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채팅앱이나 오픈채팅방, SNS 다이렉트메시지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요구했다가, 상대가 실제로는 위장수사 중이던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신 분들 중에는 “상대가 진짜 미성년자인지 확인도 안 했는데 무슨 죄가 되느냐”거나, “애초에 경찰이 미성년자인 척 속인 것이니 이 사건 자체가 무효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진행되면, 대화 내용과 캡처 기록이 그대로 증거로 제시되고, 위장수사였다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신분위장 수사에 관해, 합법적인 수사기법과 위법한 함정수사를 구분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미성년자인 척 대화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증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는 법이 예정한 수사방법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경찰의 신분위장 수사가 어떤 요건에서 적법한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그 증거가 배제되거나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로 될 수 있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찰이 미성년자인 척 대화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2021년 아청법 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신분위장 수사가 합법적인 수사기법으로 명문화됐습니다.
과거에는 경찰관이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로 신분을 속이고 대화하거나 계정을 운영하는 수사기법에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3월 23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25조의2부터 제25조의9까지를 신설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제11조), 성착취 목적의 온라인 대화·유인(제15조의2),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물 유포(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제3항) 등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를 도입했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화방이나 정보통신망에 접근해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고, 신분위장수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문서·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위장 신분으로 계약·거래를 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까지 허용합니다. 즉 경찰관이 나이를 속이고 미성년자인 척 대화를 이어간 것 자체는,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켰다면 이제 적법한 수사방법에 해당합니다.
경찰이 미성년자로 신분을 위장해 대화했다는 사정 자체는, 그것만으로 증거가 위법하다고 볼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2. 승인과 허가 절차를 지켰는지가 증거능력의 첫 갈림길입니다
정해진 승인·허가 없이, 또는 기간을 넘겨 이뤄진 위장수사는 증거로 쓰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사법경찰관리가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수사기간은 3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반면 신분위장수사는 훨씬 엄격해서, 경찰이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허가를 청구하고, 법원이 종류·목적·대상·범위·기간·장소·방법을 특정한 허가서를 발부해야 비로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간도 3개월이 원칙이고, 연장하더라도 총 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합니다.
다만 긴급한 경우에는 사전 승인·허가 없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경찰은 지체 없이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이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즉시 수사를 중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대화 기록이나 자료는 그 디지털 성범죄나 관련 범죄의 수사·소추, 징계절차,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이 정한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승인이나 허가 없이 진행됐거나, 정해진 기간을 넘겼거나, 애초 목적과 무관한 다른 사건에 그 대화 내용을 끌어다 쓴 정황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절차위반으로 다퉈볼 여지가 생깁니다.
승인·허가 절차와 사용목적의 제한을 지켰는지가, 위장수사로 얻은 대화 기록의 증거능력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3. 이미 범행 의사가 있었는지, 경찰이 의사를 만들어냈는지가 두 번째 갈림길입니다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 범의 자체를 유발한 것인지에 따라 함정수사의 위법 여부가 달라집니다.
아청법이 정한 절차를 그대로 지켰다 하더라도, 형사소송의 일반 법리인 함정수사 문제는 별도로 남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이미 범행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기회제공형 수사는 허용되지만, 애초에 범행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의 자체를 새로 만들어낸 범의유발형 수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해왔습니다.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구체적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수사관의 지위와 역할, 접근·유인의 경위와 방법, 상대방의 반응,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이미 온라인에서 불특정 미성년자를 물색하며 성적인 대화나 사진을 반복적으로 요구해온 사람에게, 경찰이 미성년자 행세를 하며 대화에 응하거나 자료를 요청받은 것에 불과하다면 대체로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수사관이 먼저 접근해 대화를 걸고, 상대방이 주저하는데도 성적인 표현이나 자료 전송을 거듭 재촉·유도했다면 범의유발형 시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스스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나선 사람에게 경찰이 응한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먼저 범의를 만들어낸 것인지가 함정수사 항변의 성패를 가릅니다.
4. 절차위반의 정도에 따라 증거배제냐 공소기각이냐 결론이 달라집니다
가벼운 형식적 흠은 증거능력을 유지시키지만, 실질적 침해는 증거배제나 공소기각으로 이어집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같은 판결은, 절차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정도,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침해되는 법익의 성질과 정도, 절차위반과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승인서에 사소한 기재 누락이 있었던 정도라면 증거능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법원 허가 없이 신분위장수사를 진행했거나 정해진 사용목적을 벗어나 다른 사건에 대화 기록을 전용한 경우라면 실질적 침해로 보아 증거가 배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함정수사가 범의유발형으로 인정되면, 이는 단순한 증거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판례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무죄를 따지기 전에 공소기각 판결로 사건을 종결시킵니다. 절차상 흠과 함정수사 항변은 그 무게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5. 고소·수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대화 기록과 수사 경위를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인지 또는 신고 접수 → ②피의자 조사 및 대화 기록·캡처 등 증거 제시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온라인 그루밍(성착취 목적 대화)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성착취물 제작·배포까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해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상대방이 실제로는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눈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캡처·백업하고, 처음 대화를 건 쪽이 본인인지 상대방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증거가 이 사건 수사·소추 목적으로만 쓰였는지, 다른 혐의로 전용된 정황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변호인을 통해 신분비공개수사 승인서 또는 신분위장수사 허가서의 존재 여부와 기간 준수 여부를 정식으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수사 절차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절차위반 여부와 함정수사 해당 여부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혹감과 수치심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 상대가 실은 경찰이었다는 사실에 억울함을 느끼는 쪽 입장에서는, 신분위장수사의 승인·허가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자신이 먼저 범행을 계획한 것인지 아니면 유도당한 것인지를 냉정하게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실제 미성년자 피해를 막아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정해진 절차와 기간을 벗어나면 어렵게 수집한 증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쪽과, 반대로 피해 아동·청소년을 대리해 처벌을 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화 기록의 정리와 절차 하자 확인이 결과를 크게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수사 초기 대응이 이후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실제로는 경찰이었다는 걸 알고 대화를 그만뒀는데도 처벌받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미수범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이미 이뤄진 대화·요구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그만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경찰이 먼저 대화를 걸어왔다면 무조건 함정수사 아닌가요?
A. 아닙니다. 경찰이 먼저 접근했더라도, 이미 다른 경로로 미성년자를 물색해온 정황이 있다면 단순한 기회제공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함정수사 해당 여부는 접근 경위, 유인 방법, 상대방 반응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신분위장수사에 법원 허가가 없었다면 그 대화 기록은 무조건 증거가 안 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절차위반의 정도와 침해되는 법익, 수사기관의 인식·의도 등을 종합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허가 없이 진행됐다는 사정은 방어 측에서 반드시 다퉈볼 지점입니다.
Q. 대화만 나눴을 뿐 만나거나 사진을 주고받지는 않았는데도 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나눈 것만으로도 성립하며, 실제 만남이나 사진 전송까지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Q. 상대방이 실제로는 경찰인데, 이것도 함정수사로 다퉈볼 수 있나요?
A. 다퉈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청법상 신분비공개·신분위장수사는 요건과 절차를 지킨 경우 적법한 수사기법으로 인정되므로, 절차 준수 여부와 별개로 범의유발형에 해당한다는 사정이 함께 확인돼야 함정수사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 선임은 언제가 좋을까요?
A.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대화 기록 정리 방향이 절차위반 여부와 함정수사 항변을 다투는 데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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