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경우 성범죄가 발생하기 전의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던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고, 손해배상을 받는 길은 결국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무릎꿇고 머리를 엎드리며 사죄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폭행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으면서 두번 이고 세번 이고 얼굴을 보는 것은 성폭행 가해의 충격을 떠올리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는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2차 가해 예방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합의금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합의금을 받을 때, 법률적 지식 없이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공갈죄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합의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요구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면
이 사건은 준강간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합의금을 요구하다 공갈죄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은 사건입니다. 즉 피고인은 여자였고, 피해자가 남자에 해당합니다.
공갈죄 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조선족으로 공갈죄 사건의 피고인인 여자가 공갈죄의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안 주면 공소외 1이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공소외 1이 칼을 품고 다닌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공갈죄의 피고인은 공갈죄로 고소당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은 ‘실제 공소외 1(동거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그때도 공소외 1이 집에서 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제가 빼앗았다. 칼을 차고 나가려 할 때마다 이를 제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기 때문에 섣불리 이를 공갈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의 이러한 언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형사소송법 상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이 범죄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부터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전해 들은 동거인인 공소외 1은 사건 다음 날 피해자를 찾아가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였으며, 피해자는 같은 날 피고인, 공소외 1 및 지인 공소외 2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수한 호프집을 피고인측에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후 피고인은 2021. 9. 17. 피해자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는데,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신고하고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합의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더 이상 이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4일 후 수사기관에 이 사건 모텔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질 경우 바로 무고죄 성립할까
대법원은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를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당연히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피고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위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행동이 무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피고인의 합의금 요구가 일회적이었던 점도 피고인에게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실제로 금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한 적이 없고, 피고인을 무고가 아닌 공갈미수로만 고소하였는데, 공갈죄에서 권리 실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가 이루어지는 경우 협박의 실행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폭력 행위 등 합의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를 일부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그 방법과 내용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5,000만 원에 관한 불법영득의사나 공갈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성범죄 피해자가 합의금 요구하다 공갈죄?](/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b1f9e32e039d9e2227c040c-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