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에 대한 기사는 자주 접하지만 그 실제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보시면 "차라리 모르고 있던 것이 나았을 뻔했다"고 느낄 만큼 오늘은 우리나라 동물 학대 처벌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과 법적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본 글에는 자극적인 구체 사례나 사진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1.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와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물 학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22년 25.4%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4가구 중 1가구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 학대 범죄 역시 급증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2023년 1,290건으로 무려 18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디어 및 SNS의 발달로 학대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소비되면서 범죄의 양상이 갈수록 더 잔혹하고 악랄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 학대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재범률 또한 매우 높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로 인식해야 합니다.
2. 동물 학대 사례와 솜방망이 처벌의 현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내려지는 처벌 수준은 국민의 법 감정과 큰 격차를 보입니다.
1) 2017년 A씨 사건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의 목과 뒷다리를 밧줄로 묶어 화물차 양 측면에 고정한 뒤 7km를 운전하여 상해를 입힘
벌금 70만 원
2) 2018년 B씨 사건
빌라 옥상에서 기르던 개 3마리 중 1마리를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목에 줄을 매달아 잡아당겨 죽임
벌금형/집행유예 수준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접수된 동물보호 위반 사건 4,249건 중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단 122명(약 2.8%)에 불과합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2년 동물보호법 위반 1심 사건 82건 중 절반 이상인 46건이 벌금형이었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4건,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7건이었습니다. 실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5건(약 6%)에 불과해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3. 해외 주요국의 엄격한 동물 학대 처벌 기준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중범죄로 다루며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1) 영국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 도입. 동물복지법 제33조 위반으로 유죄 선고 시 동물 소유권 전격 박탈
2) 미국
FBI가 동물 학대를 중범죄(Felony)로 분류하여 적극 단속. 최대 7년의 징역형. (테네시주의 경우 '동물학대 등록법'을 통해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공개)
3) 프랑스
학대 행위 시 최대 1억 원의 벌금 및 최고 5년의 징역형 부과
4. 학대 영상 유포 금지와 사법부의 인식 전환 필요성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제5항은 학대 영상물의 유포를 엄격히 금지하며,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물보호법 제97조 제5항). 그러나 자극적인 조회수나 쾌감을 노린 유포자들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은 실효성 있는 억제책이 되지 못합니다. 영상 유포 역시 학대를 방조하고 확산시키는 2차 범죄인 만큼 강력한 처벌 기준이 필요합니다.
동물 학대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인식 전환도 절실합니다.
울산지방법원은 동물학대 사건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동물학대행위를 단순히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손괴행위로 인식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학적·충동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한다."
— 울산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9고단3906 판결
법원의 판시처럼 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고, 생명 경시 태도 자체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5. 앞으로의 동물복지와 과제
다행히 2025년 2월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9년까지 향후 5년간의 정책을 담은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제도 개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와 안전보장, 그리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하여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목적으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기본 원칙을 되새기며 글을 마칩니다.
동물보호법 제3조 (동물보호의 기본원칙)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ㆍ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몸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고통ㆍ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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