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역형과 함께 몰수·추징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기 전이든 후든 피고인이 사망하면, 이미 선고됐거나 선고될 예정이던 몰수·추징을 상속인에게 그대로 물릴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때 몰수와 추징이 서로 다른 결말을 맞는데, 이 차이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는 유족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피고인이 재판 확정 전에 사망한 경우와 확정 후에 사망한 경우 몰수·추징이 각각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왜 추징금은 상속되지 않는데 몰수는 상속재산에도 집행될 수 있는지를 조문을 따라가며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사범에게 몰수·추징이 함께 붙는 이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마약류 자체는 물론이고 범행에 쓰인 도구·자금·운반수단, 그리고 판매·유통으로 얻은 수익금까지 몰수 대상이 되며, 그 물건을 이미 소비했거나 특정할 수 없어 몰수가 불가능할 때 비로소 같은 가액을 돈으로 추징하는 구조입니다.
이 몰수·추징은 독립된 형벌이 아니라 형법 제49조(몰수의 부가성)에 따라 징역형 등 주형에 부가해서 선고되는 부가형입니다. 조문은 "몰수는 타형에 부가하여 과한다. 단, 행위자에게 유죄의 재판을 아니할 때에도 몰수의 요건이 있는 때에는 몰수만을 선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단서는 무죄 판단을 하면서도 몰수만 별도로 선고할 수 있는 특수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몰수·추징이 유죄 여부와 완전히 무관하게 항상 독립적으로 붙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한 사람에게 징역형과 함께 매수대금 상당액을 추징하거나, 유통조직 구성원에게 각자 취득한 판매수익금 전부를 추징하는 방식으로 이 조문이 적용됩니다.
유통 규모가 크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이 별도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 법 제13조(불법수익등의 몰수)는 범죄행위로 발생하거나 그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 그리고 그 재산의 과실이나 대가로 얻은 재산까지 몰수 대상으로 넓게 규정하고, 제14조는 그 불법재산이 다른 정상적인 재산과 섞인 혼화재산이라도 불법재산에 상당하는 부분을 몰수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몰수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하지 않은 사정이 있을 때는 같은 법 제16조(추징)에 따라 그 가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가 마약류 자체와 직접 관련된 물건에 초점을 둔다면, 이 특례법은 그 마약류 범죄로 형성된 자금 흐름 전체를 추적해 몰수·추징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몰수를 원칙으로 하고, 몰수가 불가능할 때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한다 —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오지만 법적 성질은 처음부터 다르다.
몰수와 추징, 법적 성질이 다른 두 처분
몰수는 특정한 물건, 예컨대 마약류 자체나 범행에 쓰인 차량·자금을 국가가 강제로 소유권을 박탈해 귀속시키는 대물적 처분입니다. 대상이 되는 물건이 눈앞에 특정되어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그 물건의 소유권 자체가 국가로 넘어갑니다. 반면 추징은 몰수해야 할 물건을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 때, 그 물건의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을 범인 개인에게서 징수하는 처분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얼마를 내라"는 금전지급의무여서, 특정 물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부과된다는 점에서 벌금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이 차이는 평상시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몰수든 추징이든 유죄판결과 함께 선고되고, 피고인이 살아서 형이 집행되는 한 결과적으로 국가가 불법이익을 회수한다는 목적은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사망하는 순간, 이 대물적 처분과 인적 금전채무라는 성질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보듯 사망 시점이 재판 확정 전이냐 후냐에 따라 몰수와 추징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재판 확정 전 사망 — 공소기각으로 몰수·추징 자체가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는 피고인이 사망한 때에는 법원이 결정으로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1심이 진행 중이든, 항소심이나 상고심에 계속 중이든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사망하면 법원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따지지 않고 공소기각결정으로 절차를 그대로 끝냅니다. 이는 실체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 자체를 종결하는 형식재판이어서, 몰수는 물론 유죄 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몰수·추징은 형법 제49조에 따라 어디까지나 주형에 부가해서 선고되는 처분입니다. 그런데 공소기각결정으로 절차가 끝나버리면 애초에 유죄판결이라는 주형 자체가 나오지 않으므로, 몰수도 추징도 선고될 근거가 없어집니다. 앞서 본 형법 제49조 단서(무죄 재판에도 몰수만 선고 가능)는 법원이 무죄라는 실체판단을 내린 경우에 한정된 예외이지, 사망으로 인한 공소기각처럼 실체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 이미 압수돼 있던 마약류나 현금, 차량 등이 있다면 몰수 선고 없이 별도의 압수물 처리절차로 넘어갈 뿐입니다.
재판 확정 전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기각결정으로 절차 자체가 끝나, 몰수와 추징 모두 선고될 근거를 잃는다.
재판 확정 후 사망 — 몰수는 남고 추징은 사라지는 지점
문제는 판결이 이미 확정돼 몰수·추징이 선고문에 포함된 뒤, 그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피고인이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형사소송법 제478조(상속재산에 대한 집행)가 적용됩니다. 이 조문은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하여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재판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장을 나눠 보면 이 조문이 상속재산 집행을 허용하는 대상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몰수 그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조세·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선고된 벌금이나 추징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은 세금이나 전매, 공과금을 다루는 법령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규정한 법령입니다. 따라서 마약 사건에서 선고된 추징금은 제478조가 정한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에 해당하지 않아, 재판확정 후 사망이라 하더라도 상속재산에 집행할 수 없습니다. 반면 몰수는 이 조문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나열돼 있으므로, 판결 확정 후 피고인이 사망했다면 몰수 대상물이 상속재산에 남아 있는 한 그 물건에 대한 몰수 집행이 가능합니다. 같은 조문, 같은 재판 안에서 몰수와 추징이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 정반대의 결과를 맞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몰수 — 재판확정 후 사망이면 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라 상속재산(몰수 대상물)에 집행 가능.
마약 추징 — 조세·전매·공과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제478조 예외에 해당하지 않아 상속재산 집행 불가.
재판 확정 전 사망 — 몰수·추징 모두 공소기각으로 애초에 선고되지 않음(위 항목과 별개).
형사소송법 제478조는 몰수는 무조건, 벌금·추징은 조세·전매·공과 법령에 의한 것만 상속재산 집행을 허용한다 — 마약 추징금은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갈리나 — 대물적 처분과 일신전속적 금전채무의 차이
몰수가 재판확정 후 사망에도 상속재산에 집행될 수 있는 이유는, 몰수가 애초에 특정 물건 자체에 붙은 처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물건이 상속으로 명의가 넘어갔다 해도 물건 자체에 남아 있는 불법성·하자는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어서, 국가는 상속인이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그 물건 자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추징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얼마를 내라"고 부과하는 금전지급의무입니다. 벌금이 원칙적으로 그 사람이 사망하면 소멸하는 일신전속적 채무로 취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징 역시 형벌적 성격이 강한 채무여서 상속인에게 당연히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이 형사소송법 제478조의 구조입니다.
결국 몰수와 추징은 같은 조문에서 함께 규정돼 있어 늘 한 세트로 느껴지지만, 하나는 물건을 쫓아가는 대물적 처분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에게 매겨진 금전채무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피고인의 사망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비로소 상속재산 집행 가능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실무는 어떻게 대비하나 — 추징보전명령과 유족의 방어
검찰은 마약사범이 재판 중에 재산을 처분해 나중에 추징을 집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52조에 따른 추징보전명령을 미리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추징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나중에 추징재판을 집행할 수 없게 되거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피고인의 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보전명령은 어디까지나 판결 확정 전 집행을 확보해 두기 위한 수단이어서, 만약 재판 확정 전에 피고인이 사망해 공소기각결정이 내려지면 추징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보전의 전제도 함께 사라집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 통지나 압류를 받았을 때, 그 처분이 몰수인지 추징인지, 그리고 피고인이 판결 확정 전에 사망했는지 확정 후에 사망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마약 추징금이라는 이유로 상속재산에 압류가 들어왔다면, 형사소송법 제478조가 정한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한 추징"이라는 예외 요건에 실제로 해당하는지부터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유족이 확인해야 할 것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는 판결문과 사망 시점을 함께 놓고 다음 사항부터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라도 확인 없이 넘어가면 몰수 대상 재산을 그대로 상속받았다가 뒤늦게 국가에 회수당하거나, 반대로 부존재하는 추징 채무를 스스로 갚아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망 시점이 1심·항소심·상고심 중 어느 단계였는지, 그리고 그 시점이 판결 확정 전인지 후인지.
판결문에 몰수와 추징 중 무엇이, 어떤 물건 또는 금액으로 선고되어 있는지.
몰수라면 그 대상 물건이 상속재산 목록에 실제로 남아 있는지(부동산·차량·예금 등).
추징이라면 마약류 관련 법령에 의한 것인지, 조세·전매·공과 관련 법령에 의한 것인지.
상속포기·한정승인 여부와 별개로, 몰수 대상 재산이 있는지는 반드시 따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 사건 피고인이 재판 도중 사망하면 이미 압수된 마약류나 현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재판 확정 전 사망으로 공소기각결정이 내려지면 몰수 선고 자체가 없으므로, 압수물은 몰수가 아니라 별도의 압수물 처리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다만 마약류처럼 소지 자체가 금지된 물건은 몰수 여부와 무관하게 폐기 등 별도 절차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재판이 확정된 뒤 피고인이 사망하면 추징금은 정말 한 푼도 받을 수 없나요?
A. 형사소송법 제478조는 조세·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한 벌금·추징만 상속재산 집행을 허용하는데, 마약류 관련 추징은 여기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집행할 수 없습니다. 같은 판결의 몰수 부분은 이 조문에 따라 별도로 집행될 수 있습니다.
Q. 상속을 포기하면 몰수·추징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나요?
A. 추징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 대상이 아니어서 상속포기 여부와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몰수는 상속재산 자체에 대해 집행될 수 있으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검토할 때 몰수 대상 재산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공범 중 한 명이 사망하면 나머지 공범의 몰수·추징에도 영향이 있나요?
A. 몰수·추징은 각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선고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한 명이 사망해 그 사람에 대한 절차가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더라도 나머지 공범에 대한 몰수·추징 판단에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Q. 검찰이 미리 추징보전명령을 걸어둔 상태에서 피고인이 사망하면 그 보전은 그대로 유지되나요?
A. 재판 확정 전 사망으로 공소기각결정이 내려지면 추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보전의 전제가 사라지므로 통상 그 효력도 함께 정리됩니다. 재판 확정 후 집행 단계에서 문제 되는 경우라면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 가능 여부, 즉 제478조의 예외 요건 해당 여부를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Q. 몰수 대상 물건이 이미 상속인 명의로 등기·명의이전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나요?
A. 몰수는 물건 자체에 붙는 대물적 처분이어서, 재판확정 후 사망으로 상속재산에 집행하는 경우 명의가 상속인에게 넘어갔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집행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속인이 범죄와 무관하게 그 사정을 모르고 취득했는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 사건에서 몰수와 추징은 늘 한 조문 안에서 함께 다뤄지지만, 피고인의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갑니다.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사망하면 형사소송법 제328조에 따른 공소기각결정으로 몰수·추징 모두 선고 자체가 사라지고, 재판이 확정된 뒤 사망하면 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라 몰수는 상속재산에 남아 있는 대상물에 집행될 수 있는 반면 마약 추징금은 조세·전매·공과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상속재산에 집행되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몰수가 물건을 쫓는 대물적 처분이고 추징이 사람에게 매겨진 금전채무라는 법적 성질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실제로 유족이 이런 상황에 놓이면, 판결문의 몰수·추징 내역과 사망 시점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어떤 처분이 선고되었는지, 사망이 판결 확정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막연히 "추징금이 나왔으니 갚아야 한다"거나 반대로 "사망했으니 다 없어졌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조문에 따라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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