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청법 및 아동복지법 관련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랜덤채팅이나 온라인 대화방에 직접 접근해 수사 대상자를 특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왕톡, 즐톡 등 익명성이 강한 랜덤채팅에서 수사관이 미성년자인 것처럼 신분을 위장해 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활용되면서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거나 조사에 대비해야 하는 분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화 상대방이 처음에는 성인인 것처럼 행동하다가 대화 도중 갑자기 미성년자라고 밝히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야한 뉘앙스의 질문을 던지고 만남이나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다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함정수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찰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한 함정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접근 방식과 대화가 진행된 과정 그리고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의뢰인이 보인 반응입니다.
아청법 수사에서 활용되는 위장수사, 어디까지 허용될까?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관련해서는 2021년 9월부터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일정한 법적 요건과 절차에 따라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위장한 상태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랜덤채팅에 성인 여성인 것처럼 접근한 뒤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방에게 미성년자라고 밝히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후 상대방이 몇 살이냐고 묻거나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식으로 질문을 이어가면서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대화방이라고 생각했거나 익명 채팅의 특성상 상대방이 실제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아 미성년자라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의 신분위장수사가 허용된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든 유인 행위가 적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했고 어느 시점부터 범죄를 유도하는 질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와 기회제공형 함정수사, 무엇이 다를까?
함정수사는 크게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는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전부터 상대방에게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①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범의유발형은 애초에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해 범죄 의사를 새롭게 일으키고 범행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랜덤채팅에서 처음에는 성인인 것처럼 접근한 뒤 상대방이 특별한 성적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반복적으로 성적인 질문을 던지고 만남을 제안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대화를 끝내려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수사기관이 계속해서 범행을 유도했다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본래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해 범의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② 기회제공형 함정수사
반면 기회제공형은 이미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었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실행을 용이하게 해주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먼저 성적인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거나 만남을 제안하는 등 범죄 의사가 드러나는 행동을 보였고 수사기관이 이에 응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먼저 접근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두 유형을 구분하는 핵심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범의를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실행할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에 있습니다.
랜덤채팅에서 미성년자라고 밝혔는데도 대화를 이어갔다면?
실제 사건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 대화방에는 19세 이상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상대방 역시 성인처럼 행동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대화 도중 상대방이 갑자기 자신은 15세라고 이야기합니다.
이후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면 어떨까요?
상대방: 나 15살인데?
의뢰인: 그래?
상대방: 오빠 나 만나면 뭐 하고 싶어?
의뢰인: 그냥 데이트하지 뭐.
상대방: 데이트하면 뭐 할 건데?
의뢰인: 손잡고 넷플릭스 보겠지.
상대방: 그러다가 뭐 할 건데?
이러한 대화만 놓고 범의유발형인지 기회제공형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성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했다는 점은 수사기관의 유인 행위를 검토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사정입니다.
다만 의뢰인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뒤에도 성적인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어갔는지, 먼저 구체적인 행위를 제안했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상대방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성적인 만남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면 수사기관은 이를 기존 범의가 드러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고 의뢰인은 이에 소극적으로 답변했을 뿐이라면 대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질문이 오간 경위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대화 내용만 잘라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종료된 시점까지 전체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함정수사라면 무조건 유리할까? 피해자가 없다는 점도 살펴봐야 합니다.
함정수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피해 아동·청소년이 존재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신분을 위장해 대화를 진행한 사건이라면 일반적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과는 다른 쟁점이 발생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형 측면에서는 별도로 살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양형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장수사 사건은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합의를 진행할 상대방 자체가 없습니다.
즉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합의나 피해 회복을 통한 선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는 사건 당시의 대화 내용과 수사기관의 유도 방식,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시점, 실제 범행으로 나아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 뒤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할 실익이 크지 않다면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상관계를 토대로 선처를 구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아청법 함정수사 경찰조사,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할까?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시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대화가 시작된 경위입니다.
누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먼저 접근했는지, 어떤 신분과 나이를 내세웠는지, 처음부터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둘째,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입니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미성년자라고 밝혔는지, 대화 도중 갑자기 나이를 공개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나이를 알게 된 이후 의뢰인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중요합니다.
셋째, 성적인 대화를 누가 먼저 유도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졌는지, 의뢰인이 먼저 성적인 내용을 제안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히 성적인 단어가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대화가 실제 범행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한 대화에 그쳤는지, 구체적인 만남을 약속했는지, 실제 만남이나 추가적인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법적 쟁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유인 행위가 위법한 수준이었는지 검토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있다면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범이고 단순히 대화만 나눴는데도 구속될 수 있나요?
구속 여부는 초범인지 또는 대화만 나눴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범죄 혐의의 내용과 정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법정 구속 사유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실제 신체 접촉이나 만남 없이 대화에 그친 사건이라면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범죄 성립 여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경찰이 먼저 말을 걸었으니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주장하면 무죄가 가능한가요?
경찰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한 함정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의 접근 이전에 범죄 의사가 없었다는 점과 수사기관의 유인 행위로 인해 범의가 새롭게 형성됐다는 점 등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해야 합니다.
위법한 함정수사가 인정되면 공소기각 판결을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Q. VPN이나 텔레그램을 사용했다면 수사기관이 대화를 확인할 수 없나요?
VPN이나 텔레그램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자료와 접속 기록, 계정 정보 등 다양한 수사 자료가 활용될 수 있으며 플랫폼별 자료 제공 여부와 범위도 다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 수사에서는 디지털 증거 확보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익명성을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아청법 관련 위장수사와 함정수사 사건은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과는 다른 법적 쟁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무혐의나 공소기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경찰의 유도에 따라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시작된 경위부터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 이후 대화가 진행된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은 실제 대화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섣불리 대응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아청법 및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 경위와 증거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거나 위장수사로 인해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현재 확보된 대화 내용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초기 대응 방향부터 신중하게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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