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6) - 공정이용 활성화를 위한 입법론
#1. 코로나 팬데믹과 그 역창(易創)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유난히 힘겨웠던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온통 고난과 역경 속이지만, 저작권 분야만큼은 오히려 그것을 변화와 도약의 계기로 삼아 능동적인 역창(易創)의 성과를 거둔 한 해가 아닐까 평가해 봅니다.
올해 초 국회에서는 저작권법의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 가운데 몇 개 조항을 서둘러 보완한 뒤 일부개정안을 상정하여 통과시켰습니다(2020.2.4.개정 법률제16933호, 2020.8.5.시행).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비대면 교육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시대상황에 맞추어 긴급히 취해진 개정조치였습니다. 관련조항은 제23조(재판 등에서의 복제), 제25조(학교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제32조(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련 조항의 개정에 따라, 예를 들면 온라인 교육을 위해 디지털 교과서를 제작하는 경우에 별도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교과용도서의 저작물이용 보상금기준’에서 정한 보상금만 지불하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제25조2항), 공정이용의 절차와 범위가 일부 변경·확대되었습니다.
다만 본 개정안을 따른다 해도, 디지털 저작물의 이용 활성화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상존합니다. 예컨대 ‘대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거나 ‘회사’에서 웨비나로 진행하면서 사용된 저작물의 경우에는, 다른 공정이용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여전히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학문의 자유나 기업활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가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그런 헌법상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 한국 저작권법의 변천사 (1차 및 2차 전부개정)
돌이켜보면 1957년 저작권법의 최초 제정 당시, 열악한 문화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민족문화 향상’에 입법목적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자국보호주의는 1987년 세계저작권협약 가입 및 외국인 저작권 보호인정 등의 문호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30년 만에 저작권법을 전부개정하게 되는 대전환을 이루었습니다. 당시 서울올림픽을 앞둔 상황에 국제통상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없진 않았지만, 민족의 비원(悲願)인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마땅히 세계화(globalization)를 선택한 선견지명이었다고 회고합니다.
뉴밀레니엄을 전후하여 21세기에는 인터넷의 대중화 및 정보화 시대(information age)가도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EU·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저작권법 제·개정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즉 2006년 저작권법 전부개정을 하여 디지털 저작권보호를 대폭 강화하였고, 특히 2011년에는 저작권법의 양대 목적인 ‘공정이용’(fair use)을 활성화하기 위해,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당시 저작권법 35조의 3)을 신설하는 등 수시로 일부개정을 통한 보완 입법을 거듭해 왔습니다.
#3. 15년만의 저작권법 전부개정 추진 (3차 전부개정)
최근 정부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온라인 플랫폼 창작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2006년 전부개정 이후 15차례 개정으로 복잡해진 조항을 정비하기 위하여, 2017년부터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저작권전문가 연구반에서 진행된 토론성과를 바탕으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을 성안·발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418655
또한 지난 11월에는 2차례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수렴을 하였고, 조만간 국회 발의·심의를 거쳐 2021년도 국회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최근 주말에 8시간 넘게 진행된 온라인 공청회를 시청하면서, 1인 미디어의 급증과 관련기술의 발전에 따른 개정방향이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공감하면서, 저작권법 쟁점을 망라하여 공정한 저작권 풍토를 확립하고 안전한 이용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저작권법 전문가들의 고심과 노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안심되었습니다.
주요 개정내용을 보면, 업무상 저작물 창작자의 지위 강화, 불법링크 사이트의 저작권 침해의제 조항을 신설하여 공정한 저작권 풍토의 강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형사처벌 범위축소 및 조정우선주의, 3배 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안전한 이용의 활성화와 권리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 인공지능 데이터마이닝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의 신설, 개인의 초상·성명·목소리 등 재산권(의) 신설 등 다양한 법익보호를 도모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독자 분들의 열람을 권해 드립니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저작권법의 역할과 시대적 사명을 확장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공정이용 조항’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즉 영미법상 공정이용 법리는 Folsom v. Marsh 사건(1841년) 이래 150년 이상 판례법으로 발전되어 온 데 비하여, 우리 저작권법은 뒤늦게 2011년에서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조항을 신설하여(2019.11.26. 제35조의5로 이동), 아직 판례 축적이 미흡하며, 조문의 위치도 ‘저작재산권의 제한’이라는 하위개념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적은 ‘문화의 향상’에 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한 한 축은 ‘권리자 보호’이고 다른 한 축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입니다. 이 두 축의 균형을 통하여 문화향상과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고, 그것이 저작권법 전체를 관통하여 해석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공정이용 조항(fair use clause)의 체계를 단지 저작재산권 제한사유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번 전부개정을 계기로 독립된 장(章)으로 분리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독립된 조문 배치의 변경만으로도 ‘공정이용’ 조항의 비중이나 장차 바람직한 판례 형성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 칼럼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부디 이번 저작권법 전부개정이 권리보호와 공정이용의 균형을 통하여, 슬기로운 저작권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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