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자동차보험 이중청구 혐의 — 청구 경위와 고의 부정
사건 개요
업무 중이거나 출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 다친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단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병원에서는 산재 접수를 권하고, 상대 차량 보험사에서는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겠다며 먼저 연락을 해 옵니다. 두 곳 모두에서 서류를 요구하니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면서 동시에 가해차량 자동차보험사에도 치료비·휴업손해를 청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느 쪽에 무엇을 신고했는지가 뒤섞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지급명세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혹은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하는 과정에서 "같은 부상에 대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양쪽에서 치료비·휴업급여 상당액을 각각 받아 갔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분이 부당이득 환수 통보로 이어지고, 그 경위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사기 혐의로 통보되는 상황까지 번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지점은, 당사자 대부분이 "몰래 이중으로 받아 챙기려 한 것"이 아니라 "어느 쪽에 뭘 신고해야 하는지 몰라서 두 곳 모두에 사실대로 청구했을 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같은 부상으로 두 곳에서 돈을 받은 모양새가 되고, 수사기관은 그 결과를 놓고 처음부터 두 곳 모두를 속일 생각이었는지를 캐묻기 시작합니다.
핵심 쟁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는 근로자가 동일한 사유로 산재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가해차량 자동차보험금 포함)을 함께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배상으로 받은 금액만큼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조정'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즉 법이 예정한 정상 경로대로라면 이중으로 온전히 받는 일은 애초에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것은 이중청구 그 자체가 아니라, 조정 절차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입니다.
여기서 갈림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며 제3자(가해차량) 행위로 인한 재해라는 사실을 신고했는지, 아니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 조정 자체를 원천 차단했는지입니다. 둘째, 자동차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며 산재로 처리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는지입니다. 셋째, 두 기관에 각각 제출한 사고 경위·부상 내용 진술이 서로 일치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에서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부분이 확인되면, 그 누락이 의도적 은폐였는지 아니면 절차를 몰라 생긴 실수였는지가 형사책임의 유무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이 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산재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7조 제3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자동차보험사를 기망한 것으로 인정되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어, 두 절차가 함께 얽히면 방어의 난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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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를 받는 쪽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변호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순서대로 다시 맞추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결과(두 곳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고의를 역으로 추정하려 하기 때문에, 그 추정을 깨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1) 근로복지공단 신고 내역과 제3자행위재해 신고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산재 신청 시 사고가 제3자(가해차량 운전자)의 행위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신고했는지가 조정 절차 개시의 출발점입니다. 신고 기록이 있다면 애초에 은폐 의도가 없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되고, 신고가 누락됐다면 그것이 서류 작성 단계에서 담당자의 안내 부족이나 신청인의 착오로 빠진 것인지를 당시 상담 이력·병원 접수 기록·공단 담당자와의 통화 내역으로 재구성합니다.
2) 자동차보험사에 제출한 서류와 진술을 대조합니다.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면서 산재로도 처리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는지, 알리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확인합니다. 통상 보험사는 치료비 청구 접수 단계에서 산재 여부를 묻는 항목을 두고 있으므로, 그 항목에 사실대로 답했는지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사실대로 답했음에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책임은 신청인이 아니라 조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기관 쪽에 있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3) 두 기관에 제출한 사고 경위 진술의 일치 여부를 점검합니다.
사고 일시·장소·부상 부위·치료 경과에 대한 진술이 근로복지공단과 보험사 사이에서 어긋나 있다면, 그 불일치가 발생 시점과 내용의 성격에서 고의적 허위 진술인지 단순한 기억 오류·서류 작성상 착오인지를 구분해 드러냅니다. 진술서를 낸 시점이 가깝고 내용이 사소한 표현 차이 수준이라면 기망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 시각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의'를 부정하는 구체적 논증을 세우기
경위가 정리되면, 그다음은 형사책임의 핵심 요건인 기망의 고의를 정면으로 다투는 단계입니다. 조정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급여·보험금이 중복 지급됐더라도, 그것이 신청인의 적극적인 기망 행위 때문인지 아니면 기관 간 정산 시스템의 미비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정산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방어 자료로 활용합니다.
근로복지공단과 자동차보험사 사이의 조정은 원칙적으로 두 기관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처리하는 구조이지, 신청인이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가 아닙니다. 신청인이 사실대로 신고했음에도 기관 간 정산이 지연되거나 누락된 정황이 있다면, 그 지연·누락이 신청인의 기망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 제시합니다.
2) 과다 수령분의 반환 의사와 조치를 조기에 표시합니다.
설령 조정 미이행으로 일부 금액이 중복 지급된 사실 자체는 다툴 수 없더라도, 이를 인지한 시점에 지체 없이 근로복지공단이나 보험사에 자진 신고하고 반환 절차를 밟았다면, 이는 애초에 편취할 고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 절차에 협조적으로 응한 이력 역시 같은 취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형사절차와 행정 환수 절차를 분리해 대응합니다.
부당이득 환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행정처분이고, 사기죄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7조 제3항 위반 여부는 별도의 형사 판단입니다. 두 절차를 뒤섞어 대응하면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 없이 응했다는 사실이 마치 형사상 고의를 자인한 것처럼 오해되기 쉬우므로, 환수에는 협조하되 형사 혐의에 대해서는 경위 자료를 근거로 별도로, 그리고 분명하게 고의를 부정하는 진술을 갖추어 대응합니다.
결론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이 겹치는 사고에서 이중청구 혐의는, 실제로 속이려 한 사람과 절차를 몰라 두 곳 모두에 사실대로 알린 사람을 결과만 보고 같은 자리에 놓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차이를 갈라내는 것은 결국 청구 경위를 얼마나 시간순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로 재구성해 냈는가입니다.
수사 통보나 환수 통지를 받았다면, 조정 절차의 구조와 자신이 실제로 밟은 신고·진술 과정을 먼저 대조해 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이중청구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경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고 고의 없음을 어떤 순서로 입증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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