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일까 — 산정 기준
사건 개요
25년 넘게 한 회사에 다닌 남편이 회사의 구조조정 시기에 맞춰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통상의 퇴직금과는 별도로, 근속연수와 월급여를 기준으로 산정된 명예퇴직금 명목의 돈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그 무렵 부부는 오랜 갈등 끝에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아내는 재산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 이 명예퇴직금을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남편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이 돈은 회사를 다니며 함께 모은 재산이 아니라, 앞으로 정년까지 다녔다면 받았을 급여를 포기한 대가이자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의 생계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며,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이 아니므로 분할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다투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명예퇴직금은 액수가 크고, 퇴직금과 별도 항목으로 지급되다 보니 "이것까지 나눠야 하나"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예퇴직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해 왔고,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명예퇴직금 전부가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준을 이미 세워 두었습니다. 관건은 그 조건을 사건의 사실관계에 어떻게 채워 넣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명예퇴직금의 법적 성격입니다. 정년까지 계속 근로했다면 받았을 수입의 상실을 보전하는 성격인지, 새 직업을 구하기까지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성격인지, 아니면 장기간 근속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한지에 따라 분할 여부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배우자의 협력이 근속 요건 충족에 기여했는지입니다. 명예퇴직금은 대개 일정 근속연수를 채운 사람에게만 지급되므로, 그 근속 기간 동안 배우자가 가사·육아를 전담하거나 생활비를 분담하는 등으로 상대방이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도록 뒷받침했는지가 관건입니다. 셋째, 대상성이 인정된 뒤의 산정 방법입니다. 실제 수령액 전부를 기준으로 할지, 혼인 기간과 별거 기간, 기여도를 반영해 조정할지가 다시 쟁점이 됩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성격 논쟁에서 밀리면 애초에 분할 대상에 오르지 못하고, 기여 입증에서 밀리면 대상이어도 액수가 크게 깎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승패는 재판 당일의 변론이 아니라,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이 세 지점을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로 채워 두었는가에서 사실상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예퇴직금의 법적 성격을 실질로 다시 세우기
이 유형의 사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기 쉬운 지점이 "이건 미래 소득을 보전받은 돈이지 함께 모은 재산이 아니다"라는 상대방의 항변입니다. 대법원은 이혼 소송의 변론이 종결될 당시 이미 명예퇴직금을 수령한 사안에서, "명예퇴직금이 정년까지 계속 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 지출 등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 근속을 요건으로 하고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그 근속 요건에 기여하였다면 명예퇴직금 전부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준을 명시했습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므2628, 2635 판결). 이 사건에서도 28년의 근속을 마치고 명예퇴직금을 받은 배우자에 대해, 상대방의 내조가 그 근속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명예퇴직금 전액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됐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법리를 사건에 맞춰 다음 순서로 적용합니다.
1) 명예퇴직금의 산정 근거부터 확보합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회사의 명예퇴직 시행 공고문을 통해 명예퇴직금이 근속연수와 월평균급여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근속연수를 산정 요소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일정 기간 근속을 요건으로 한다"는 판례의 전제와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므로, 이 자료가 곧 분할 대상성을 뒷받침하는 1차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순수하게 실직 위로금 성격으로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정액 지급된 경우라면 접근을 달리 검토합니다.
2) 배우자의 협력이 근속 요건 충족에 기여했음을 구체적으로 남깁니다.
"오래 함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근속 기간 동안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 상대방이 야근·전근·장기 출장 등 회사 요구에 응할 수 있었는지,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분담해 상대방의 급여가 저축·자산 형성에 온전히 쓰일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시기와 정황으로 정리합니다. 자녀의 학교 행사·병원 기록, 가계부, 소득 자료 등이 이런 기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3) 상대방의 '순수 미래소득 보전' 항변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상대방은 대개 명예퇴직금이 미래의 실직 기간을 보전하는 돈이라 재산분할과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그런 보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근속 요건과 배우자의 기여가 확인되면 그 성격만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판단 구조를 그대로 원용해, 성격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근속 요건과 기여 사실로 논점을 옮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산정 기준을 세우고 방어하기
대상성이 인정돼도, 액수를 어떻게 산정할지는 별도의 싸움입니다. 상대방은 대상성을 다투는 데 실패하면 다음 단계로 액수를 최대한 낮추려 하기 때문에, 산정 기준을 먼저 세워 두어야 협상과 재판 모두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1) 세후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명예퇴직금은 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된 뒤 실제로 계좌에 들어온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실무의 원칙입니다. 회사가 발급한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확보해 세전 산정액과 세후 실수령액을 함께 정리해 두면, 상대방이 세전 금액을 부풀려 주장하거나 반대로 세후 금액을 과소하게 제시하는 다툼을 미리 차단할 수 있습니다.
2) 혼인 기간과 근속 기간의 관계, 별거 기간의 영향을 함께 짚습니다.
판례가 "전부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전부를 반드시 그대로 나눠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전부를 대상 재산 목록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분할 비율을 정할 때는 혼인 기간 전체에 걸쳐 협력이 있었는지, 혼인 기간 중 상당 기간 별거해 경제공동체가 사실상 해소된 시기가 있었는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별거 기간이 길었다면 그 기간 동안의 기여는 부정될 여지가 크므로, 동거·별거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는 작업이 산정 단계에서 중요해집니다.
3) 이미 소비된 명예퇴직금의 사용처를 규명합니다.
소송이 시작되기 전 이미 명예퇴직금을 받아 일부를 채무 변제나 생활비로 썼다면, 상대방은 "남은 돈이 없다"고 주장하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계좌 거래 내역을 통해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를 추적해, 채무 변제였다면 그 채무 자체가 부부 공동재산에서 유래한 것인지, 순수 개인적 지출이었다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임의로 빠지지 않도록 반영을 요구합니다. 지급받은 시점부터의 계좌 흐름을 처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이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비입니다.
결론
명예퇴직금은 이름 때문에 오해받기 쉬운 재산입니다. "미래를 위한 보상"이라는 성격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재산분할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속 요건과 배우자의 기여가 확인되면 전부가 분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다만 대상에 오른다는 것과 얼마를 나눌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 산정은 세후 실수령액과 혼인·별거 기간, 자금의 실제 사용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했는가에서 갈립니다. 배우자가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명예퇴직금을 받은 상황에서 이혼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그 돈의 성격과 산정 방법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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