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문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작성한 표준계약서로서, 실제 민간 건설공사 부분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표준계약서가 "총액계약"의 형태로 작성되어 있으면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증액에 관하여는 '산출내역서'에 따라 증액하도록 규정하여, "단가계약"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며, "총액계약"을 전체적으로 따르면서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부분만 "단가계약"을 따르는 바람에 오히려 추가공사대금에 관한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하 항을 달리하여 상세히 살펴봅니다.
2. 공사도급계약의 방식에 따른 4가지 분류
공사도급계약은 "공사대금의 산정방식"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총액계약, 단가계약, 실비정산 보수가산 계약, 총액 단가계약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 계약사례를 포함한 실무에서는 이 4가지 방식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 총액계약
총액계약은 정액계약이라고도 하며, "해당 계약 목적물 전체에 대한 공사비 총액을 정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아파트 5개 동 500세대 건설하는 데에 500억원'이런 식으로 총액(500억원)을 정해두는 계약 방식입니다.
총액계약의 경우 도급인 입장에서 추후 예기치 못한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수급인 입장에서는 실제 공사비를 절감하는 경우 그 이익을 수급인이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애용됩니다. 그러나 계약 전에 설계도가 완성되어야 하므로 계약 체결에 시간이 늦어질 수 있고, 추가공사나 설계변경 시 분쟁의 소지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나. 단가계약
단가계약은 "개별공정 또는 항목에 대한 단가와 요율만을 정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구체적인 수량은 계약이행 과정에서 결정되며, 준공 시점의 수량에 따라 공사대금을 정산합니다. 따라서 "물량내역서" 또는 "산출내역서"가 계약 필수서류이며, 공사 도중 발생한 물가 변동 및 단가/내역의 증감에 따라 계약 내역 변경이 발생합니다.
보통은 사전에 물량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는 경우 체결되기에, 민간공사가 아닌 관급공사에서 많이 체결됩니다. 실제 공사한 내용 만큼 돈을 주고받는 장점이 있지만,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공사금액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 실비정산 보수가산 계약
실비정산계약이라고도 부르며, 말 그대로 "공사에 대한 실제 지출 비용(실비)을 정산하고 그 실비에 계약시 미리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보수'를 가산하여 공사비를 정하기로 하는 계약 방식"을 말합니다. 발주자(도급인)이 시공자(수급인)을 신뢰할 수 있고, 발주자가 발생한 원가를 통제할 수 있는 경우 체결되는 계약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으나, 사공자가 현장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도급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때문에 건설공사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도급인(발주자)가 진행해야 하는 계약방식이기도 합니다.
라. 총액 단가계약
총액 단가계약은 "총액계약을 하면서 후에 설계변경 등을 예정하여 공사대금 조정을 위한 단가산정근거를 별도의 계약 내용으로 명시하는 계약 방식"을 말합니다. 총액계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식으로 물량내역서 또는 산출내역서가 계약 시 필수서류로 첨부됩니다.
이제부터 말하려는 표준계약서가 총액 단가계약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3. 표준계약서, 추가공사대금에 대한 분쟁의 소지만 높이고 있다.
총액계약과 단가계약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그러나 "총액 단가계약"은 양자의 절충안으로 보여 얼핏 보면 두개의 단점을 보완한 계약방식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표준계약서가 "총액 단가계약" 방식으로 계약 조항을 구성한 것은 양 방식의 단점을 모두 극복하기 위한 것이겠으나, 오히려 추가공사대금에 대한 분쟁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이 총액계약인지 단가계약인지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
"공사도급계약은 대금의 지급방식에 따라 크게 총액계약과 단가계약으로 나눌 수 있다. 총액계약은 계약 목적물 전체에 대한 공사대금 총액을 정하여 체결하는 계약을, 단가계약은 개별공정 또는 항목에 대한 단가와 요율을 근거로 체결하는 계약을 뜻한다. 공사도급계약이 총액계약인지, 단가계약인지는 계약의 해석 문제로서 공사도급계약서에서 정한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만일 공사도급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이를 알기 어렵다면 계약 해석의 일반원칙에 따라 계약의 동기나 목적, 계약이행 과정에서 당사자의 태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7다3024 판결).
대부분의 민간공사가 표준계약서를 따르고 있으므로, 표준계약서 중 추가 공사비에 관한 제21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제21조(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① 설계서의 내용이 공사현장의 상태와 일치하지 않거나 불분명, 누락, 오류가 있을 때 또는 시공에 관하여 예기하지 못한 상태가 발생되거나 안전사고의 우려, 사업계획의 변경 등으로 인하여 추가 시설물(가설구조물을 포함)의 설치가 필요한 때에는 "도급인"은 설계를 변경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의 증감이 발생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공사기간을 연장하거나 단축한다.
1. 증감된 공사의 단가는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산출내역서상의 단가를 기준으로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2.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로 한다.
3. 증감된 공사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 등은 산출내역서상의 율을 적용한다.
길게 써 있지만, 제21조는 결국 "산출내역서"에 따라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인정한다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산출내역서는 총액계약이 아닌 단가계약 방식에서 활용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민간공사는 총액계약 방식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개별 공정에 대한 단가는 계약 당시 정해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산출내역서 또는 물량내역서를 첨부한다고 해도 형식적인 것에 그칩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민간공사 도급계약에서 산출내역서/물량내역서는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눈여겨 보지 않고, 제대로 약정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제대로 약정하지 않고 지나가므로, 추가 공사비 문제가 생기는 경우 원점에서부터 싸우는 것이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4.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 바뀌어야 한다.
추가공사비 분쟁에 대하여 대법원은 "총공사대금을 정하여 한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에게 당초의 공사대금을 초과하는 금원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고, 다만 수급인이 본계약내용에 없는 추가공사를 하였다면 그에 대한 추가공사비를 지급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고 판시하면서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으나(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다63870 판결),
이것이 개별 사건에 대한 분쟁 조정의 기준은 될 수 있을지언정, "도급계약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려는 목적 및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표준계약서"가 취할 입장은 아닙니다.
추가 공사비 갈등은 공사도급계약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그렇다면 표준계약서가 이런 분쟁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산출내역서/물량내역서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조항을 삭제하거나, 산출내역서/물량내역서의 구체적인 양식과 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계약 당사자(도급인/수급인)이 억지로라도 계약 체결 당시 일정 수준의 합의에 이르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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