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조차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 | 로톡
이별 조차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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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조차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 

황정오 변호사

예전에는 이별이라고 하면 주로 마음의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연애가 끝나거나 부부가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형사사건이나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별을 앞두고 감정보다 먼저 자신의 안전을 염려하는 경우를 접하게 됩니다.

“헤어지자고 하면 계속 찾아올 것 같습니다.”

“이혼 이야기를 꺼낸 뒤 배우자의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관계를 끝내는 일에 자신의 안전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 미혼 커플의 이별, 끝난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미혼 커플은 한 사람이 관계를 끝내겠다고 하면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관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에게는 이미 끝난 관계를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다른 번호로 연락하고,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집과 직장으로 찾아오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거나, "한 번만 만나달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일상을 계속 확인하거나 만남을 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연애 갈등을 넘어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미혼 커플의 이별에서는 상대방도 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부부의 이별, 이혼 이야기가 갈등의 전환점

결혼한 부부의 이별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가정폭력이 이어져 온 관계에서 이혼은 단순히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평소 폭언이나 위협, 행동 통제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한쪽이 별거나 이혼 의사를 밝히자 갈등이 더 커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출과 연락을 확인하거나,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혼은 "이 관계를 끝낼 것인가"와 함께 "끝내는 과정에서 내 생활은 안전할 것인가"라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혼 커플에서는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갈등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부부 관계에서는 이미 형성돼 있던 통제와 폭력의 관계가 이혼을 계기로 다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가까운 관계의 모순

교제폭력과 가정폭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거나,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배우자입니다. 서로의 집과 직장을 알고 있고 가족과 친구, 생활패턴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되면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관계를 끝낸다는 말 한마디로 서로의 생활이 바로 분리되기 어려운 환경도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스토킹과 교제폭력, 가정폭력을 각각 떨어진 사건으로만 보기보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이별 직후 안전이 염려된다면?

이별이나 이혼 의사를 밝힌 직후 상대방의 접근이나 행동 때문에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감정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즉각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112 신고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피해와 관련해서는 여성긴급전화 1366이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상담뿐 아니라 의료기관, 법률구조기관, 보호시설 등과의 연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토킹 사건에서는 상황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나 연락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와 같은 보호절차도 마련돼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나 가족의 주거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 접근을 제한하거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잘 헤어지는 방법, 개인만의 고충 아냐

이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혼 커플에게는 상대방이 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선택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배우자가 이혼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행동과 생활을 통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로서 교제폭력과 스토킹 사건, 가정폭력과 이혼사건을 접하다 보면 결국 비슷한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왜 누군가는 관계를 끝내겠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안전까지 함께 염려해야 할까.

‘이별 조차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은 현실 자체를 이제는 개인 간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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