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만들기
사건 개요
랜덤채팅이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상대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만남을 가진 뒤, 한참 뒤에야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한결같습니다. "그 사람이 먼저 자기가 대학생이라고, 성인이라고 했다." "앱 자체가 성인인증을 거쳐야 가입되는 곳이었다." "얼굴이나 말투 어디를 봐도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 억울함이 수사기관 앞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는 데 있습니다.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의제강간등)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또는 13세 이상 16세 미만(형법 제305조 제2항)인 상대방에 대한 간음·추행·성적 대화 등을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이 구조에서 "몰랐다"는 주장은 처벌 자체를 막는 사유가 아니라, 나이에 대한 고의(형법 제13조)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좁은 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몰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그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상대가 성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정황과, 그 정황을 사후에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성인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프로필이나 대화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둘째, 그 정황을 제3자가 사후에 조작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형태로 확보했는지입니다. 캡처 이미지 하나만 달랑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사건이 불거진 뒤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시작합니다. 셋째, 검찰·수사기관이 유죄의 근거로 즐겨 드는 "미필적 고의"—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나이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것 자체가 용인이라는 논리—를 어떻게 사전에 차단하는지입니다.
법원은 실제로 "청소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나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나아간" 사안에서는 몰랐다는 주장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가 만나기 전부터 만난 이후까지 일관되게 성인이라고 소개했고, 그 소개를 뒤집을 만한 외견상 이상 정황이 없었다는 점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이 항변이 힘을 갖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프로필·대화 캡처를 '증명력 있는 형태'로 확보하기
상담을 오시는 분들의 휴대폰에는 대개 자료가 이미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자료가 법정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료를 재구성합니다.
1) 앱·플랫폼의 프로필 화면 자체를 캡처합니다.
가입 시 나이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는지,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는지, 상대방이 자기소개란에 나이·직업·학력을 어떻게 적어 두었는지를 화면 그대로 캡처합니다. 서비스 구조 자체가 성인만 가입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었다는 사실은, 의뢰인이 그 구조를 신뢰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는 정황으로 쓰입니다. 프로필 사진 역시 그 자체로는 나이를 증명하지 못하지만, 함께 확보해 전체 맥락을 구성하는 데 씁니다.
2)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발췌 없이 캡처합니다.
상대가 나이·학교·직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한두 줄만 잘라 캡처하면, 오히려 "왜 그 부분만 남아 있느냐"는 의심을 삽니다. 대화 시작부터 문제 된 시점까지를 끊김 없이 이어지는 전체 스레드로 캡처해, 상대가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소개한 흐름과, 대화 전반의 말투·화제에서 미성년자임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없었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줍니다. 대화 중 나이를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면, 그 질문과 답변이 대화 어느 지점에 있는지도 표시해 둡니다.
3) 캡처의 원본성을 별도로 뒷받침합니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이 캡처, 사건 터진 뒤에 만든 것 아니냐"입니다. 이를 차단하려면 캡처 파일의 생성일시 메타데이터, 클라우드에 자동 백업된 원본과의 대조, 필요하다면 화면을 정지 이미지가 아니라 스크롤 녹화 형태로 남기는 방법을 함께 씁니다. 상대방 계정이나 대화방 자체가 삭제·차단될 우려가 있다면, 임의로 수정 가능한 캡처보다 앱·통신사에 대화기록 보존을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을 통해 원본 데이터를 확보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더 강한 증명력을 갖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미필적 고의' 논리를 선제적으로 흔들기
증거를 아무리 잘 모아도, 검찰이 "그래도 의심할 정황은 있었다"는 논리로 미필적 고의를 주장하면 무력화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방어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그 논리의 근거를 하나씩 제거하는 작업을 합니다.
1) 만남의 경위와 행동 전반을 재구성합니다.
검찰은 외모, 말투, 학교생활 관련 발언의 어색함, 만남 장소·시간대 같은 정황을 근거로 "의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응해, 만남 당시 상대의 옷차림·언행·화제가 또래 성인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 대화 중 등장한 직장·학업·생활 관련 언급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는 점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막연히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이 그렇게 믿게 했는지를 대화 기록·통화 내역과 대조해 재구성합니다.
2) 나이 확인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거로 남깁니다.
"확인하지 않은 것"이 미필적 고의의 근거가 된다면, 반대로 확인을 시도했고 확답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나이를 직접 물어본 대화, 성인인증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 신분증이나 학생증 확인을 요구했으나 상대가 이를 회피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답했다는 정황 등을 모아 "합리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서사를 완성합니다.
3) 제3자의 진술을 확보합니다.
만남을 주선했거나 함께 자리에 있었던 지인, 상대를 먼저 알고 있던 주변인이 있다면 "그 사람도 성인이라고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둡니다. 의뢰인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제3자도 같은 착오에 빠져 있었다는 정황은, 그 착오가 의뢰인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상대방의 기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결론
"몰랐다"는 항변은 법정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지만, 그만큼 가장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법원은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않은 것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이 항변이 힘을 가지려면 상대의 적극적인 성인 행세와, 그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정황이 함께 증명돼야 합니다.
휴대폰 안에 남은 대화와 프로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상대방 계정이 삭제·차단될수록 되돌릴 수 없이 사라집니다. 관련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빠를수록 원본성 있는 자료를 온전히 남길 수 있으니, 지금 갖고 있는 자료가 실제로 증명력을 갖춘 형태인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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