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사이트에서 채권회수 알바 지원했다가 수거책으로 입건됐어요
사건 개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권회수 업무, 건당 고수당 지급"이라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절차는 비슷합니다. 이력서를 넣자 곧바로 담당자라는 사람에게서 문자나 메신저로 연락이 오고, 대면 면접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채무자를 만나 현금을 받아 지정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는 지시를 받습니다. 실제로 며칠 시키는 대로 사람을 만나 돈을 받아 입금했더니, 어느 날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날아옵니다. 자신이 받은 돈은 채무자의 빚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금이었고, 본인은 그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지목되어 사기 혐의로 입건된 것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회수 알바인 줄 알았다", "회사 이름도, 위임장도 그럴듯했다"며 자신도 속았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채용 경로가 정상적이지 않았던 점, 업무 지시 방식이 통상적인 채권추심과 다른 점, 짧은 시간에 큰 현금을 다뤘는데도 아무런 서류를 남기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도 눈감았다(미필적 고의)고 보아 사기죄로 기소하는 사례가 상당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몰랐다"는 말 자체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방어가 되는 것은 실제로 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입니다. 반대로 검찰·법원 역시 막연한 심증이 아니라 정해진 간접사실들을 하나하나 짚어 판단하므로, 어느 지점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대법원은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에서,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성명불상의 조직원에게 채용되어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사건을 다루며 이 유형의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요지는 보이스피싱 범행 전체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고, 자신이 수거하는 돈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면 그것으로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형법 제13조, 제30조, 제347조).
다만 이 판결은 동시에, 그 인식 여부를 판단할 때 살펴야 할 간접사실의 목록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① 채용 과정에서 오간 의사연락의 내용과 수단(전화·대면인지 문자·메신저뿐인지), ② 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했는지, ③ 근로계약서·업무위탁계약서가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④ 현금수거업무를 맡게 된 경위·과정이 통상적인지, ⑤ 현금수거의 구체적 절차와 피해자를 만났을 때 보인 언동, ⑥ 피해자에게 제시한 서류(위임장·채권양도증서 등)의 작성 경위, ⑦ 수거 횟수·금액 규모, ⑧ 수거한 현금을 송금할 때 제3자 명의를 사용했는지, ⑨ 보수의 액수와 지급 방식, ⑩ 본인의 나이·지능·경력 등입니다.
여기에 더해 실무적으로는 이득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문제됩니다.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조직이 여러 피해자에게서 걷은 돈 전체가 자신이 관여한 이득액으로 합산되는지, 아니면 자신이 실제로 수거한 회차·금액만으로 한정되는지도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쟁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대법원이 정한 간접사실을 하나씩 채워 '몰랐다'를 증명하기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아무 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대법원 2024도10141 판결이 제시한 판단 요소를 표로 정리해, 의뢰인의 사안이 그 각 항목에서 어떻게 '비정상적 채용'이었는지를 하나씩 사실관계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방어를 구성합니다.
1) 채용 경위의 비정상성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구인 공고 화면 캡처, 지원 후 오간 문자·메신저 대화 전체, 대면 면접이나 신분 확인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거나 형식만 갖춘 서류를 받은 정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정상적인 채권추심업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된 채권추심회사나 변호사가 담당하며, 개인을 구인 사이트에서 즉석 채용해 현금을 직접 받아오게 하는 방식 자체가 업계 관행과 명백히 어긋난다는 점을 함께 부각합니다.
2) 업무 지시와 실제 채권추심 절차의 괴리를 대조합니다.
정상적인 채권추심이라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 추심위임장,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제시 등 서류가 앞서고 계좌이체로 정산하는 것이 통상입니다. 반면 실제 지시는 "현금으로만 받아라", "받은 즉시 지정 계좌로 무통장입금하라", "회사 이름을 묻거든 얼버무려라"는 식이었다면, 이 지시 하나하나가 정상적 채권추심과 어떻게 다른지 조목조목 비교해 진술서와 의견서에 담습니다. 이 대조 작업이 곧 '몰랐다'는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됩니다.
3) 수거 횟수·금액·보수 지급방식을 정리해 고의 없음을 뒷받침합니다.
수거 횟수가 적고, 초기 단계에서 이상함을 느껴 그만두었거나 신고했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유력한 정황입니다. 반대로 수거 건수가 늘고 보수도 계속 올라갔는데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다면 이 부분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되 각 시점에서 어떤 확인 조치를 취했는지(회사에 전화해 확인을 시도했다거나, 신분증을 요구했다는 등)를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공동정범·특가법 가중처벌 리스크를 낮추는 형사절차 대응
고의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이미 상당한 진행이 있었던 사안이라면 처벌 수위 자체를 낮추는 절차적 대응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이득액 산정 범위를 다툽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가중처벌은 '이득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조직 전체가 편취한 금액을 수거책 한 명에게 그대로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실제로 수거·전달에 관여한 회차와 금액을 특정해, 조직 전체 피해액이 아니라 본인 관여분을 기준으로 이득액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소명합니다. 이 산정 범위에 따라 가중처벌 여부와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2) 공동정범이 아닌 종범(방조) 구성을 시도합니다.
조직의 기획·기망 단계에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지시받은 대로 현금을 수거·전달만 한 경우라면, 정범이 아니라 형법 제32조의 종범으로 평가될 여지를 다툽니다. 종범이 인정되면 형은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채용 이후 조직의 기망 시나리오나 총책의 지시 체계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 역할이 수거·송금이라는 말단 업무에 한정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부각하는 작업입니다.
3) 피해 회복과 초범·가담경위를 양형자료로 준비합니다.
본인이 수거해 전달한 피해금 상당액을 공탁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실질적인 양형 감경 사유가 됩니다. 여기에 구인 사이트를 통한 우발적 가담이었다는 경위,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정황, 초범이라는 사정을 함께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하면, 설령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아낼 여지를 넓힐 수 있습니다.
결론
구인 사이트의 "채권회수 알바"는 실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수거책을 모집할 때 자주 쓰는 위장 명목 중 하나입니다. 대면 면접 없이 문자로만 채용되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현금을 직접 받아 무통장입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정상적인 채권추심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어 보아야 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에 맞춰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의 비정상성을 증거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사안이라면 이득액 산정과 종범 여부, 피해 회복까지 함께 준비해야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출석요구서를 받았거나 입건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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