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지인의 사업자금 대출에 자기 집을 담보로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률 용어로는 물상보증인이라고 합니다. 보증인과 달리 담보로 제공한 재산 범위에서만 책임을 지지만, 채무자가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최근 상담에서 주채무자가 사망한 뒤 연체이자가 계속 늘어나자, 만기 전이라도 먼저 갚아야 하는지, 먼저 갚으면 나중에 돌려받는 데 불리하지 않은지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신 갚은 돈을 어떻게 돌려받는지, 채무자가 사망하거나 파산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대신 갚으면 구상권이 생깁니다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질권을 설정한 사람이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따라 채무자에게 구상권이 있습니다(민법 제341조). 이 규정은 저당권에 준용되므로(민법 제370조),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람도 같은 권리를 가집니다. 구상권은 대신 갚은 금액을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스스로 갚은 경우뿐 아니라 경매로 집을 잃은 경우에도 구상권이 생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얼마를 언제 갚았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에 상환할 때 원금과 이자, 지연손해금의 내역이 구분된 영수증과 거래내역을 받아 두십시오.
은행이 가진 권리를 넘겨받습니다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은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합니다(민법 제481조). 자기 집이 경매될 처지에 있는 물상보증인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대위한 사람은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자가 가졌던 채권과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82조 제1항). 은행이 채무자 소유의 다른 부동산에도 담보를 잡고 있었다면, 대신 갚은 사람이 그 담보를 이어받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권리는 구상권과 별개로 인정되므로, 채무자에게 다른 재산이 있을 때 회수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 변제할 때 은행에 대위변제 증명서를 요청하고, 담보 목록을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인이 따로 있다면 부담을 나눕니다
같은 대출에 연대보증인이 따로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와 보증인 사이에서는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합니다(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 담보를 제공한 사람이 여러 명이면 보증인의 부담부분을 뺀 나머지를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해 나눕니다(같은 호 단서).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는 대위 순서와 금액 계산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갚기 전에 담보와 보증 관계를 모두 적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채무자가 사망했다면 상속재산 절차를 확인합니다
채무자가 사망하면 구상권은 상속인이나 상속재산을 상대로 행사하게 됩니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다면 상속재산의 범위에서만 책임을 지므로, 상속재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회수의 한계가 됩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음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파산신청을 해야 하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제2항), 상속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1항). 상속재산으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으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합니다(같은 법 제307조).
상속재산파산이 선고되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거나 집행하는 대신, 법원이 정한 신고기간 안에 채권액과 원인을 적고 증거서류를 붙여 채권을 신고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447조 제1항).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같은 법 제424조).
만기 전에 갚아도 파산절차에서 불리하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분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대출 만기가 아직 남았는데 먼저 갚으면 구상권도 만기가 되어야 행사할 수 있어 파산 배당에서 빠지지 않느냐는 점이었습니다.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이 파산채권이 되고(같은 법 제423조), 기한부채권은 파산선고 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봅니다(같은 법 제425조). 파산선고 전에 갚았다면 구상채권을 그대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갚기 전이라도 담보를 제공한 제3자는 채무자에 대한 장래의 구상권 전액으로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30조 제1항·제3항). 다만 은행이 채권 전액을 신고한 때에는 이 방법을 쓸 수 없고(같은 조 제1항 단서), 그 뒤에 변제하면 변제한 비율에 따라 은행의 권리를 취득합니다(같은 조 제2항). 어느 쪽이든 먼저 갚았다는 이유로 배당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먼저 갚을지 판단하는 기준
결국 먼저 갚을지는 비용의 문제입니다. 연체이자가 매달 쌓이고 있고,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경매 절차 비용까지 더해집니다. 경매로 집이 매각되면 매각가격이 시세보다 낮을 수 있고, 그 차이는 되돌려 받기 어렵습니다. 변제할 자금이 있다면 먼저 갚고 구상권과 대위권을 행사하는 편이 손실을 줄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담보가 여러 개이거나 보증인이 따로 있거나, 상속재산에 다른 담보권자가 있으면 누가 먼저 얼마를 회수하는지가 복잡해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갚기 전에 회수 가능 금액을 계산해 보고, 상환 시점과 증빙 확보 방법을 정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으며
남의 빚에 담보를 내준 사람은 채무자의 사정 변화에 따라 자기 재산이 위험해지는 위치에 있습니다. 대신 갚는 것은 손해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구상권과 대위권이라는 회수 수단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변제 증빙, 은행의 담보 목록, 상속과 파산 절차의 기간을 함께 관리하면 대신 갚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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