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해 본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 서면에 적힌 내용이 전부 거짓말입니다."
억울한 마음에 곧바로 고소하거나 감정적으로 반박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소송에서 거짓 주장에 대응하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주장은 증거가 아닙니다
준비서면에 적힌 내용은 당사자의 주장일 뿐입니다.
법원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로 사실을 판단합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자세하게 적어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으면 사실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대응은 감정이 담긴 반박문이 아니라, 거짓인 부분을 특정하고 그 반대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를 내는 것입니다.
반박은 항목별로, 증거와 함께
상대방 주장을 문장 단위로 나누어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구분합니다.
다투는 부분마다 대화 녹음의 녹취록, 메시지, 이체 내역처럼 반대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붙입니다. 반박 서면은 분량보다 주장과 증거의 대응 관계가 분명한지가 중요합니다. 모든 문장에 반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에 영향을 주는 사실에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다투지 않으면 인정한 것으로 봅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봅니다(민사소송법 제150조 제1항 본문).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서면에서 분명히 부인해야 합니다. 침묵은 인정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자백한 사실은 증명이 필요 없고, 자백을 취소하려면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288조).
반대로 잘 모르는 사실이라면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같은 법 제150조 제2항).
상대방이 가진 자료는 제출을 요구합니다
상대방이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으면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합니다(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신청인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49조).
상대방이 "계약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고만 하고 원본을 내지 않는다면 이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서제출신청에는 문서의 표시와 취지, 문서를 가진 사람, 증명할 사실, 제출의무의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같은 법 제345조).
법정에서의 거짓말은 누가 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증인은 선서를 하고 증언합니다.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됩니다(형법 제152조 제1항).
증인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보이면, 먼저 반대신문에서 다른 증거와 어긋나는 부분을 짚어 신빙성을 다투어야 합니다.
당사자 본인은 증인이 아니므로 서면에 적은 주장만으로 위증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신문에서 선서한 당사자가 거짓 진술을 하면, 법원은 결정으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합니다(민사소송법 제370조 제1항).
소송사기와 명예훼손은 쉽지 않습니다
거짓 주장으로 법원을 속여 유리한 판결을 받으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347조 제1항).
그러나 누구에게나 소송에서 자기 주장을 할 권리가 있으므로, 법원은 소송사기를 매우 엄격하게 인정합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법원을 속이려는 사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고소부터 하면 민사 절차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고,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상대방이 그 결과를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서면 내용으로 명예훼손을 문제 삼기도 어렵습니다. 소송 서면은 법원과 상대방에게 제출되는 것이어서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소송에서 필요한 주장을 한 것이라면 정당행위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형법 제20조).
선고 전이라면 변론재개를 신청합니다
변론이 끝난 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면 선고 전에 변론재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종결된 변론을 다시 열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42조).
재개 여부는 법원의 재량입니다. 신청서에는 새 증거가 무엇이고 그것이 왜 결론을 바꿀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항소심에서 그 증거를 다시 낼 수 있습니다.
항소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입니다(민사소송법 제396조). 판결서를 받은 날짜를 기록해 두십시오.
판결이 확정된 뒤라면 재심의 요건을 확인합니다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가 위조되었거나, 증인이나 당사자신문에서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되었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제7호).
다만 그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이나 과태료 재판이 확정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재심은 예외적인 절차이므로, 판결 전에 증거를 모두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재심의 소는 재심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합니다(같은 법 제456조 제1항·제3항).
정리
거짓 주장에 대한 가장 강한 대응은 증거입니다.
상대방의 문장을 하나하나 반박하기보다, 결론을 바꿀 수 있는 사실을 골라 그 반대 증거를 제출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형사 절차는 요건이 엄격하므로 민사 소송의 대응을 미루고 고소부터 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소송 안에서 쓸 수 있는 절차를 먼저 쓰고,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을 때 다음 단계를 검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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