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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 명부를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면 개인정보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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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 명부를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면 개인정보법 위반일까? 

김찬협 변호사

선거인 명부를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면 개인정보법 위반일까?

― 대법원이 제시한 ‘제3자 제공’과 ‘목적 외 이용’의 기준

안녕하세요. 김찬협 변호사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임원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조합원들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이 기재된 선거인 명부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후보자가 조합으로부터 받은 선거인 명부를 자신의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이 아닐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사무원에게 선거인 명부를 전달한 행위가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말하는 ‘제3자 제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사무원이 함께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 역시 곧바로 ‘목적 외 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선거인 명부를 자유롭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사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피고인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한 사람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선거운동을 위해 조합에 선거인 명부의 열람·복사를 신청했고, 조합으로부터 조합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이 기재된 선거인 명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하면서 선거인 명부 일부를 전달했습니다. 약 150명의 조합원에 관한 정보가 전달된 것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서는 전화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에게만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선거사무원은 후보자임을 표시한 어깨띠나 선거운동복을 착용하고 명함을 배포하는 방식의 거리 홍보 등 제한된 활동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조합으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당초 목적과 다르게 이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했다고 보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제3자 제공’인지 여부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 일정한 요건 없이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대법원은 단순히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제3자 제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개인정보에 대한 지배·관리권이 실제로 이전되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개인정보를 보유하면서 회사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직원이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인정보가 직원에게 전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제3자 제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업무나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3. 선거사무원은 ‘제3자’가 아니라고 본 이유

대법원은 피고인과 선거사무원의 관계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선거사무원은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부인이 아니었습니다.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선임된 사람이었고,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피고인의 선거운동이라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선거사무원에게 선거인 명부 일부를 전달한 것은 선거사무원이 자신의 독립적인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넘긴 것이 아니라, 후보자인 피고인의 선거운동이라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관계에 있는 선거사무원을 개인정보 보호법상 ‘제3자’라고 쉽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 무조건 제3자 제공

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4. 그렇다면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도 괜찮다는 뜻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은 전화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에게만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 것은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규정 위반이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까지 되는 것일까요?

대법원은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대법원이 구별한 것이 바로 ‘선거관리규정 위반’과 ‘개인정보 보호법상 목적 외 이용’입니다.

어떤 행위가 조합 내부의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별도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5. ‘목적 외 이용’인지 판단할 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의 범위를 판단할 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 개인정보를 최초에 어떤 목적으로 수집했는지

  •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이용에 대해 어떤 범위에서 동의했는지

  •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가 제공된 것이라면 해당 법률에서 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람과 제공받은 사람 사이에 어떤 내용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는지

  • 관련 규정이나 지침에서 개인정보의 이용을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 무엇보다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입장에서 해당 이용행위를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결국 개인정보를 이용한 사람이 마음속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6. 이 사건에서는 왜 ‘목적 외 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까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조합에 선거인 명부를 신청하면서 그 목적을 ‘선거운동’이라고 기재했습니다.

조합의 규정 역시 후보자에게 선거인 명부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선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즉, 선거인 명부를 제공받은 가장 기본적인 목적 자체가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후보자가 문자나 단체대화방 등을 이용하거나 명함을 배포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고, 선거사무원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보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조합과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도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사무원과 선거인 명부를 함께 이용할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라고 대법원은 보았습니다.

비록 선거사무원의 전화 선거운동이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말하는 ‘목적 외 이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7. 왜 이런 구별이 중요할까요?

만약 조합의 내부규정을 위반한 모든 개인정보 이용행위를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본다면 형사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 선거운동 방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후보자가 그중 하나를 위반했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모든 개인정보 이용행위까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가 된다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내부규정 위반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구별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는 내부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면 그 규정에 따른 별도의 책임이나 선거절차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법상 형사책임이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8. 이번 판결에서 기억할 핵심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분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첫째,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해서 언제나 ‘제3자 제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사람이 개인정보를 독립적으로 이용하는 제3자인지, 아니면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처리하는 내부적인 업무수행자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둘째, 내부규정 위반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은 구별해야 합니다.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법상 ‘목적 외 이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개인정보 이용 목적의 범위는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 주장하는 주관적인 목적만이 아니라, 개인정보의 최초 수집 목적, 제공 경위, 관련 법령과 규정,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였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마치며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선거에서는 조합원들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와 선거사무원의 관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조합의 규정 등이 서로 얽히면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다는 외형만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개인정보에 대한 지배·관리권이 이전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용이 당초 제공 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형사책임은 단순한 내부규정 위반과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조합 선거 과정에서 선거인 명부나 조합원 연락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①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제공받았는지, ② 누구에게 어떤 범위로 전달하는지, ③ 전달받은 사람이 독립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지 아니면 후보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인지, ④ 조합의 관련 규정이 무엇을 정하고 있는지 등을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법률의견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 관련 법령 및 판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 글의 내용을 구체적인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법률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판단이나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본 글은 작성 당시의 법령과 판례 등을 기초로 작성되었으나, 이후 법령·판례 및 제도 등의 변경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의 내용을 이용하여 취한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작성자가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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