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으로 본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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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으로 본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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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으로 본 인식 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의 구별 

현승진 변호사




오늘 포스팅에서는, 온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킴과 동시에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정인이 양모 사건과 천안 계모 사건을 통해서 '미필적 고의'가 무엇인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자신이 보살펴야할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해서 폭력을 행사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똑같이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아무튼 이 두 사건 모두 법원에서 살인죄가 인정이 된 케이스입니다(정인이 사건 징역 35년, 천안 계모 사건 징역 25년). 국민들의 법감정으로 보면 살인죄가 되는 게 당연한 건데, 재판 과정에서는 법리적으로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사건들입니다.




두 사건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사례들인데요,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 이후 문명국가의 형사법 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형법 제14조는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注意)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 아닌, 실수로 인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민사적인 책임도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과실재물손괴죄'는 존재하지 않지만, 과실로 타인의 물건을 파손하였다면 배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런데 어떤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인지 과실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과실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하는데요, 과실은 '인식 없는 과실'과 '인식 있는 과실'로 나뉩니다.

'인식 없는 과실'은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유리잔을 깨뜨려서 사무실 바닥에 유리조각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곧장 바닥에 떨어진 유리조각을 치웠지요. 그런데 저는 다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치우지 못한 유리조각이 남아있었고, 누군가가 그것을 밟고 다쳤다면 이와 같은 경우는 '인식 없는 과실'에 해당합니다. 저는 깨끗하게 모두 치웠다고 생각했으니 누군가가 다칠 것이라고는 예견할 수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만일 위와 같이 유리잔을 깨뜨렸는데 '나중에 치워야지.'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둔 경우, 내가 치우기 전에 누군가가 그걸 밟고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즉 누군가가 다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누가 다치겠어?'라고 생각하고 유리조각을 치우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유리조각을 밟고 다쳤다면 '인식 있는 과실'이 됩니다.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 과실로 타인을 다치게 한 것이므로 과실치상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제가 '누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도, '다쳐도 할 수 없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유리조각을 방치하였다면 어떨까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받아들인(용인한) 경우인데요, 이것이 바로 미필적 고의입니다.

결과발생의 가능성도 인식할 수 없었다면 '인식 없는 과실', 결과발생의 가능성은 인식하였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라면 '인식 있는 과실', 결과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가 되는 것입니다.





정인이 양모나, 천안 계모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먼저, "죽을 줄은 몰랐다(=인식 없는 과실이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재판에서 검사는 그들의 행동이면 어린 아이들이 충분히 사망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피고인들은 "설령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예견했더라도 죽어도 상관없다고 결과를 용인한 것은 아니다(=인식 있는 과실이다)."라는 주장도 하였지요. 아이들이 사망하는 경우 사건이 밝혀지고 자신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감정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법적으로는 제법 그럴듯한 주장이었고,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살의에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아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미필적 고의의 인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정인이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는 최초에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사도 살인죄로 기소를 하면서도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으로 기소(살인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하였습니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살인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들의 잔인한 행위는 어린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므로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았고, 그럼에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라는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희망한 것은 아니라도 '죽어도 할 수 없다.'고 용인한 것이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결국 -형량은 논외로 하고-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저도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무상 인식 있는 과실로 보아야하는 경우임에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여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나 타인의 범죄에 대한 방조 행위 등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데요, 자신이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것이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해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구별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는데요, 오늘 언급한 두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뉴스가 종종 들려옵니다.

부디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보호해야할 존재'로부터 학대당하는 비극적인 일이 이제는 그만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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