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오동현 변호사입니다.
저희 뉴로이어 법률사무소는 사이버범죄, 신산업ㆍ신기술 분야 특화 로펌으로서,
각종 부정경쟁방지법, 표시광고법, 저작권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사건들에 관하여 다수의 이커머스 사업자 분들의 의뢰를 받아 소송 및 자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제가 대형로펌에서 개업시장으로 나온 이후 첫 번째로 수임한 사건이라서 기억에 남기도 하거니와,
제가 사건에 임하는 자세와 저의 업무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안이라서, 별도의 게시글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2024년 봄, 저는 호기롭게 대형로펌을 박차고 나와 개업시장에 합류하였습니다. 다른 준비가 되어 있었다기 보다는 변호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면 분명히 잘 될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저의 자신감을 좋게 보아주었는지 혹은 걱정(?)이 되었는지, 어릴 적 친한 친구 한 놈이 지인이 소송에 휘말렸다면서 클라이언트 분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클라이언트 분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커머스 사업가 분이었는데, 최근 경쟁사로부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으로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도 합니다) 위반에 따른 부정경쟁행위금지가처분신청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경쟁사는 법무법인을 선임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여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법적 분쟁이 익숙하지 않던 클라이언트 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상대방(채권자)이 제출한 가처분신청서, 피보전권리가 5,000만 원이었습니다
상대방(채권자)는 저희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자에게도 함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고, 다른 사업자(채무자)는 겁을 먹었는지 상당히 불리한 조건에 깨갱하고 합의에 임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저희 클라이언트 역시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합의를 해주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피보전권리가 5,000만 원이므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5,000만 원을 청구하는 본안소송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고, 상대방이 법무법인을 선임하여서까지 본격적으로 나오니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에 열의와 능력으로 가득차있던 저는 클라이언트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설명드리면서, 이것은 싸워야 한다고 법리적으로 설득해냈습니다.
문제는 사건을 수임한 것이 토요일이었는데, 사건의 심문기일은 바로 다음 주 수요일이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저는 답변서를 준비하는데 몰두하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였고, 월요일에 상세한 의견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여 화요일에 상대방(채권자)가 답변서를 받아볼 수 있게 하여, 1회 심문기일에 부족함없이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답변서는 물론 (형식답변서가 아니라) 대형로펌 시절의 업무퀄리티에 맞추어(사실 그 이상으로) 제가 봐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하였습니다.
한 번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해보신 분은, 위 일정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아실 것입니다.
첫 번째 심문기일을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의 문언의 해석 뿐만 아니라, 입법취지, 하급심 판결례 등을 최대한 인용하여 상대방(채권자)의 주장이 얼마나 법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인지를 강조하여 주장하였습니다. 사실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를 굳이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이를 언급한 이유는 재판부(판사) 입장에서 법령의 문언은 물론 입법취지에까지 반하는 판결을 선고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입법취지를 리서치하고 정리하기 위해 법제처 자료는 물론이고 난데없는 학술자료까지 살펴보고 인용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하긴 했지만, 그래도 판결의 방향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저희 측의 주장을 살펴보신 후 생각에 잠기시더니 상대방(채권자) 측 대리인(변호사)에게 이대로 가면 신청이 기각될 수밖에 없다는(=진다는) 듯한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다른 채무자가 깨갱하고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한 상황에서, 의기양양한 자세로 재판에 나왔던 상대방(채권자) 측은 몹시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상대방은 재판부에게 주장을 변경하여서 가처분 신청을 이어가겠다고 하였고, 재판부는 기일을 속행하였습니다.
가압류, 가처분 사건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보신 분들께서는 아실테지만, 가처분 사건은 당초 '신속성'이 생명인 법적보전절차이므로, 심문기일이 열리지 않거나 열리더라도 한 차례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상대방(채권자)에게 힌트를 주는듯이 말하며 심문기일을 속행하여 준 것은, 법리적으로는 저희 측 주장이 맞지만 상대방(채권자)에게 한 번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이해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다음 심문기일에서는 판사님의 마음을 어떻게든 꼬드겨서 사건을 끝내버려야겠다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상대방(채권자)이 제출한 신청취지변경신청서
얼마 후 상대방(채권자)는 보강된 법리를 바탕으로 신청취지(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솔직히 이때 상대방(채권자)에게 힌트를 준 판사님이 조금 미웠으나 소송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여 전략을 세우는데 몰두하였습니다. 먼저 상대방이 변경한 신청원인 역시 법리적인 측면에서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은 당연히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고,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지만 열의에 차있던 저는 이 사건 재판을 효과적으로 끝낼 '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때 생각이 난 것은 먼 옛날 공부하던 시절에 배우던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은 '기본권이 사인 상호간의 법률관계에도 그 효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규정이 사인 간에도 효력이 인정되어 기본권이 사인의 법률행위나 사인 상호간의 법률관계에도 적용된다는 (대충 넘어가셔도 됩니다) 이야기'인데, 학술적, 이론적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는 대상입니다.
참고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고려대 로스쿨 재학 시절 이상하게도 헌법 과목에서 성적이 잘 나왔고, 그래서 2년 동안 로스쿨 후배님들(이제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헌법 과목 튜터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쓸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열심히 가르쳐보자고 생각할 뿐이었는데, 오히려 튜터링 덕분에 남아있던 헌법 지식을 제가 개업변호사로서 처음 수임하였던 이 사건에서 유용하게 써먹었으니, 정말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법리적 측면에서 충분한 논리적 주장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헌법 차원의 이론을 함께 주장한다면, 판사님의 마음을 확실하게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물론 위와 같은 학술적, 이론적 개념만으로 주장을 하면 큰일납니다!), 이에 신난 저는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에 대한 각종 레퍼런스를 덕지덕지 이쁘게 오려붙여서 추가 반박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커머스 시장의 실무 상황에 대한 분석을 담은 외부 보고서 자료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전국적으로 미칠 혼란에 대하여도 함께 말씀드리며, 재판부가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압박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요컨대 기본적으로 법리적인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 법률보다 상위 개념인 헌법 차원에서의 학술적, 이론적 개념을 곁들이고 + 상대방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실무시장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주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제2회 심문기일 경과
두 번째 심문기일에서 판사님은 법리적, 이론적, 실무적 측면에서 위 의견이 합당하다면서 결국 다른 방법이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셨고, 이에 상대방(채권자)에게 재판을 끝낼거니까(심문종결) 뭐 더 제출할 것이 있으면 제출하시라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한편 저희에게는 혹시 채권자 측과 합의 의사가 있다면 합의해보시라는 취지로 말씀하셨으나, 배부른 입장인 저희는 굳이 합의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으며, 저와 클라이언트 분은 결정이 나오기까지 남은 기간동안 팝콘을 먹으면서 기다리면 될 뿐이었습니다.
상대방(채권자)의 신청취하!
마침내 상대방(채권자) 측 법무법인은 꼬리를 내리고야 말았습니다. 신청을 전부 취하한다는 내용의 신청취하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도 별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봤자 신청기각결정이 나올 것이 뻔하고, 본안소송으로 가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가처분기각결정문을 받는 경우 추후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상대방이 신청취하를 한 것은,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상대방 측 변호사님의 선택에 마음 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 후, 클라이언트 분에게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는 승전보를 알림으로써, 저의 (개업시장에서의) 첫 번째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건 덕분인지, 그 이후로도 상대방이 클라이언트 분을 괴롭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저 역시 위 사건 덕분에 많은 이커머스 사업자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커머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건은 제가 개업 시장에 나온 이후 처음 수임한 사건일 뿐만 아니라, 법리적 주장은 물론 학술적, 이론적, 실무적 주장을 함께 하여 재판부와 상대방을 압박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업무스타일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고, 이후 많은 이커머스 사업자 분들, 사건들과의 인연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기억이 많이 남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다수의 이커머스 관련 사건들 중에서, 2024년에만 ‘부정경쟁방지법 사건’만 5개의 사건을 수임하였는데, 5개 사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이 사건과 정반대로, 원판매자(총판) 클라이언트 분을 대리하여 리셀러를 고소한 결과 리셀러의 영구적인 판매중지와 합의금까지 이끌어낸 사건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부정경쟁방지법 분야에 있어서 자신감을 드러내도 괜찮겠지요?^^;
오동현 변호사
現)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前)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국내 4대 대형로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수석입학, 최우등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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