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란 혼인당사자의 의사로 배우자 쌍방이 장래에 향하여 혼인을 종료·해소시키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러한 이혼제도는 각국의 역사적 특성에 비추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부 양 당사자가 이혼에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민법 제840조에서 정하고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민법 제840조 제1호부터 제6호에 열거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있으며, 그 외의 사유를 이유로 해서는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정한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주의를 유책주의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유책주의의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엄격히 유책배우자 즉, 혼인파탄의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경우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유책주의는 구체적인 이혼원인 중에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으면 이혼을 할 수 없으므로 이혼의 예방적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배우자 일방의 혼인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원인이 입증되기만 하면 법관은 원칙적으로 이혼판결을 내려야 하므로 객관적으로 이혼질서의 일반적·법적 안정성을 거둘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김주수, 「혼인법연구-혼인 및 이혼의 자유와 관련하여」, 법문사, 1969, 198면).
반면, 유책주의는 당사자의 과실이 없는 한 이혼을 할 수 없고, 이미 파탄되어 혼인의 목적을 상실한 혼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인권의 보호라는 현대법의 요청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유책주의는 이혼사유를 미리 예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혼원인의 다양성을 띠고 있는 오늘날의 복잡한 현실사회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책주의의 문제점에 대하여 비판의식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 바로 파탄주의입니다. 파탄주의는 혼인 당사자에게 혼인의무 위반의 책임이 있느냐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이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이혼원인으로 하는 입법주의로, 이러한 파탄주의는 유책주의의 폐단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으로 유책주의에 비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있습니다(김기영,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과 파탄주의”, 「원광법학」제20권 제3호, 2010, 106면)
하지만 파탄주의는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실질적 혼인 파탄의 입증이 유책주의하에의 개별적 이혼원인의 입증보다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도 허용하게 되므로 축출이혼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무책적 파탄하의 배우자 일방이 타방의 절대적 원조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법관에 의해 혼인의 해소가 이루어질 수 있어 비인도적·비윤리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이희배, “파탄주의 이혼원인에 관한 고찰”, 「가족과 사회·인간」, 동림사, 2001, 67면).
1958년 결혼한 A(79)씨와 B(81·여)씨는 5년여 만에 별거를 시작해 40년 이상 따로 살았습니다. A씨는 고향집에 B씨를 남겨두고 서울로 돈을 벌러 갔고, 그곳에서 새로운 여자 C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자녀도 3명이나 낳았습니다. 즉, 법률상 아내는 B씨였지만 A씨는 C씨와 사실혼 관계를 46년간이나 유지했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자신의 부모를 모시며 묵묵히 지내온 B씨에게 A씨는 2008년 이혼을 요구했고 ,1·2심 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A씨는 오히려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우리나라 대법원은 2015. 6. 26. 공개변론을 통하여 이 사안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인용가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엄격한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다는 우리나라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이혼사유를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 위와 같은 추상적인 재판상 이혼청구원인을 근거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주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청구원인이 상당수 인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의 흐름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도 엄격했던 유책주의에서 실제 혼인이 파탄된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긍정하는 파탄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파탄주의로 나아갈 경우 축출 이혼, 법관의 자의에 의한 혼인 해소에 따른 비윤리적·비인도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데 이는 현행 가정법원의 심리 과정을 더욱 강화하여 그러한 충분한 심리과정에서 위와 같은 파탄주의에 따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와 같은 실제 사안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현행 유책주의 하에서는 기각되어야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겠지만, 이미 파탄되어진 혼인관계라는 것 등을 유책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입증하여, 그러한 파탄된 혼인관계의 유지가 일방 당사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책배우자는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어 일방 당사자에게 그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하는데 유책배우자에 의한 이혼청구였던 만큼 상대방 배우자에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한 충분한 금전적이 보상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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