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검찰·금융당국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계속되면서, 피해자뿐 아니라 “알바인 줄 알고 돈만 전달했다”는 수거책·전달책, 통장을 빌려준 사람까지 형사 절차에 휘말리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나는 사기를 치지 않았고 시키는 대로 돈만 옮겼다”, “통장은 빌려줬을 뿐 내용은 몰랐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사기죄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겨냥한 특별법 위반까지 함께 검토하고, 그 안심은 첫 조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처럼 범행의 일부 단계만 맡은 사람도 사기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이어가고 있고, 보이스피싱 자체에는 형법 사기죄보다 훨씬 무거운 별도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에 사기죄와 특별법이 각각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담 정도에 따라 어떤 죄명이 붙는지, 수사가 시작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보이스피싱의 뼈대는 형법상 사기죄입니다
사람을 속여 돈을 건네받으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문자·메신저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가족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송금·교부받는 범행입니다. 이 구조는 형법 제347조 제1항이 정한 사기죄의 구성요건, 즉 기망행위, 피해자의 착오, 재산상 처분행위, 재산상 이익의 취득과 그대로 맞아떨어집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를 속여 계좌이체를 시키면 형법 제347조가 적용되고, 이미 탈취한 개인정보로 직접 이체하거나 피해자의 앱·계정에 접속해 돈을 빼내는 방식이라면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컴퓨터등사용사기(제347조의2)가 문제됩니다. 법정형은 같지만 구성요건이 달라 공소사실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여기까지가 형법의 영역이고, 보이스피싱은 이 형법만으로 처벌되는 범죄가 아닙니다. 별도의 특별법이 있습니다.
사기죄는 보이스피싱 처벌의 출발점일 뿐, 그 위에 특별법과 특경법이 얹힐 수 있습니다.
2.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면 특별법의 무거운 형이 적용됩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는 형법 사기보다 하한을 끌어올립니다.
흔히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부르는 이 법은 제2조 제2호에서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공갈하여 자금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정의합니다. 자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 개인정보를 알아내 이체하는 행위, 자금이 저장된 수단을 교부받는 행위, 출금하는 행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대출을 가장한 행위도 포함되는 반면, 물건 판매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중고거래 사기 같은 행위는 제외됩니다.
처벌 규정은 제15조의2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다. 미수범은 처벌하고, 상습적으로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 내지 제3항).
사기죄에는 벌금만으로 끝나는 선택지(5천만원 이하)가 있었지만, 특별법은 징역의 하한이 1년이고 벌금도 범죄수익의 3배에서 5배로 산정되어 징역과 벌금의 병과까지 가능합니다. 하나의 행위에 사기죄 조문과 특별법 조문이 겹치는 형태라 죄명이 “사기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처럼 함께 적히는 경우가 있고,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행위 시기와 범행 방식에 따라 갈립니다. 그래서 “사기죄냐 특별법이냐”가 아니라, 내 행위가 두 법의 어느 구성요건에 들어가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사기죄만 보고 안심하면, 징역 하한이 1년인 특별법 위반을 놓치게 됩니다.
3. 수거책·전달책·계좌 제공자도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전체 범행을 몰랐더라도, 사기 범행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화를 거는 사람, 계좌를 모으는 사람, 현금을 수거하는 사람, 환전·송금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쪼개 점조직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수거책은 “내가 속인 것도 아니고 위에서 시킨 대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형법상 공동정범은 공범 전원이 범행의 전모를 알 필요 없이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가 연결되어 각자 역할을 분담하면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2024도13466 판결에서 현금수거와 사문서 위조 같은 부수적 임무만 맡았고 구체적인 기망 방법을 몰랐더라도 사기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보아 무죄 판단을 파기환송했고, 2024도10141 판결에서는 채용 경위가 매우 이례적이었는지, 수거 장소에 도착하기 직전에야 피해자의 인상착의와 전달할 서류를 받았는지 같은 사정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핵심은 “알 수 있었는데도 감수했는가”입니다.
계좌만 빌려준 경우도 별개의 죄가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접근매체(통장·체크카드·OTP 등)를 대가를 받고 양도·대여하거나 보관·전달·유통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이용 목적이 보이스피싱임을 알면서 빌려줬다면 사기 방조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별법 제13조의2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와 관련한 접근매체 양도로 처벌받으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5년, 벌금형은 3년 동안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됩니다.
역할이 작아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되지 않고,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4. 피해 금액이 커질수록 특경법으로 처벌이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합산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사기죄도 징역 3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보이스피싱은 한 조직이 여러 피해자에게 반복해 범행하기 때문에 피해액이 쉽게 커집니다.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되는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가담자 입장에서 중요한 점은, 본인이 직접 수거한 금액이 작아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조직이 같은 기간 편취한 금액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담 시점 이전의 범행이나 본인이 관여하지 않은 건까지 무조건 책임진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어느 시점에 어떤 건에 가담했는지를 건별로 가려내는 것이 양형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피해금을 변제했는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조직에서의 지위와 수수료가 어느 정도였는지,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짧았는지는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이득이 크다고 해서 선고형이 기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수사에서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휴대전화 대화와 거래 흔적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 방향을 좌우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소환 또는 체포 → ②피의자 조사와 휴대전화·계좌 압수수색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구속·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직적 사건에서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쉽게 인정되어 구속 수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사 초기에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인·채용 경위를 보여주는 메신저 대화, 구인 공고, 지시 내용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본인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수수료·급여 수령 내역을 출력해 금액과 시점을 정리합니다.
가담 사실을 인식한 시점이 언제인지, 그 이후에도 계속했는지를 시간순으로 메모해 둡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고의의 부존재를 다투거나, 가담 시점과 범위를 좁히고 피해 변제·합의를 병행하면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 또는 감경 사유를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사건은 “나도 속았다”,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첫 진술이 고의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되기 때문에, 준비 없이 임한 첫 조사가 이후 재판의 방향을 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피해를 입은 쪽이라면 지급정지 신청과 수사기관 신고를 서두르고, 송금 내역과 통화·메시지를 보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별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가 지급정지되면 남은 피해금의 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담자로 의심받는 쪽이라면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경위로 일을 시작했고 언제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가 고의 여부를 가릅니다.
저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가담을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죄명과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이스피싱이면 사기죄로 처벌되나요, 특별법 위반으로 처벌되나요?
A. 둘 다 문제될 수 있습니다. 기본 구성요건은 형법 사기죄이고,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면 징역 하한이 1년인 특별법 제15조의2가 적용될 수 있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행위 방식과 시기에 따라 가려집니다.
Q. 시키는 대로 현금만 전달했는데도 사기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범행의 전모를 몰라도 사기 범행의 일부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역할을 맡았다면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통장만 빌려줬는데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접근매체 대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고, 보이스피싱에 쓰일 것을 알았다면 사기 방조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Q. 피해액이 얼마부터 형이 가중되나요?
A. 사기죄 기준으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피해금을 모두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범죄 성립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변제와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고의 판단의 기준이 되고, 조직 범죄는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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