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 협조, 서류 업무가 아닙니다
괴롭힘 조사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피해 직원이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라며 목격했던 동료 두세 명에게 진술서를 받아달라고 요청해옵니다. 정작 목격 직원들은 인사팀에 먼저 묻습니다. "이거 꼭 써야 하나요, 제 이름이 상대방한테 그대로 가나요."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인사담당자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진술서 협조는 단순한 서류 업무가 아니라 목격 직원의 신원 노출 범위와 회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동시에 얽히는 문제입니다. 조사가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서 회사가 손을 뗄 수 있는 국면이 아닙니다. 여기서 안내를 잘못하면 협조한 직원과의 신뢰가 흔들리거나, 회사가 개인정보 제공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습니다.
공연성 입증과 신원노출의 경계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목격자 진술은 이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됩니다. 회사가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하게 대응하면, 정작 협조가 필요한 시점에 절차가 지연되거나 목격 직원과의 신뢰 관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목격 직원에게 진술서 작성을 사실상 강요하거나, 동의 없이 이름·소속 등 신원 정보를 상대방(피고소인) 측에 제공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계약 관계에서 수집한 직원 신원 정보를 형사 고소 절차의 상대방 측에 제공하는 것은 애초의 수집 목적 범위를 벗어나므로, 같은 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목적 범위 내 제공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목격 직원 본인의 별도 동의 없이는 신원 정보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목격 직원의 협조는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하며, 회사는 협조를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사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조사 의무는 이미 별도로 이행된 사안이며, 목격자의 형사 고소 협조 자체에 대해서는 회사에 법정 조사 의무가 직접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는 별도로 존재하므로, 두 절차를 같은 기준으로 다루면 안 됩니다.
협조 요청부터 제출까지, 3단계
[협조 요청을 받았을 때] 목격 직원 본인에게 협조 의사를 개별적으로, 강요 없이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진술서가 제출되면 이름과 소속이 피고소인 측에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명확히 안내해야 합니다. 신원 노출 범위를 안내받지 못한 상태에서 협조에 응한 직원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의 설명 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술서 작성을 지원할 때] 협조에 동의한 직원에 한해 자유 형식의 진술서 또는 사실확인서 작성을 지원합니다. 정해진 양식은 없으며, 목격한 사실을 육하원칙에 따라 직접 서술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내용은 목격 직원이 직접 작성하도록 하고, 회사가 문구를 대신 작성하거나 특정 표현을 유도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작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진술서의 신빙성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진술서 제출 이후] 진술서 제출로 협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경찰 조사 참고인 출석이나 법원 증인 출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해야, 목격 직원이 예상치 못한 절차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협조 요청 전 반드시 확인할 것들
협조 요청 전 동의 확인: 목격 직원에게 협조 여부를 강요 없이 개별 확인합니다.
신원노출 안내: 진술서 제출 시 이름·소속이 상대방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합니다.
후속 절차 안내: 경찰 조사·법원 출석 가능성을 미리 설명합니다.
협조 거부 시 대응: 협조를 거부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합니다.
서면 기록 유지: 협조 요청 경위와 직원의 동의 여부를 문서로 남깁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두 절차, 다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목격 직원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형사 고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술서 확보 여부에 따라 입증 전략이 달라지므로, 협조 요청 단계부터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내 괴롭힘 조사와 형사 고소가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경우, 두 절차에서 요구되는 협조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인사담당자가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목격 직원에게도 정확한 안내가 가능합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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