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입니다.
결혼 생활이 수십 년 이어지면 부부의 삶은 재산까지 깊이 얽힙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에게 다른 여성과 낳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배신감과 충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다음에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따라옵니다.
이혼할 수 있는지, 위자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평생 가정을 돌보느라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는데 재산은 어떻게 나누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최근 제가 맡은 사건도 그런 경우입니다.
3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이어 온 아내 A씨는 남편 B씨에게 오래전부터 다른 여성이 있었고, 그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한순간의 실수"였다며 사과했지만, 이미 신뢰는 무너진 뒤였습니다.
A씨는 큰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이혼과 함께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했습니다.
① 부정행위와 혼외자, 이혼 사유와 위자료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입니다.
여기서 부정한 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라, 부부의 정조 의무에 어긋나는 행위라면 폭넓게 포함됩니다.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부정행위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A씨 측은 부정행위(제1호)와 함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도 이혼 사유로 들었습니다.
부정행위로 부부 사이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A씨 측은 자녀들이 상대 여성을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을 증거로 냈습니다.
그 녹취록에는 상대 여성이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남편이 가족 대화방에 직접 남긴 사과 메시지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메시지는 나중에 말을 바꾸더라도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감정이 앞서더라도 이런 대화를 지우지 말고 꼭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
위자료는 부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입니다.
혼인 기간, 부정행위가 이어진 기간과 정도, 혼외자 출생 여부, 피해 배우자가 받은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정신과 치료 기록은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또 배우자뿐 아니라 부정행위의 상대방에게도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② 재산이 모두 남편 명의여도, 전업주부의 몫은 절반까지 주장할 수 있습니다
황혼이혼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은 대개 재산분할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부동산이 모두 남편 명의였고, A씨 명의 재산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산분할은 누구 명의인지가 아니라 혼인 중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인지를 기준으로 봅니다.
법원은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도 재산을 만들고 지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혼인 기간이 길수록 그 기여도는 더 높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A씨 측은 수십 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고 시부모를 모시며 남편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뒷받침한 점을 들어, 기여도를 50%로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정확한 재산 규모를 몰랐기 때문에 최소한의 금액으로 청구했습니다.
이후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로 남편 명의 부동산을 확인하고, 감정평가로 시세를 파악한 뒤 청구 금액을 수억 원대로 크게 늘렸습니다.
이처럼 상대방 재산을 모를 때는 일단 청구한 뒤 재판 과정에서 재산을 찾아 금액을 늘리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재산명시 신청도 상대방에게 재산 목록을 내도록 하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쟁점은 '빚'을 어디까지 빼느냐였습니다.
재산분할에서는 보통 전체 재산에서 부부의 채무를 뺀 순재산을 나눕니다.
그런데 남편의 일부 부동산에는 남편이 아니라 상대 여성이 채무자로 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A씨 측은 이것이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상대 여성의 빚을 담보해 준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채무를 순재산에서 빼서는 안 되고, 남편 본인 명의의 채무만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혼인 생활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채무까지 다른 배우자의 몫을 줄이는 데 써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오랜 혼인 생활 끝에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면,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법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먼저 혼외자 같은 부정행위는 이혼과 위자료 청구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이때 녹취나 메시지처럼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한 증거가 큰 힘이 됩니다.
재산이 모두 상대방 명의라도, 오랜 세월 가정을 지켜 온 기여는 재산분할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 생활과 무관한 채무가 순재산에서 빠지면 내 몫이 부당하게 줄어들 수 있으니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가압류 같은 보전 절차를 서둘러야 나중에 받을 몫을 지킬 수 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정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사실관계와 증거를 차근차근 정리해 전문가와 함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쌓아 온 삶의 몫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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