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민사·형사 전문 임현수 변호사입니다.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거나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사기에 속아 계좌번호,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넘겨주었다가 보이스피싱의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어느 날 실제 돈을 잃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속아서 넘겨준 피해자인데 내가 왜 물어줘야 하느냐"라고 감정적으로 항변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경제 범죄와 민사 분쟁을 다뤄온 실무 감각을 바탕으로, 계좌 명의자가 민사 소송을 당했을 때의 방어 법리와 대응 전략을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형사 무죄 판결 ≠ 민사 책임 면제
"형사 재판에서 죄가 없다고 판결 났는데, 왜 제가 돈을 물어줘야 합니까?"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대포통장 명의자로 연루되어 힘겨운 수사와 재판 끝에 마침내 '형사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그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송달받고 억울함과 충격에 휩싸여 본 변호사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형사재판에서의 무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다25368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8. 2. 21. 선고 2016가단11871 판결 손해배상(기)). 따라서 형사 무죄 판결이 있다고 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불법행위의 방조자에게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며,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민사법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계좌나 체크카드를 넘겼거나 현금을 수거해 준 경우, 본인도 속았을지언정 결과적으로 범죄자들을 도운 셈이 됩니다. 민사법에서는 고의가 없었더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범죄에 악용될 것을 의심할 수 있었을 텐데(예견가능성), 부주의하게 이를 도와 손해를 발생시켰다(상당인과관계)'면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합니다.
2. 접근매체 제공자의 민사상 책임 일반 법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의 양도·양수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를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참조).
3. 실전 판례: 언제 배상하고, 언제 방어할 수 있나?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민사 책임을 판단할까요? 실제 법원의 하급심 판결들을 분석해 보면,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과 피고의 대처에 따라 판결 결과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민사 책임이 인정된 사례]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음에도 민사 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례들을 보면,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이상 징후'들을 무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판례(대전지법 천안지원 2024, 울산지법 2025 등)에서 법원이 지적한 책임 인정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례적인 채용과 업무 방식: 제대로 된 대면 면접 없이 비대면으로 즉시 채용되었거나, 카카오톡으로만 지시를 받고 노상에서 거액의 현금을 수거하여 무통장 입금하는 등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
비정상적인 대가와 반복적 가담: 단순 심부름에 비해 급여가 턱없이 높거나, 이미 여러 차례(2~9회 등) 현금 수거 업무를 반복하여 충분히 범죄에 이용되고 있음을 의심할 계기가 있었던 경우.
본인의 과거 전력: 피고 자신이 과거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전력이 있어 범죄 수법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하게 가담한 경우.
※ 책임의 제한 (과실상계의 법리) 과실 방조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속아서 거액을 교부하거나 송금한 원고(피해자) 측의 부주의 역시 손해 발생 및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아, 법원은 계좌 명의자나 수거책의 배상 책임을 통상 피해액의 30%, 상황에 따라 적게는 10%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민사 책임이 부정된 사례]
반면, 억울함을 명백히 소명하여 민사 소송에서도 승소(전부 기각)하고 책임을 벗은 판례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2022, 수원지법 2021 등)
철저히 이용만 당한 도구: "대출 실적을 쌓기 위해 인출해 달라"는 등의 기망에 완벽히 속은 피해자로서, 단지 돈이 스쳐 지나가는 범행의 도구로만 악용되었을 뿐 방조의 고의나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된 경우.
경제적 이익 부존재: 범죄 조직으로부터 대가 등 사기 범행 과정에서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
적극적인 사후 조치 및 단호한 거절: 다른 피해자의 돈이 자신의 계좌로 송금되자마자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했거나, 지인과 대화 중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즉시 범죄 조직의 후속 작업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 있는 경우.
4. 자가진단 테스트
[Part 1] 민사 책임 위험도 체크 (책임 인정 방향 요소)
이 항목에서 '예'라는 답변이 많을수록, 법원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높게 보아 민사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Part 2] 민사 책임 방어 체크 (책임 부정 방향 요소)
이 항목에서 '예'라는 답변이 많을수록,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소명하여 민사 책임을 방어하거나 제한(과실상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자가진단 결과 해석
Part 1(위험 요소)에 '예'가 많다면: 비록 형사 무죄를 받았더라도, 법원은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범죄를 의심할 수 있었다고 보아(과실에 의한 방조)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확률이 높습니다. 피해자의 과실을 토대로 배상 비율을 제한(과실상계)하는 방어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Part 2(방어 요소)에 '예'가 많다면: 본인이 취득한 실질적 이득이 없고 사전에 범행을 예견하기 어려웠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한다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당시 속았던 정황(카톡 내역 등)과 계좌 거래내역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5. 억울한 민사 피소, 핵심 대응 전략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다투는 것과, 민사 소송에서 과실 비율을 다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장입니다. 소장을 받으셨다면 다음의 전략을 신속히 실행해야 합니다.
1. '예견 불가능성'의 입증: 채용 공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대출 상담 내역 등을 통해 당시 상황에서는 그것이 범죄임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는 점을 강력히 입증해야 합니다.
2. '실질적 이득 부존재' 입증: 내 계좌에 돈이 들어왔지만 즉시 빠져나갔고, 내가 사적으로 쓴 돈이나 받은 대가가 단 1원도 없음을 계좌 거래 내역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3. '과실상계'의 적극 주장: 최악의 경우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 역시 확인 절차 없이 경솔하게 거액을 송금한 과실이 있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배상 책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6. 변호사 한마디
보이스피싱 범죄는 하나의 사건 안에서 형사 방어와 민사 방어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갑니다. 형사 무죄를 이끌어낸 논리를 민사 방어에 유리하게 접목하고, 민사 특유의 '과실상계' 법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양쪽 모두에 정통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형사 무죄의 기쁨 뒤에 찾아온 막막한 민사 소송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본 변호사를 찾아주십시오. 당신의 억울함을 논리적으로 대변하고 잃어버린 일상을 완벽히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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