼 없이 그냥 “너가 이겨”라고 판결 내릴 수는 없잖아요. 모든 주장을 듣고, 근거도 보고, 그에 맞는 법리를 검토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이 길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상속 재산이야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예외적인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산이 있다면 그건 나중에라도 분배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느리더라도 잃어버린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유류분 소송도 마찬가지예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유류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때 그 상대방의 재산이 없어진다고 막 겁내실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가압류나 가처분 같은 조치도 해드리고 실제로 그런 재산은 임의로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로 막아두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돌려받게 됩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지언정, 방향은 그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정리하자면,
· 소송이 느린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입니다.
· 조정기일 중에는 증거 신청이나 감정평가가 제한됩니다.
· 재산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셔도 됩니다.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저희도 정말 마음이 급해져요. "빨리 끝내드리고 싶은데 이게 안 돼서 미치겠다…" 싶은 날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의뢰인분들께 혹은 상속 소송 중인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걸리는 중이지 멈춘 게 아닙니다. 그러니 다급한 마음, 조금만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오늘 글이 소송 과정에 대한 불안과 오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률사무소 카라 유지은 대표변호사는 이혼/상속전문변호사로 직접 상담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