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을 하기로 하고 재산분할 합의서부터 작성했습니다. 서명한 순간부터 바로 효력이 생기나요?”
재산분할 합의서를 살필 때에는 서명과 금액만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이혼 절차를 전제로 약속했는지, 그 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합의서가 있다는 사실과 그 합의대로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저는 상담에서 합의서 문구와 함께 재산 목록, 작성 당시 주고받은 대화, 이미 지급하거나 이전한 재산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그 문장을 쓰게 된 경위와 이후의 행동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합의가 기대고 있는 조건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로 협의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도 이러한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의이혼을 하지 않은 채 혼인이 계속되거나, 소송·조정을 통한 이혼으로 바뀌었다면 당초 합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재산을 이전하기로 한 별도의 약정인지 등은 문구와 작성 경위를 보아야 합니다. 이혼 방식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약속을 한꺼번에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소송으로 전환되더라도 종전 합의의 내용과 경위는 법원이 재산분할을 정할 때 하나의 사정으로 참작할 수 있습니다. 서명한 문서를 버리거나, 반대로 그 문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 합의가 전제로 삼은 조건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짧은 문장에 남겨진 빈칸
“각자 명의의 재산은 각자 가진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어떤 재산과 채무까지 정리한 것인지 서로 다르게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날의 잔액을 기준으로 했는지, 부동산에 남은 대출은 누가 갚는지, 이전에 필요한 서류는 언제 건네기로 했는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재산 목록과 잔액·대출 자료를 정리하고 기준일을 적어 두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합의의 범위를 설명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 협의이혼이 성립하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장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서명 이후의 이행까지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상대방 재산을 곧바로 압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56조에 따라 일정한 금액의 지급 약정은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적힌 공정증서 등 집행권원의 요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부동산 이전처럼 의무의 종류가 다르면 필요한 절차도 달라집니다.
아직 재산분할을 정하지 않은 채 이혼했다면 시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 문제를 뒤로 미루어서는 곤란합니다.
합의서를 검토하는 일은 서명란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나누기로 했고, 어떤 조건에서, 언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까지 같은 뜻으로 이해했는지를 살피는 과정입니다. 서명 전에는 빠진 내용을 채우고, 이미 서명했다면 당시 자료와 이후 진행 경과를 함께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별 수행사례가 아닙니다. 합의의 효력과 대응 방법은 문구, 이혼 방식, 실제 이행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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