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에서 알게 된 사람의 요구로, 또는 연인에게 보내려고 스스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전송한 청소년이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촬영도 전송도 본인이 직접 했다는 이유로 이 청소년을 처벌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애초에 이런 요구에 노출된 것 자체가 피해로 다뤄져야 하는지를 두고 실무에서도 판단이 엇갈립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착취물의 제작·소지·배포를 촬영자의 신원과 무관하게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 촬영이 누구의 기획과 유인으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청소년이 자신을 촬영해 보낸 성착취물이 어떤 경우에 처벌 대상이 되고 어떤 경우에 피해아동으로 보호받는지, 그 경계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청소년 성착취물, 스스로 찍어 보내도 '제작'에 해당하는 이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은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하며,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됩니다. 같은 법 제11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는데, 이때 '제작'에 해당하는지는 카메라를 누가 들었는지가 아니라 촬영된 내용이 법이 정한 성착취물의 정의를 충족하는지로 판단됩니다. 아동·청소년의 신체나 성적 행위를 성적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면, 촬영자가 성인이든 청소년 본인이든 그 자체로 규제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찍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촬영에 관여한 모든 청소년이 같은 방식으로 다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형사·소년 절차에서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그 촬영을 누가 기획하고 유도했는지, 그리고 동의가 있었다면 그 동의가 진정하고 자발적인 것이었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다음 항목부터 구체적인 갈림길을 짚어보겠습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는 촬영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촬영된 내용이 무엇인지로 판단되고, 처벌의 방향을 가르는 것은 그 촬영을 누가 기획·유도했는지다.
온라인 그루밍 — 시켜서 찍게 한 상대방이 '제작자'가 되는 구조
대표적인 유형이 랜덤채팅 등 온라인 그루밍입니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친근하게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서서히 성적인 대화로 화제를 옮기고, 어느 순간 청소년에게 스스로 신체나 성적 행위를 촬영해 보내도록 유도합니다. 이 경우 피고인이 촬영행위를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촬영의 기획·지시·유도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실질적으로 지배·조종했다면 그 상대방이 '제작'의 주체로 인정됩니다. 법원이 촬영물 등 이용 협박이나 성착취물 제작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기준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촬영에 응한 청소년은 원칙적으로 피해아동으로 취급됩니다. 겉으로는 스스로 앱을 켜고 스스로 사진을 찍어 전송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 신뢰관계를 이용한 유인이나 압박이 있었다면 '자발적 촬영'이 아니라 '유도된 촬영'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자동으로 내려지지 않고, 접근 경위·대화 내용·나이 차이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확정됩니다.
접근 — 게임·채팅앱 등에서 또래나 친근한 인물로 위장해 대화를 시작.
신뢰 형성 — 고민 상담, 관심 표현 등으로 친밀감을 쌓는 단계.
화제 전환 — 성적인 대화나 사진 교환 제안으로 서서히 넘어감.
촬영 요구 — 신체 노출이나 성적 행위를 촬영해 전송하도록 유도.
협박·유포 전환 — 확보한 촬영물을 빌미로 추가 요구나 협박으로 이어짐.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 동의가 있어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판결은 아동·청소년이 촬영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제작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촬영행위가 '제작'에 해당하는지는 아동·청소년의 나이와 지적·사회적 능력, 제작의 목적과 동기 및 경위, 촬영 과정에서 강제력·위계·대가가 결부되었는지, 동의나 관여가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이루어졌는지, 아동·청소년과 촬영물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과의 관계, 촬영물에 표현된 성적 행위의 내용과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성인 피고인이 온라인으로 접근해 만 12세 피해자를 촬영한 사안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음에도 대법원은 사리분별력이 충분한 아동·청소년이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나이 차이나 관계의 불균형이 큰 상황에서 청소년이 "괜찮다"고 답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이 기준이 실무에서 하는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루밍 가해자가 "합의였다"고 주장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막아 청소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둘째, 반대로 청소년 본인이 소지·배포 혐의로 조사받을 때도 같은 다요소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 촬영 경위에 강제나 유인이 있었다면 처벌보다 보호 쪽으로 결론이 기울게 됩니다.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성착취물 제작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판결의 결론이다.
협박·유포로 번지면 — 촬영물 이용 협박죄까지 겹치는 구조
그루밍이 성착취물 확보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은 법 제11조의2 제1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을 협박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촬영물을 빌미로 추가 촬영을 강요하거나 실시간 화상통화, 금품, 오프라인 만남을 요구하는 방식이 전형적입니다.
이 단계까지 이르면 죄수 관계도 복잡해집니다. 최초 촬영을 유도한 행위는 제작죄(제11조 제1항)로, 이후 촬영물을 빌미로 한 협박은 별도의 협박죄(제11조의2 제1항)로 각각 성립할 수 있고, 실제로 촬영물을 다른 곳에 퍼뜨리기까지 했다면 배포죄(제11조 제3항, 3년 이상의 유기징역)가 추가됩니다. 피해 청소년 입장에서는 협박이 시작된 시점부터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를 최대한 남겨두는 것이 이후 수사와 처벌 강도를 좌우합니다.
추가 촬영물이나 실시간 화상통화 강요.
금전이나 상품권 등 대가 요구.
오프라인 만남·성적 행위 강요.
거부 시 지인·가족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
스스로 계획해 촬영·전송한 경우 — 소지·배포죄가 걸리는 지점
반대로 제3자의 기획이나 유인 없이 청소년이 스스로 판단해 연인에게 보내거나 사회관계망에 올리려고 촬영·전송한 경우는 어떨까요. 법 문언상으로는 촬영 대상이 본인이라도 그 결과물이 성착취물의 정의를 충족하면 그 파일 자체가 성착취물로 취급되고, 이를 소지한 행위(제11조 제5항, 1년 이상의 징역)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제공한 행위(제11조 제3항, 3년 이상의 유기징역)가 성립할 여지가 이론상 남습니다. 실제로 이런 구조 때문에 자신을 촬영한 청소년이 오히려 소지·배포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이 지점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촬영·전송의 경위, 상대방이 누구였는지, 재유포 위험이 있었는지, 청소년이 이 행위의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강요나 대가 없이 순수하게 사적인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고 추가 유포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면 혐의없음이나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사례도 실무상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안마다 다른 개별 판단이지 정해진 공식이 아니므로, 조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경위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자신을 촬영한 결과물이라도 그 내용이 성착취물의 정의를 충족하면, 이를 소지하거나 전송한 단계에서 별도의 형사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범죄소년 — 나이에 따라 갈리는 절차
같은 행위라도 청소년의 나이에 따라 절차 자체가 달라집니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해,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소년법 제4조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보호사건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형벌은 아니지만 가정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으로 절차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소년법의 특례에 따라 검찰과 법원 모두 형사처벌보다 보호처분을 우선 고려할 수 있습니다. 소년법 제32조가 정한 보호처분은 보호관찰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총 10가지로 구성되며, 가장 무거운 단계인 8호부터 10호까지는 1개월에서 2년까지 소년원에 송치하는 처분입니다. 형벌은 아니지만 학업과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10세 미만 — 형사처벌·보호처분 모두 대상이 아님.
10세 이상 14세 미만(촉법소년) — 형사처벌 불가, 가정법원 보호처분 대상.
14세 이상 19세 미만(범죄소년) — 형사처벌 가능하나 소년법 특례로 보호처분이 우선 검토됨.
19세 이상 — 성인과 동일한 형사절차 적용.
피해아동으로 판단됐을 때 받는 절차적 보호
그루밍이나 협박 정황이 확인돼 피해아동으로 판단되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보호 절차가 적용됩니다.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 진술조력인의 참여,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등이 대표적이며, 같은 진술을 반복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영상녹화 조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절차는 청소년이 조사 과정 자체에서 위축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만약 수사 초기에 청소년 본인이 오히려 제작·소지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됐더라도, 그루밍이나 협박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되거나 소년보호사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실무상 있습니다. 이 판단은 접근 경위, 대가나 협박의 존재 여부, 동의의 진정성 등을 앞서 살펴본 다요소 기준으로 다시 심사해 이뤄지므로, 대화 기록이나 계정 정보 등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소명하는 것이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소년이 스스로 찍어 보낸 사진도 성착취물이 될 수 있나요?
A. 촬영·전송 주체가 청소년 본인이라도 그 내용이 법이 정한 성착취물의 정의를 충족하면 성착취물로 취급됩니다. 다만 실제 처벌 여부는 그 촬영을 누가 기획·유도했는지, 유포로 이어졌는지 등을 함께 살펴 정해집니다.
Q. 그루밍으로 촬영을 요구받아 응한 경우도 처벌받나요?
A. 상대방이 신뢰를 쌓은 뒤 촬영을 기획·유도했다면 실질적 지배·조종 기준에 따라 그 상대방이 제작죄로 처벌되고, 촬영에 응한 청소년은 원칙적으로 피해아동으로 다뤄집니다. 다만 접근 경위와 대가 여부 등은 수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Q. 12세인 자녀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형법 제9조에 따라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형사처벌하지 않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소년법상 촉법소년으로 가정법원의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10세 미만이라면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모두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촬영물이 이미 유포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유포·협박에 촬영물이 이용된 경우 협박죄나 배포죄가 추가로 성립할 수 있으므로,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 등 증거를 최대한 보전한 뒤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삭제·차단을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Q. 연인 사이에 합의하에 찍은 촬영물도 문제가 되나요?
A.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제작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나이 차이, 관계의 대등성, 동의의 자발성과 진지성 등이 함께 판단됩니다.
Q. 청소년 본인이 소지·전송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A. 그루밍이나 협박 등 강제성이 확인되면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되거나 소년보호사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접근 경위와 대화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절차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맺음말
청소년이 성착취물을 스스로 촬영해 보낸 사안에서 처벌과 보호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촬영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촬영이 누구의 기획과 유인으로 이뤄졌는지, 동의가 있었다면 그것이 진정하고 자발적이었는지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나이에 따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범죄소년으로 절차가 갈리고, 그루밍이나 협박 정황이 확인되면 청소년 본인이 애초에 입건됐더라도 피해아동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된 사건이 수원지검이나 관할 경찰서 조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 이 사건이 협박·유인에 의한 것임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청소년 본인이 오히려 제작·소지 피의자로 처리될 위험이 있는 만큼, 접근 경위와 대화 기록을 정리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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