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오동현 변호사입니다.
올 상반기는 정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의뢰인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건들을 접하면서,
낮에는 전국 각지의 법원과 검찰청, 경찰서를 돌아다니고, 밤에는 끊임없이 서면을 작성하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마침 오늘도 지방조사를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는 길인데, 오늘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님과 치열하게 주고 받다보니까 도저히 서면을 쓸 정신적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네요..
그래서 오늘은 기차에서, 최근 수행한 사건의 성공사례를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준비서면, 의견서 등 법률서면은 머리가 쌩쌩 돌아갈 때 쓰는 것을 나름의 업무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야 퍼포먼스도, 사건 결과도 좋더라구요.)

아무도 없는 KTX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이번 사건은 작업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여된 의뢰인 분을 (집행유예 등의 불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방어해드린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 분께서는 급한 상황으로 인하여 대출이 필요하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도권 내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내주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알아보시다가 소위 말하는 '작업대출'까지 알아보게 되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작업대출'이 뭔가요?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대략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 사업자등록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하여 대출을 받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작업대출'을 연계해주거나 가능하게 해주는 업자들을 '작업대출업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보신 분들도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2017년 영화 '원라인'이 이러한 작업대출업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꽤나 재밌게 봤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서 감상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대본대로 하면 돈 나옵니다"입니다^^;)
문제는 최근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이런 '작업대출업자'를 사칭하여, 대출이 절실한 분들에게 접근하여 범죄에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즉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작업대출'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저희 의뢰인 분과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작업대출'은 해주지 않고, (유형1)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입금된 돈을 다시 어디로 송금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유형2) 통장 비밀번호나 카드 등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유형1)의 경우는 쉽게 말하여 돈세탁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편하실 것 같은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바로 입금을 받지 않고, 작업대출이 필요한 분들에게 돈을 대신 받아서 내 통장(또는 몇 단계를 거칠 수도 있습니다)에 넣어달라는 것이고,
(유형2)의 경우는 쉽게 말하면 대포통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2가지 유형에 따라 (유형1)의 경우는 사기방조(전기통신금융사기방조)의 죄책으로, (유형2)의 경우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죄책으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섬뜩하죠?
아무튼, 이번 사건은 (유형2)의 경우였습니다. (유형1의 경우는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별도의 글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포통장 멀리 하세요. 그래도 문제 생기면 오동현 변호사를 찾아오세요..
저희 의뢰인 분께서는 '작업대출'을 받으려다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통장 사본, 비밀번호 등이 필요하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속아서 이를 몽땅 전달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의뢰인 분께서 기대했던 '작업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저희 의뢰인 분께서는 '대포통장'의 명의인이 되셨으며, 저희 의뢰인 분 명의의 통장은 전국 각지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것입니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저희 의뢰인 분께서는 경찰조사를 다녀오시고 난 후에, 뒤늦게 저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변호사님을 통해서 제대로 대응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이에 저는 담당 수사팀 정보를 확인하고 선임계를 제출함과 동시에, 수사관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서 이 사건을 제가 맡아서 할 것이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신 수사관님께서 저를 약간 안쓰럽게 여기는 듯한.. 다소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이신게 아니겠어요?
그 이유는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담하실 때 이런 말씀은 없으셨잖아요... 1
의뢰인 분과 첫 상담을 했을 때 경찰조사에 홀로 가셔서 불리한 진술을 하셨을 수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무혐의를 다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서 무혐의 방향으로 전략을 짰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피의자신문조서를 확인해보니, 의뢰인 분께서 시원하게 혐의를 인정하신 것이었습니다!
물론 의뢰인 분의 잘못은 전혀 아니었으며, 다만 변호사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었을 뿐입니다. 이에 저는 이 사건의 방향을 기소유예 방향으로 틀어서 다시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기소유예'란, 검사가 어떤 범죄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기소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입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처분의 일종이며, 피의자는 재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즉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들 중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하실 때 이런 말씀은 없으셨잖아요... 2
아뿔싸...
의뢰인 분께서 집행유예의 전과가 있으셨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의뢰인 분의 잘못은 전혀 아니였고, 상담을 할 때 미리 확인하지 못한 제 불찰이었습니다ㅠ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집행유예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범죄에 대해 기소유예를 받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떻게든 이 사건에 대하여 기소유예를 받아내려고 했습니다.
제 지론 중 하나가, "변호사가 사건을 포기하면 그 사건은 끝이다."라는 것입니다. 뭐 "의사가 치료를 포기하면 그 질병은 끝이다."라는 말과 같이 하나마나한 당연한 소리이지만, 제가 이 사건을 포기해버리는 순간 저희 의뢰인 분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특히 집행유예 때문에 그 처벌 강도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전략을 짰나고요?

회유와 압박, 당근과 채찍, 굿캅 배드캅, 천사와 악마..
기소유예를 구하기 위한 의견서는, 기본적으로 사죄와 진지한 반성, 재발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를 담아야 합니다.
즉 바짝 엎드려서 용서를 구해야하죠.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의뢰인 분께서 집행유예가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약간의 모험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저는 기본적인 반성의 스탠스를 전제로 하면서도, 사실관계가 유사한 사안에서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판결례를 최대한 인용하면서, 이 사건 역시 재판으로 갈 경우에 무죄로 선고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였습니다.
마치 "검사님,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며, 위법성 정도도 낮습니다만, 이 사건이 기소된다면 무죄로 선고되지 않을까요?"와 같은 뉘앙스를 풍긴 것이죠.
이러한 주장은 잘못하면 자칫하면 검사님께 상당히 무례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어서, 섬세한 선타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검사실과 직접 통화하며 분위기를 살핀 후에, 의견서 역시 섬세한 톤으로 조절하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법리적 주장은 치밀하게 개진했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입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의뢰인 분께서 혼자 조사를 다녀오셔서 혐의 인정을 해버리시고,
집행유예가 있는 상황에서, '기소유예'를 받아낸 것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집행유예가 있는데 특히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서 '기소유예'가 나오는 것은 정말 큰 성공입니다(제가 '큰 성공' 이런 표현 잘 안씁니다..) 이는 제가 이 사건을 특히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의뢰인 분과 저는 짜릿한 도파민을 느끼며, 이번 사건 역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벌써 서울에 다 와가네요.
간만에 머리를 끄고 도파민이 넘쳤던 순간의 글을 쓰니, 정신적 에너지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쌩쌩해진 머리를 가지고, 오늘도 밤새 즐겁게 서면을 써봐야겠습니다.
무혐의는 안되는거에요...? 문의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작업대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하여 혐의없음(무혐의)을 받아낸 사안도 당연히 다수 있습니다^^;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lawtalk.co.kr/posts/125306 (작업대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혐의 성공사례)
오동현 변호사
現)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前)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국내 4대 대형로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수석입학, 최우등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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