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이나 딥페이크 합성물이 퍼진 피해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손해가 얼마인지 증명하라'는 요구입니다. 영상이 내려가도 이미 복제된 파일, 퍼 나른 사람들, 이직과 대인관계에서 입은 타격은 영수증 한 장으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6년 7월 7일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손해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액수를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5천만원의 범위 안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조항이 불법촬영물·딥페이크 유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떤 증거를 어떻게 모아야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 손해액 증명의 부담을 덜어주는 새 규정
종전에도 불법촬영물을 퍼뜨린 사람에게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과 제751조의 비재산적 손해(위자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재산상 손해입니다. 영상 삭제를 맡긴 비용, 정신과 치료비, 일을 그만두거나 이사를 한 데 따른 손실은 일부만 영수증으로 남고, 나머지는 인과관계와 액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제1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여, 청구의 근거를 특별법 차원에서 분명히 했습니다.
핵심은 제2항입니다. 법원은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정보 유통에 따른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때, 확정판결까지의 소요기간 등 법 위반상태의 지속기간, 변론 전체의 취지,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5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일반 민사소송에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손해액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울 때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이번 규정은 금액의 상한(5천만원)과 고려요소를 불법정보 유통 사건에 맞춰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주장의 방향을 잡기 쉬워졌습니다.
손해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액수 증명만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렵다면, 법원은 5천만원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다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제2항.
불법촬영물·딥페이크가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이유
제44조의10이 적용되려면 유통된 정보가 불법정보여야 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은 음란한 영상을 배포·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제1호)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제9호) 등을 불법정보로 열거합니다. 상대방 동의 없는 촬영물을 반포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이고, 성적 허위 편집물·합성물(딥페이크)을 반포하는 행위는 제14조의2 제2항(같은 형량)에 해당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4항 제1호가 제9호 정보 중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14조의2의 촬영물·편집물·합성물·가공물 및 복제물을 별도로 예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 유형이 불법정보의 전형임을 보여줍니다.
적용 범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촬영 자체는 동의했더라도 이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올리거나 전송했다면 제14조 제2항의 반포에 해당할 수 있고, 처음부터 합성으로 만들어진 영상도 제14조의2의 대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느냐와 별개로, 민사에서 그 정보가 불법정보임이 증명되면 제44조의10이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이 기소유예나 합의로 끝났더라도 민사 청구의 문은 닫히지 않습니다.
불법촬영물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복제물을 올리거나 전송한 경우.
딥페이크 — 같은 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합성물·가공물과 그 복제물을 반포한 경우.
재유포·퍼 나르기 — 원본 게시자가 아니어도 복제물을 다시 올린 사람은 각자 유통행위자로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음.
소지·시청 — 형사처벌 대상(제14조 제4항, 제14조의2 제4항)이지만 '유통'이 아니므로 제44조의10 청구 대상은 아님.
5천만원은 '정액'이 아니라 '상한' — 법원은 무엇을 보나
가장 흔한 오해는 이 조항이 5천만원을 자동으로 보장한다는 생각입니다. 조문은 "5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이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5천만원은 상한이고, 구체 금액은 사건마다 달라집니다. 법원이 문언상 고려하는 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확정판결까지의 소요기간 등 법 위반상태의 지속기간, 둘째 변론 전체의 취지, 셋째 증거조사의 결과입니다. 영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곳에서 노출되었는지가 곧 손해액 산정의 중심 축이 되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의 전제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먼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해 발생 자체를 증명하지 못하면 제2항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이 3개 사이트에 11개월간 게시되어 조회수가 수만 건에 달했고, 그 사이 피해자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자료가 있다면 손해 발생은 쉽게 인정되겠지만, 치료비 외의 평판 손실이나 이직 기회 상실의 액수는 증명이 어렵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제2항으로 메우는 구조로 이해하면 됩니다. 반대로 게시 후 몇 시간 만에 삭제되어 노출이 사실상 없었다면 인정액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5천만원은 보장액이 아니라 상한이다 — 노출 기간과 범위, 피해의 실제 흔적을 자료로 보여줄수록 인정액은 올라간다.
손해액 인정을 좌우하는 증거 — 유포 기간과 피해 흔적을 남기는 법
법 위반상태의 지속기간이 고려요소인 만큼,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 올라가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게시물 화면은 URL, 게시일시, 조회수·댓글이 함께 보이도록 캡처하고, 삭제 전에 전체 페이지를 보존해야 합니다. 삭제를 서두르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가해자가 부인할 때 입증이 막힙니다. 삭제 요청 시각과 처리 시각도 기록해 두면 위반상태가 언제 끝났는지 특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증거가 휘발되기 쉬운 메신저·텔레그램 채널은 대화방 이름, 참여자 수, 전송 시각이 드러나게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은 피해의 흔적입니다. 정신과·심리상담 진료기록과 진단서, 삭제 대행 비용 영수증, 휴직·퇴사·전학·이사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자료로 인정되는 손해는 개별 액수를 따로 청구하고, 증명이 어려운 나머지만 제2항에 맡기는 방식으로 청구취지를 나누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모든 손해를 한꺼번에 '5천만원'으로 뭉뚱그려 청구하는 것보다, 증명된 부분과 증명 곤란 부분을 구분해 주장하는 편이 법원이 판단하기에 명료합니다.
게시물 보존 — URL, 게시일시, 조회수, 게시자 표시가 한 화면에 나오도록 캡처하고 영상·페이지 원본 파일도 별도 저장.
삭제 이력 — 플랫폼·사이트에 보낸 삭제 요청 내역과 처리 결과를 시각과 함께 보관.
진료·상담 자료 —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 상담 기록으로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뒷받침.
생활 변화 자료 — 휴직·퇴사·전학·이사 등 피해 이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서류.
유포 범위 — 재유포 게시물, 공유된 대화방, 신상정보 노출 여부를 목록으로 정리.
가해자 특정과 형사절차 병행 — 민사 청구의 현실적인 출발점
민사소송은 피고를 특정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익명 계정이나 해외 서버에 올린 유포자는 피해자가 직접 신원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먼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14조의2 위반으로 고소하여 수사기관이 통신자료와 접속기록을 확보하게 하는 경로가 많이 쓰입니다. 가해자가 특정되면 그 수사기록(피의자 진술, 압수한 파일, 유포 경로)이 민사에서 노출 범위와 기간을 입증하는 가장 강한 자료가 됩니다. 형사 사건 진행 중에도 민사 소멸시효는 흘러가므로, 가해자를 알게 된 날부터 시효를 의식해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 제도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14조의2에 따른 촬영물·편집물이 정보통신망에 유포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삭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하고, 제7조의4에 따라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신고 접수와 삭제지원을 담당합니다. 제7조의3 제4항은 삭제지원 비용을 해당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하며 제5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상권을 규정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쓴 삭제 비용은 영수증을 남겨 손해액으로 청구하고, 센터가 삭제를 지원한 경우에는 그 이력을 노출 기간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 단계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배상명령 신청이 가능한 범위인지도 함께 확인해 볼 만합니다.
5배 가중 배상은 누구에게 적용되나 — 일반 유포자와의 차이
개정법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가중 규정(제44조의10 제3항)도 있어서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에서도 기대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대상이 좁습니다.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게재자로서 정보게재 수,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자여야 하고, 불법정보임을 알았을 것,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을 것, 피해자에게 법익 침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이 지인의 영상을 단톡방에 올린 경우에는 5배 규정이 아니라 제2항의 5천만원 범위 안에서 다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구독자를 모아 영상을 유통하는 채널 운영자나 유료 판매자라면 제3항 적용을 검토하게 됩니다. 반대로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7항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유통 등을 면책 사유로 두고 있어, 가해자가 '촬영과 공유에 동의했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는 동의 범위가 촬영 시점에 한정되었는지, 외부 게시·전송까지 포함하는지를 당시 대화 내용과 정황으로 다투게 됩니다.
시행 이전 유포분과 청구 전략 — 청구원인을 어떻게 나눌까
개정 규정은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되었으므로, 이미 그 전에 올라와 오래 방치된 영상을 가진 피해자는 어떤 청구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청구원인을 층으로 나누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본 축은 민법 제750조·제751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재산상 손해와 위자료)으로 세우고, 시행일 이후에도 계속되거나 새로 이루어진 유포·재유포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제2항을 함께 주장하는 구조입니다. 위자료는 원래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를 참작해 정하는 것이어서, 피해의 정도와 유포 범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줄수록 인정액에 영향을 줍니다.
유포가 여러 시점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라면 시점별로 행위를 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게시, 1차 삭제 후 재게시, 다른 사이트로의 재유포를 각각 구분해 두면 어느 부분이 개정법 시행 이후의 행위인지, 어느 행위자가 책임을 지는지가 분명해집니다. 가해자가 여러 명이면 공동불법행위로 연대책임(민법 제760조)을 묻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청구 금액은 사건 전체를 반영하되 증명된 손해, 증명 곤란 손해, 위자료를 항목별로 구분해 두어야 일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도 판단이 명확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상이 이미 삭제되었는데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삭제 여부와 관계없이 유포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게시되어 있던 기간이 법 위반상태의 지속기간으로 고려되므로, 삭제 전 화면과 삭제 요청 이력을 갖추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멸시효는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Q. 손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5천만원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제2항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액수만 증명하기 매우 어려울 때 적용됩니다. 5천만원은 상한이어서 실제 인정액은 노출 기간, 범위, 피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료기록과 삭제 이력 같은 자료로 손해의 실체를 먼저 보여주어야 합니다.
Q. 딥페이크 영상은 얼굴만 합성한 것인데도 같은 청구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얼굴·신체·음성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편집물과 그 복제물의 반포를 처벌하며, 이는 불법정보에 해당합니다. 실제 촬영이 없었더라도 인격권 침해와 정신적 고통은 인정될 수 있고, 제작자와 유포자가 모두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퍼 나른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 소송을 할 수 없나요?
A. 피고를 특정하지 못하면 민사소송을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먼저 고소로 수사기관이 접속기록과 통신자료를 확인하게 한 뒤, 특정된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피해 삭제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먼저 진행해도 됩니다.
Q. 형사합의를 했다면 민사 청구는 포기해야 하나요?
A. 합의서의 문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금을 받으면서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에 서명했다면 추가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합의 전에 합의금이 손해액 중 어느 범위를 정리하는 것인지, 재유포에 대한 책임이 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단톡방에서 영상을 받아 다시 보낸 사람도 배상 책임이 있나요?
A. 복제물을 다시 전송해 제3자가 볼 수 있게 했다면 유통행위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면 받아서 보기만 하고 저장한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일 수는 있어도 제44조의10의 '유통'에는 해당하지 않아 이 조항에 의한 청구 대상은 아닙니다. 전송 기록이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맺음말
불법촬영물·딥페이크 유포 피해에서 손해액 증명은 오랫동안 피해자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제2항은 손해 발생이 인정되는 한 5천만원 범위 안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게 하여 그 짐을 덜어주었지만, 상한을 보장액으로 오해하면 낭패를 봅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유포 기간과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 진료·삭제 비용 같은 피해의 흔적, 가해자를 특정하는 형사절차의 진행입니다. 시행일을 기준으로 유포 시점을 나누어 청구원인을 세우고, 소멸시효를 놓치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상황에 맞는 청구 방식이 궁금하시다면 가볍게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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